경제신문·잡지 등 읽기 ‘필수’…유행 좇기는 ‘절대 금물’

투자는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주식 또는 부동산일까. 그리고 투자에서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종목 선택 혹은 투자 타이밍은?이에 대한 1급 투자자들의 얘기를 들어 보자. 세계 최고의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파트너이자 부회장인 찰리 멍고는 지난해 자서전 <가난한 찰리의 연대기>라는 책을 출간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이나 수학 같은 하드 사이언스(hard science)보다는 심리학이나 인문학과 같은 소프트 사이언스(soft science)를 공부해야 합니다.” 이 말은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있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당대의 1급 투자가로 꼽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서량이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버핏도 자신의 독서량이 “일반인들의 5배가량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먼저 나는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나간다. 사무실에서는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한다. 읽은 다음에는 일고여덟 시간 통화한다. 그런 다음 읽을거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버핏이 말하는 자신의 일상이다. 버핏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는 “나를 키운 것은 동네의 공공 도서관이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의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책벌레’다.아시아 최고 재벌로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청쿵(長江) 그룹 리카싱 회장의 독서 습관은 매우 유명하다.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 가장이자 찻집 점원이었던 리카싱은 팔순이 다 된 나이에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씩 꼭 책을 읽는다. 그는 젊은 시절 궁핍했을 때에는 헌책, 매뉴얼, 버려진 잡지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리카싱은 ‘지식이 자신감을 준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가의 공통점은 ‘다독’이들 투자가들뿐만 아니라 뛰어난 사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최고의 상인이라 불리는 사이토 히토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이란 책에서 독서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참고로 사이토 씨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슬림도칸(다이어트식품)’ 같은 히트 상품으로 유명한 건강식품 회사 긴자마루칸의 창업자다.“자신을 일을 똑바로 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한 권 읽으세요. 예를 들어 낙지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서점에는 낙지구이 전문점 주인이 쓰지 않은 책이 가득하잖아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로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인물)는 낙지구이와 상관이 없는 전파사 주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책 속에는 장사의 진수가 한 가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목수가 쓴 책이라도 그 속에 반짝하고 빛나는 무언가가 한 가지 있을 수 있지요. 그 하나하나를 연결했을 때 비로소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완성됩니다.”이들 대가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위 재테크 달인들도 재테크 맹(盲)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읽는다. 특히 신문 보는 것은 필수다. 예를 들어 매일 출근길에 스포츠 신문을 보고 출근한 사람과 경제 신문을 보고 출근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10년 후 이 둘 중 누가 더 재테크에 뛰어난 실력을 보일까.경제 신문은 살아 있는 ‘경제학 교과서’다. 한 달에 1만 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면 우리나라 각 경제 요처에 있는 기자들이 매일 소식을 정리해 집으로 배달해 준다. 만일 내가 직접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가는 사정을 알려고 한다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재테크 달인들은 신문을 많이 본다. 심지어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뛰어난 투자가는 전 신문을 구독한다. 신문뿐만 아니다. 경제 잡지와 월간지도 모두 읽는다. 그는 자신이 성공적인 투자를 한 이유에 대해 “신문을 보는 것이 나의 일상생활에서 늘 우선순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문에 관해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에피소드를 빼 놓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을 설립하던 시절, 공장도 짓지 않고 영국에서 선박 수주를 받을 때의 일이다. ‘당신네 회사의 최고 경영자의 이력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정 명예회장은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신문대학 나왔다고 그래.” 정 명예회장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저녁 가판을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도 평소 직원들에게 “경제 공부를 하려면 경제 신문을 보라”고 자주 독려했다고 한다. 재테크라는 것은 경제 돌아가는 사정에 맞게 자신의 자산을 잘 배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기 위해서 경제 신문만한 수단은 없다는 것을 이들 대가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경제지 만한 공부 수단이 없다’개인 투자자들이 독서를 통해 내공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다. 벤치마킹 대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투자의 대가들도 여러 명이 있다. 그 중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철학과 생각을 자신에게 흡수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당대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에게는 가치 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이 있었다. 버핏은 그레이엄이 쓴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를 늘 자신의 사무실에 두고 읽는다고 한다. 그는 신혼여행을 갈 때도 <증권분석>을 들고 가서 읽었다고 한다.“1951년부터 제 실적이 날로 향상됐습니다. 그렇다고 식단을 바꾸거나 특별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벤저민 그레이엄의 생각을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대가 밑에서 몇 시간 배운 것이 혼자 10년 동안 고심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951년은 버핏이 컬럼비아대에서 벤저민 그레이엄 밑에서 공부한 후 고향 오마하로 돌아와 아버지 회사에서 주식 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다.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 이후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레그 메이슨 트러스트 밸류 펀드의 빌 밀러도 자신의 투자 철학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것은 대가의 책을 보는 것이었다고 얘기한다.“저는 항상 무엇인가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서 누가 최고인지 결정해 그가 무엇을 하는지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증권 분석 분야의 지적 지도자라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 후 워런 버핏에 대해 읽고 그가 어려운 시기였던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어떻게 살아남고 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정말 눈을 뜨게 됐죠.”일반인들의 독서 태도를 보면 이들 대가들과 달리 유행에 따라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사서 읽고, 그 유행을 따라간다. 유행 상품은 그러나 철이 지나면 그 효용성이 떨어지는 법이다. 유행은 그것이 유행으로 존재할 때만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투자 대가들의 사고방식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다.유대인, 아라비아 상인과 더불어 세계 3대 상인이라 불리는 화교들의 성공담이 주는 교훈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화교들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그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전문성이 담보된 사람이라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화교들의 투자 습관을 체득해 부자가 된 일본의 하야시 가즈토 유나이티드 월드 증권 회장은 ‘본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본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불로 소득과 관련된 막대한 정보를 정리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조언을 해 주는 멘토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