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와인과 음악 즐기세요
경기도 분당 백현사거리에 있는 삼성퍼스티플러스. 이곳 1층에 와인바 보데가(Bodega)가 자리 잡고 있다. 보데가는 스페인어로 와인 저장고라는 뜻. 지난 9월말 문을 연 이곳에선 흥겨운 재즈와 올드팝이 흘러나온다.보데가에서 잔으로 파는 와인은 15가지에 이른다.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이집트 콩을 갈아서 만든 안주인 허머스나 그릴에 앞뒤를 한꺼번에 익힌 샌드위치인 파니니, 올리브 타파네이드(잘게 다져서 만든 요리)와 같은 정통 와인 안주를 갖추고 있다.스템(목)이 없는 리델 ‘오’ 시리즈 와인 잔을 사용하는 것도 보데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와인 리스트에는 칠레의 돈 멜초르와 같은 고가 와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한 병에 3만 원에서 9만 원 사이다. 잔으로 판매하는 와인은 6000원에서 1만1000원 사이. 안주 가격은 대부분 6000원이며 2000원짜리도 있다. 퇴근 후 가벼운 마음으로 바에 앉아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이는 보데가를 운영하는 최선명 매니저의 바람이기도 하다. 보데가(www.bodegawine.co.kr,031-712-1029)는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와인바’이며, ‘편하고 쿨하게 지인들과 부담 없이 즐기는 곳’이다. 가격과 형식의 거품을 뺀 곳이어서 와인을 처음 즐기는 초보자들도 주눅 들지 않고 즐길 수 있다.최 매니저의 이력 역시 독특하다. 1981년 예원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피바디예비학교, 피바디음악원을 졸업하고 남가주대학(USC)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친 최 매니저의 전공은 피아노. 와인과 인연 맺은 것은 대학 재학 중 우연한 기회에 와인 클래스를 택하면서부터였다. 대학원 과정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로 옮겨온 후 수시로 와이너리들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에 빠져들게 됐다. 로스앤젤레스시립대(LACC)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 중 미주 한국일보 푸드섹션에 매주 통판으로 와인 칼럼을 연재했고, 이를 통해 몇 안 되는 동양계 와인 칼럼니스트로 미주 와인 업계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 됐다.“와인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든 이들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와인을 통해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라고 최 매니저는 말한다.약 2년 동안 미국 내 와인바 트렌드를 조사한 후 컨셉트를 잡았다는 최 매니저는 “미국에서도 와인바 붐이 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수년간 대도시에 와인바가 많이 생겼다”며 “전에는 대도시 공항에서 맥주나 위스키를 팔던 바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커피 스탠드처럼 깔끔하게 꾸민 와인바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최 매니저는 대도시 와인바들은 예전처럼 고급스럽게 라운지 형식으로 꾸미고 값비싼 와인을 파는 곳들보다는, 잔으로 판매하면서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구비해 놓은 곳들이 훨씬 더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한다. 이제 한국에서도 와인 소비가 늘면서 점점 더 맛있고 부담 없는 가격대의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는 최 매니저는 보데가와 같은 와인바가 많이 생겨 국내 와인 저변 확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최 매니저가 추천하는 와인은 스페인 후미야 지방의 핀카 루존과 알토스 데 루존, 프랑스 보르도지방 오메독의 샤토 다가삭, 뉴질랜드 말보로지방의 킴크로포드 소비뇽블랑, 미국 소노마 러시안밸리지역 제이 피노누아 등이다. 보데가는 연중 무휴로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일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약력: 1985년 미국 피바디예비학교 졸업. 89년 피바디음악원 졸업. 94년 남가주대학(USC) 석사. 2003년 남가주대학(USC) 박사과정 수료(전공 피아노)©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