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현안 대두…달러가치 미끄럼 탈 듯

요즘 들어 환율 움직임에 이상 조짐이 감지된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8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적정금리 수준을 따지는 테일러 준칙과 피셔 공식으로 평가해 보면 현 5.25%의 연방기금 금리는 어느 정도 적정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미국이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해 국민들의 씀씀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의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시장에 맡겨놓아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달러 약세는 미국 내 자본 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로 경기를 급락시키는 또 다른 거시경제 목표를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이 때문에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평가지수를 낮추는 데에는 미국의 여건부터 따르지 못한다. 앞으로 미국은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는 경상수지 적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의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절상되도록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극단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만을 개선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해 나간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이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최악의 경우 미국의 요구에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내리는 환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선진국 가운데 일본과 유럽은 경기 회복세가 본 궤도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의 절상 압력을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표적으로 삼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의도대로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개도국들도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항만시설, 에너지 산업 등에 대체 투자하는 과정에서 경제 안보와 고용상에 불안을 느낀 선진국들이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를 촉발했던 자원민족주의가 재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 경제 애국주의가 중시될 경우 무역 장벽과 자국의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통한 보호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1920년대 이후 세계 각국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내리는 과정에서 세계 경기가 장기간 침체 국면에 빠졌던 당시와 비교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따라서 앞으로 국제 환율은 어느 특정 통화가 일방적으로 강세 혹은 약세가 되기보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하 움직임이 크게 확대되는 국면이 예상된다.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글로벌 불균형 정도가 워낙 큰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 안정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달러가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앞으로 어느 정도는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원화 강세와 환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경영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