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빛나는 ‘블록버스터’모범

2006년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부활의 해였다. 톰 크루즈, 멜 깁슨, 니콜라스 케이지 등이 제작과 출연을 겸하는(심지어 멜 깁슨은 감독까지), 그래서 굳이 ‘배우’ 그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대표적 파워맨들이라면 디카프리오는 그들 중 가장 나이 어린 주자다. 〈애비에이터〉(2004)의 제작자 겸 배우로 출연한 이후 꽤 긴 공백 기간을 보냈던 그는 지난해 〈디파티드〉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물론 그것이 그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겨 주리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드물겠지만, 어쨌건 디카프리오는 그 선배들처럼 여전히 느끼하지 않은 참신함을 유지하며 성공 가도를 착착 밟아나가고 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런 그가 도대체 언제 찍었나 궁금할 정도로 갑작스레 나타난 액션 대작이다.전쟁이 한창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무기 밀수 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감옥에서 누군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 노역하던 솔로몬(자이몬 혼수 분)이 우연히 발견한 다이아몬드가 바로 그것이다. 솔로몬은 그 다이아몬드가 난민이 된 가족과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목숨을 걸고 숨긴다. 한편, 다이아몬드 산업의 부패를 폭로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처를 찾아다니던 기자 매디 보웬(제니퍼 코넬리 분)은 그와 함께 반란 세력의 영토를 통과하기로 결정한다. 아처는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위해, 솔로몬은 가족을 위해, 보웬은 진실을 위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위험한 모험에 나선다.시에라리온은 실제로 ‘아프리카의 빛’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최대 금 생산국이다. 솔로몬이 발견한 진귀한 핑크색의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모두가 찾기를 열망하는 공통의 목적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로드 오브 워〉(2005)처럼 국경을 초월한 무기 밀매라는 소재는 냉전시대 이후 새로운 블록버스터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블록버스터에서 그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를 찾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소위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관점에서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디카프리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맷 데이먼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의 존재감에 가려진 면도 없진 않지만 최근 〈모래와 안개의 집〉(2003) 등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제니퍼 코넬리의 안정된 연기도 큰 힘을 발휘한다. q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에라곤〈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광을 꿈꾸는 크리스토퍼 파올리니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했다. 숲 속에서 잘 다듬어진 청색 돌을 발견한 소년 에라곤은 자신의 발견 덕분에 온 가족이 겨울동안 음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좋아한다. 하지만 그 돌은 만져서도, 가져서도 안 되는 드래건의 알임이 밝혀지고 에라곤은 그들의 제국만큼이나 오래된 전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단조롭던 소년의 삶은 한순간에 마술과 파워, 그리고 운명이 숨 쉬는 위험한 세계 속을 여행하게 된다. 감독 스티펜 펭메이어. 출연 에드워드 스펠리어스, 제레미 아이언스.▶묵공혼돈의 춘추전국시대, 천하 통일을 눈앞에 둔 조나라의 10만 대군은 마지막 길목에서 조그만 양성 함락을 눈앞에 뒀다. 양성은 묵가에 지원 부대를 요청하지만 묵가에서 온 지원군은 단 한 명 혁리(유덕화 분)뿐이다. 하지만 혁리는 전략적인 방어 전술로 조나라의 공격을 기적처럼 막아낸다. 이에 조나라의 항엄중(안성기 분)은 복수를 꾀한다. 한국의 안성기, 최시원이 가세한 거대한 한·중 합작 프로젝트. 감독 장지량. 출연 유덕화, 안성기, 최시원, 범빙빙.▶허브엄마(배종옥 분)와 함께 단둘이 사는 차상은(강혜정 분)은 정신지체 3급이다. 스무 살 성년식을 일곱 살 난 꼬맹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이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고, 심심할 때면 상상을 펼쳐 동화 속 캐릭터들을 불러내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 상은이 꼴통이라는 소문을 달고 다니는 교통 의경 종범(정경호 분)을 백마 탄 왕자라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종범은 상은이 장애를 앓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이별을 통보한다. 감독 허인무. 출연 강혜정, 배종옥, 정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