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돈’…이론 도사 되는 지름길

조승형 신한은행 일산PB(프라이빗 뱅킹)센터 팀장(39)은 지난 1~2년 새 금융자산관리사와(FP), 보험중개인, 그리고 AFPK(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종합 개인 재무 설계 업무의 1차 관문인 고객과의 상담, 자료 수집, 고객 재무상태 분석 및 평가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등 여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최근에는 국제 기준의 종합 개인 재무 설계사인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지정 교육 기관 20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조 팀장은 “PB는 부동산 금융 등 관련 지식을 꾸준히 쌓고 내부적으로 인정받을 때 선발된다”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예비 PB과정 중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나름의 재테크 노하우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재테크의 두 가지 축을 이론과 실천으로 본다면 자격증 취득은 재테크 이론을 단기간에 확실히 익힐 수 있다는 면에서 재테크 고수가 되기 위한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금융권 종사자, 그 중에서도 은행권 PB들이 금융 관련 자격증에 도전하는 일이 일반화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조 팀장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자격증을 따면 개인적인 재테크 노하우를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학생을 중심으로 금융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자격증에 도전하는 일도 종종 있다. 또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취업의 선택권을 늘리거나 고액 연봉을 보장받는 금융권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자격증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대표적 자격증은 증권업협회가 주관하는 증권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FP), 재무위험관리사(FRM), 선물거래 상담사와 금융연수원이 주관하는 자산관리사(FP), 그리고 국제공인 자격증인 CFP, CFA 등이 있다.이 중 은행권 PB들이 승진이나 이직 등을 위해 가장 많이 도전하는 CFP는 국제공인 재무 설계사, 국제 재무 설계사, 국제공인 개인 재무 설계사 등으로 불린다. 미국에서 시작된 자격제도로 국내에서는 한국FP협회(KFPA)가 주관한다. CFP를 따기 위한 일종의 자격시험인 AFPK는 재무 설계의 6단계 중 3단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테스트한다. 증권 애널리스트에게는 거의 필수로 여겨지는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는 미국 투자관리연구협회가 자격을 부여하는 공인 재무 분석사다.사실 무엇보다 재테크 자격증의 대표적인 예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다. 창업의 기본이자 안정적인 노후 대비 수단의 ‘0순위’라는 점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최근 ‘장롱 자격증’으로 전락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지만 공인중개사는 여전히 인기 있는 자격 시험이다.공인중개사는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꾸준히 듣는 수험생활을 거쳐야 합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노량진 일대는 재수학원의 메카에서 공인중개사, 공무원 시험 관련 학원가로 변한 지 오래다.이렇다 보니 아예 부동산 수험서 전문 출판사도 등장했다. 리북스(www.rebooks.co.kr)는 2001년에 문을 연 인터넷 부동산 전문 서점으로 수험서 중에서도 부동산 관련서만 특화한 곳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부동산 관련 수험서 분야가 대중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진재형 리북스 대표는 “최근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사 수험생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단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뿐만 아니라 대학 내 사회교육원 등에서 부동산 관련 강좌를 듣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강의 교재로서 자격증 수험서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고 덧붙였다.기본적으로 금융이나 부동산 관련 자격증에 대한 도전은 관련 업종 종사자, 또는 창업 준비자들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 그렇지만 단기간 내에 이론을 습득하고 이를 완벽히 익히는 데 시험만큼 빠른 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격증이 재테크 달인의 지름길을 제시하는 수단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