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양극화…유행 좇는 ‘쏠림창업’ 여전

창업시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자금력이 약한 창업자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가뭄에는 물고기가 한곳으로 모이듯 불경기에는 이른바 좋은 상권으로 돈이 몰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해마다 한두 가지 아이템들이 등장, 업종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올해는 업종의 리뉴얼과 복합화가 대세를 이뤘다. 여기에 고질적인 병폐인 쏠림 창업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저가 트렌드 ‘강세’ = 올 창업시장의 가장 확실한 트렌드는 바로 저가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보장되는 곳을 선호한다. 창업자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저가로 많이 팔면 되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경비는 결국 창업자의 순이익 구조를 깨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저가를 주도한 대표적 업종은 지난해부터 성장을 거듭해 온 삼겹살전문점이다. 여기에 퓨전주점과 막걸리전문점이 가세하면서 저가 트렌드가 전 업종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가 전략은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인건비나 임대비용 등 유지 비용 지출이 많아 노력한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게다가 유동인구가 확보되지 않는 상권에서는 이조차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초기 창업비용이 많이 들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흠이다. 장기적으로 저가 전략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며, 하더라도 메뉴 가격대를 저가 중가 고가로 다양하게 조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업종 쏠림 현상 여전해 = 업종의 쏠림 현상은 창업시장의 안정적 기반 구축과 상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과제다. 올해의 가장 대표적 쏠림 업종은 바로 막걸리전문점이다. 올 초부터 불기 시작한 막걸리전문점 바람은 불과 수개월 만에 20여 개의 브랜드를 쏟아냈다.특히 대구에서 상경한 막걸리전문점이 상반기부터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대표 주자로 급부상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런 혹평 속에서도 막걸리전문점은 급성장했으며, 올해 동절기가 존속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막걸리전문점이 주점 업종의 창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 서민 메뉴라는 것도 있지만 맥주와 소주 와인 이외 주종의 차별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게 크다. 여기에 새로운 형태의 주점이라는 이유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예비 창업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지금은 동일 상권에 유사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제 살 깎기에 들어갔으며, 업종의 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안정적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저가 쇠고기전문점 약진 = 그동안 엄청난 성장을 구가하던 저가형 삼겹살전문점이 성장기를 지나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틈새를 노리면서 등장한 것이 저가형 쇠고기전문점이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라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무기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장에 돌입했다.이는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통해 안정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단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 문제가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아 프랜차이즈 본사는 또 다른 고민에 봉착하게 됐다. 그러나 육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외식 아이템으로, 그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리 잡은 삼겹살전문점의 새로운 변신과 저가형 쇠고기전문점의 뜨거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치킨전문점의 고민 = 전형적인 소자본 아이템으로 예비 창업자들의 영원한 인기 아이템으로 인정받아 오던 치킨은 동절기만 되면 나타나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다. 올해 업계는 조리 방식을 달리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치킨전문점은 배달전문점과 치킨호프전문점 두 가지로 나뉜다. 배달전문점은 이미 포화 상태로 큰 틀의 변화보다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 유리하며, 치킨호프집은 기존 독립 점포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이미지가 걸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킨집의 치킨 맛과 생맥주전문점의 생맥주 맛을 보다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는 치킨호프집의 업그레이드 형인 ‘치킨생맥주전문점’이 등장,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소자본 초보 창업자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킨 업종은 리뉴얼과 업그레이드, 퓨전으로 새롭게 시장을 노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해물전문점 ‘각광’ = 웰빙은 올해에도 여전히 창업의 중요한 화두였다. 이는 해물 관련 업종들의 부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웰빙을 등에 업고 해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물을 테마로 한 주점, 뷔페, 레스토랑, 샤부샤부 등 해물전문점들이 속속 등장했다.지금까지는 전통적 해물전문점인 횟집의 한 메뉴로 인식되던 초밥은 초밥전문점으로 당당히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골라먹는 재미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해물 관련 아이템들은 조리 방법이나 운영 노하우, 그리고 재료 수급 문제 등이 타 업종에 비해 어려워 소자본 초보 창업자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업종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테이크아웃 업종 확대 = 테이크아웃의 대명사는 커피다. 그러나 올해에는 치킨 피자 등 전형적인 배달 아이템이던 것이 테이크아웃 형태로 변신하면서 창업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저가형 테이크아웃 치킨전문점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안정적인 재료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피자는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의 배달 피자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배달전문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가격으로 보상하는 것이 이 업종의 성장 배경이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소비자들은 직접 사가지고 가는 불편을 가격으로 보상받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경기가 호전될 경우 이 업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지만 현 상황에서는 생계형 창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지금까지 2006년에 나타난 업종별 특징이나 창업 관행에 대해 살펴보았다. 창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창업의 목적을 돈으로 생각한다. 물론 돈이 없으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창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오는 손님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다 보니 돈이 벌리더라는 것이다.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구나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은 단거리 경기가 아니다. 마라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창업 환경을 철저히 분석한 후 내가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창업의 초석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