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뒤흔들 태풍…저마다 ‘군침’

인수·합병(M&A)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단숨에 재계 판도를 흔들어 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6월 그해 최대 물건인 대우건설(자산 5조9780억 원)을 6조4255억 원에 인수, 재계 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유통 업계에서는 지난해 5월 신세계가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코리아의 16개 매장을 넘겨받으면서 전체 점포수가 87개에서 103(국내)개로 늘어났다. 이로써 당시 업계 2·3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51개), 롯데마트(48개)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확고히 했다.2007년에도 기업 M&A 큰 장이 선다. 하이닉스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등 굵직굵직한 매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빅4’를 제외하고는 그룹 간 자산 규모의 차이가 미미해 대형 매물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우선 2007년 법정관리 졸업 예정인 대한통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물밑 작업은 벌써부터 뜨겁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만 10여 곳이 넘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이미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자산 1조3785억 원)까지 차지하면 자산이 20조 원을 돌파해 7위인 한진그룹과의 격차는 수천억 원대로 좁혀진다. 재계 맞수인 한진과 금호아시아나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하반기에 주인이 결정되는 현대건설도 초미의 관심사다.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두산그룹도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언하고 있다. 자산 5조 원이 넘는 현대건설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갈 경우 현대중공업의 그룹규모는 9위에서 6위로 올라선다. 현대그룹이 승자가 된다면 재계 ‘톱10’에 진입하게 된다.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은 쌍용건설 인수전에는 유진그룹과 웅진그룹 등이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2007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하이닉스는 자산 규모가 11조482억 원에 달해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가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최근까지 거론되고 있는 LG그룹과 동부그룹 등은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GS, LS그룹 등이 분가하면서 4위로 뒤처진 LG가 하이닉스를 사들인다면 단숨에 2위 자리를 되찾는다.2007년 상반기 매각 일정이 확정되는 대우조선해양과 하반기부터 매각이 본격화될 대우인터내셔널 등도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자산 6조2870억 원으로 재계 23위권의 대기업이다. 자산 규모 7조 원대에 달하는 에쓰오일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한진과 최근 ‘2007년에는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GS의 행보도 주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