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친기업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2월 18일 취임 11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분식회계 자진 고백 기업의 형사 처벌 유예와 경제인 사면 적극 검토 등 ‘기업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이에 앞서 김 장관은 이중 대표소송, 회사 기회 유용금지 등 상법 개정안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해 기업들이 반발하자 재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쟁점조정위원회를 법무부 내에 설치, 재계의 목소리를 듣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김 장관의 이러한 행보에 재계는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재계의 현실을 신경 써주는 김 장관의 잇단 발언에 온기(溫氣)를 느낀다”는 말이 기업들로부터 나올 정도다.전임 천정배 장관 시절 법무부와 대조를 보여 더욱 돋보이고 있다. 천 전 장관은 이자제한법 도입이나 보증인 보호 특별법 제정 등 기업보다는 서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우선 다뤘다. 천 전 장관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상법 개정안도 기업보다는 소액주주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추진해 왔다.반면 김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하는 등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김 장관은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만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며 “법무부가 앞장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재계나 기업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도 느껴진다.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기업인 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도 김 장관은 스스럼없이 했다. 심지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김 장관은 “그래도 기업의 사기는 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2~3월 기업인 사면 전망도법무부가 2007년 정책 과제로 내놓은 것들에는 △주금납입보관증명서 제출 의무 삭제 △설립 등기 관련 표준양식 보급 △유사 상호에 대한 규제 완화 등 창업을 쉽게 하는 조치들과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담보 제도 개선 △저당권을 증권화해 유통시키는 방안 등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남소(소송남용)를 막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반소(反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원고 측이 패소하면 기업들이 들인 방어비용(변호사 수임료) 전액을 원고 측에 물리겠다는 엄포도 들어 있다. 김 장관의 의지가 실린 정책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분식회계 고해성사 기업에 대한 관용 조치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법무부는 장관 발언으로 반향이 커지자 최근 일문일답 자료까지 내는 등 발 빠른 진화에 나섰다. 특히 분식회계와 연관된 대출 사기, 횡령, 탈세 등 기타 비리에 대해서도 “과거 분식회계를 자진 수정하겠다는 자체가 형사사건의 양형자료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고려 요소인 만큼 가급적 관대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이 최근까지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며 기업에 대해 사법처리의 칼날을 내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기업인 사면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적극적이다. 비록 성탄절특사는 시기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통치권자에게 적극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이르면 2∼3월이면 기업인 사면이 가시화될 전망이다.김 장관은 대형 기업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파견되는 등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혀 왔다. 특히 금융 계좌 추적을 통한 수사 기법을 착안하는 등 신종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9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주임 검사를 맡아 사상 최초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재정경제부 소속 서기관을 자신의 정책보좌관에 임명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 장관이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