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변화 추구로 트렌드 이끈 게 성공비결’

지난 연말 산업정책연구원은 각 분야별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슈퍼브랜드’를 선정, 발표했다. 전국 20~60대 소비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TOM·Top of Mind)를 설문한 결과로 산업정책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행사다. 이 조사에서 가수 이효리는 야구선수 이승엽, 가수 비 등과 함께 대한민국 슈퍼 브랜드로 선정됐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다.이효리는 이제 단순히 ‘가수’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춤 잘 추는 ‘섹시 여가수’인가 싶더니 MC활동으로 팬의 연령대를 중장년층으로까지 넓혔고, 최근에는 연기 도전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게다가 소속사를 옮기는 데 수십억 원이 오가고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모델로 3년 연속 계약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아니 ‘걸어 다니는 슈퍼 브랜드’인 셈이다.상상력이 돈이 되는 창조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7년을 맞아 <한경비즈니스>는 무한대의 잠재 가치를 지닌 브랜드 ‘이효리’를 인터뷰했다.이효리는 “예쁘고 춤 잘 추는 것만으로는 스타가 될 수 없다”며 “지난 10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인기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섹시코드’ ‘패션 아이콘’ 같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듯합니다.“가수나 연기자 대신 아이콘으로 불린다면 영광이지요.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생각, 문화를 이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변덕스러운 현대인의 기호를 이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물론이죠. 저 역시 한 가지 모습으로 활동한 게 아니니까요. 대중보다 한발 앞서 다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를 추구할 겁니다. 얼굴 예쁘고 춤 잘 춰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10년간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스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그런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타고난 것과 주변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신인 시기를 지나서는 제 의견이 주가 되고 주위 스태프는 따라오는 역할을 해야지요. 스태프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면 스타가 될 수 없습니다.”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합니까.“변화의 수위 조절을 잘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한 게 장점이고요. 특히 웃기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하고 털털해 보이다가도 새침해 보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개성을 보여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제 안에 다중적인 성격이 있나 봅니다.(웃음) 그래서 의도적으로 털털한 척하거나 섹시한 척하는 게 아니라 원래 제 안에 들어있는 성격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거든요. 다만 변화의 수위 조절 만큼은 잘하는 것 같네요.”경쟁이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면서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는지요.“성격이 낙천적인 편이어서 불안해하거나 누굴 시기하거나 한 경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완벽하고 싶은데 잘 안 될 때 자책은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극소심 A형’이거든요.(웃음) 그래도 저 자신을 믿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죠.”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서 개인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은 없습니까.“제 브랜드를 갖고 싶은 욕심은 늘 있죠. 하지만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연예인을 하는 동안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옷 장사를 하면 돈은 많이 벌 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하긴 해요.(웃음)”‘인생에서 승부를 걸었다’고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나요.“가수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승부를 걸었지요. 천성에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려서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오빠와 언니가 미대를 나왔고 집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아서 저도 고등학교 시절 자연스럽게 미술을 했지만 입시 미술은 정해진 공식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너무 답답했죠. 다행히 기회가 일찍 찾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재테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재테크에 따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돈 관리를 다 해 주시고 용돈을 타서 쓰고 있습니다. 또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재정 관리를) 맡겨 두고 있어서 그 분과 부모님이 제 앞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요. 부동산이나 채권, 주식 등은 잘 모르는데 아마 나중에 이런 분야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남편을 만나야 할 것 같아요.(웃음) 사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돈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 돈은 열심히 일하면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데뷔 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더군요.“워낙 바빠서 못하기도 했고 말 주변이 없다보니 말한 것과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죠. 기사도 너무 많이 나오고 해서 부담이 됐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다른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듯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을 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얼마 전 취객을 구한 선행이 화제가 됐는데.“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웃음) 저도 엘리베이터나 계단에 쓰러져 본 경험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거예요.”주량은 얼마나 되죠.“소주 두 병 정도라고 써주세요.”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나 봅니다.“그 보다는 연예인들은 술 마시는 일 말고 딱히 여가를 즐길 방법이 없어서 그럴 거예요.(웃음) 물론 연예계가 말이 많은 곳이어서 상처를 많이 받긴 했죠. 제가 털털해 보여도 상처를 많이 받는 성격이거든요. 동료 연예인의 시기나 질투, 인터넷의 악의적인 글 때문에 상처를 받곤 하죠. 인터넷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테러를 가하는 매체가 됐잖아요. 인터넷 실명제, ‘완전 찬성’ 합니다.(웃음)”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무엇입니까.“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연기로 성공하고 싶다기보다는 좋은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이번에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뮤직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어요. 이전에 ‘세잎 클로버’라는 드라마에서 연기했을 때 연기 수업도 열심히 받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어요. 지금은 경험과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가수로서 한 우물을 파는 게 더 의미 있고 쉬운 길 아닐까요.“그렇게 생각하는 가수들도 있죠. 하지만 어차피 사람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게 좋아서 연예인이 된 이상 노래든 연기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영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인생을 돌아봤을 때 지금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합니까.“아직 가야 할 길이 멀죠. 연예인으로서는 부지런히 많이 왔지만 제 인생 전체로 봐서는 아직 3분의 1도 못 갔어요. 특히 그동안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제가 갖지 않아야 할 것까지 가졌으니 남은 인생은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