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즐거움’… 세련미 돋보이게

나는 동부이촌동에서 꽤나 유명한 한 쇼핑센터 지하에 있는 작은 ‘만두집’의 만두를 즐겨먹는다. 이 ‘만두집’은 오전 10시에 영업을 시작해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재료나 만두가 떨어지면 주저 없이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준비된 만두가 떨어지는 저녁시간이 되면 줄 서서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채 사장님은 깔끔하게 내일을 약속한다.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해진 수량 이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품질관리에 철저함은 물론이거니와 상품가치와 희소성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 하겠다. 바로 이런 점이 나에게 있어서는 이 만두를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여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근래 들어 나는 동부이촌동 만두와 함께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매력에 빠져 재미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 가장 열을 올리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겨울철 주말 여가 보내기용으로 수집 중인 DVD 구입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DVD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리미티드 에디션’이기 때문이다.지난주에 주문한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커트 코베인의 일생을 다룬 영화 ‘라스트 데이즈(Last Days)’를 비롯한 여러 가지 DVD가 도착했다. 이것 외에도 한국영화의 이변을 일으킨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매우 기다렸던 작품이다. 이번에 주문한 DVD 모두 ‘스페셜(Special)’ 또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극장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특별영상과 제작과정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담겨 있어 컬렉션의 재미를 더한다.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출시되는 거의 모든 개봉 성공작들의 DVD는 리미티드 에디션, 스페셜 에디션, 울트라 에디션(Ultra Edition) 등의 꼬리표를 달고 출시된다는 점이다. 작아져만 가는 DVD시장의 차별화 전략인지 아니면, 컬렉터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인지. 하지만 다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함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모아놓은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게 된다.문화적 욕구 충족시켜주는 DVD 한정판리미티드 에디션의 홍수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는 때마다 무언가를 기념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아이콘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준비한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월드컵을 겨냥해 출시됐던 여러 명품 브랜드의 축구공을 비롯해 아수스 코리아(ASUS)의 ‘아수스-람보르기니 VX1 골든 에디션’은 세계적인 슈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독특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가죽 노트북이다. 아수스 코리아가 선보인 핑크색 가죽 노트북은 국내 20대만 한정 판매되는 리미티드 에디션 중 하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소비자의 취향은 때만 되면 넘쳐나는 리미티드 아이템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분별한 구입 습관의 불균형이 낳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가치 있는 투자는 자신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어디에 어떤 투자를 하고, 어떠한 부분에서 자신을 만족시키느냐에 대한 포커스는 자기표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작게 시작해 내 주변에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잘 살펴보자. 과연 어떠한 선택과 결과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슈트는 계절별로 몇 벌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에 어울리는 넥타이는 계절별로 몇 가지의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지, 신발은 아이템별로 몇 켤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그 이외에 내가 수집하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나만의 컬렉션이 얼마나 베이직한 다른 아이템들과 조화를 이루는지 정도는 가늠해 봐야 할 것이다.습관적으로 무의미하게 사 모은 아이템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참석해야 할 수 많은 모임과 약속들을 고통스러움으로 물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본적인 아이템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을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갑작스러운 모임이나 어려운 자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반으로 줄어든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내가 가진 포인트 아이템으로 나를 이미지화해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의 히스토리를 이야기 해준다면 나는 곧 그 브랜드 히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반드시 고가의, 럭셔리한 브랜드의 리미티드 에디션만이 특별한 아이템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특정 대상을 위해 소량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발전해 기존의 아이템의 고유함에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한정적인 수량과 정해진 기간 동안 판매되는 것 등으로 점점 확장된 의미를 갖게 됐다.‘희소성=자부심’… 소비자 욕구 충족한정된 상품, 세상에 단 몇 개뿐인 아이템의 희소성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나 가지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사실 요즘 소비자들의 욕구는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것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브랜드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를 원하고, 그 가치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브랜드의 바운더리를 키우기 위해 더욱 큰 원을 그리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의미가 더 확대돼 브랜드가 가진 프라이드를 아이콘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정의한다.여성의 리미티드 에디션 베스트 아이템이 핸드백과 화장품이라면, 남성의 베스트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단연 전자제품과 자동차 혹은 패션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모터롤라는 이탈리아의 세계적 브랜드 돌체 앤드 가바나(Dolce&Gabbana)와 함께 ‘모토 레이저 V3i(MOTO RAZR V3i)’를 완성했다. ‘국민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토롤라의 골드 레이저 모델은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드 가바나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고급스러운 골드와 실버 색상의 케이스로 된 이 휴대폰은 모던한 스타일로 급성장하는 명품 휴대폰 시장을 타깃으로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도입했다. 이 리미티드 에디션은 기존의 모델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더욱 풍부한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됐는데, 돌체 앤드 가바나를 위한 배경화면, 스크린세이버, MP3 착신벨 등의 기능이 내장돼 있다. 돌체 앤드 가바나와 모토롤라의 신형 V3i는 현재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으며 일련번호가 부여된 한정판은 돌체 앤드 가바나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국내에 나와 있는 남성들을 위한 리미티드 아이템으로는 ‘란스미어 리미티드 에디션 별자리 넥타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프리미엄 슈트 브랜드 란스미어의 액세서리 중 유일한 리미티드 에디션인 별자리 넥타이는 12궁 별자리가 18K 금사로 수놓아져 있으며 별자리별로 단 2개씩만 판매된다.아직까지도 한국 시장에서 남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란 매우 쉽다고 생각하는 마케터들이 많이 있다. 세심하게 고르지 않고 단순한 필요에 의해서만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면 그들의 얕은꾀에 넘어가 무의미한, 그리고 허울만 좋은 아이템을 낚시질하게 된다. 하지만 나만의 스타일과 매치되는 브랜드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자 조금만 노력해 본다면 조금 더 세련된 쇼핑이 되지 않을까. 2007년도에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구성이 잘 짜인 쇼핑을 통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리미티드 아이템을 컬렉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통해 자기 자신도 리미티드한 사람이 되어보자.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커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