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폴슨(미국 재무장관)은 기착지를 잘못 골랐다.’지난 14일 열린 미·중 전략 경제회의에 세계 경제계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무역흑자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최고위급 회의를 추진했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했던 곳은 중국이 아닌 중동이라는 지적이다.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적자와 세계 경제 불균형의 발원지는 중국보다는 중동이라고 주장한다. 유가 상승으로 오일 달러의 위력과 중동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금융시장 영향력이 점증하고 있는데 중국의 흑자와 저평가된 위안화에만 시각이 고정돼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위안화보다 중동 국가들의 고정환율제(달러페그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위안화는 지난 9월 이후 벌써 7%가량 인상됐지만 중동 국가들의 화폐가치는 달러에 고정(페그)돼 있어 더 문제라는 것이다.간단한 데이터만 살펴봐도 중동의 위력과 위험성은 적지 않다. 석유를 수출하는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무역흑자는 총 5000억 달러로 중국을 능가한다.석유수출국의 무역흑자 중 절반가량은 중동 국가들이 기록한 것이다. 2002년 300억 달러에서 올해 2800억 달러로 9배나 늘어났다. 경제 규모에 비하면 너무 과도한 흑자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의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해 중국의 8%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이 오히려 적정해 보인다. 이런 흑자는 국제자본 흐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올바른 정책적 처방이 없으면 폴슨 장관의 글로벌 불균형 시정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우려다.물론 석유 수출 대금이 대부분 정부의 석유안정화 펀드나 투자 펀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부다비 투자청 같은 곳이 중국인민은행보다 훨씬 비밀스럽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만큼 위험을 자각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글로벌 경제 균형에도 장애유가 강세와 이에 따른 과다한 흑자 현상은 오래가지 않아 해결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석유 공급이 빠듯해 당분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유가 평균의 세배 수준이다. 석유 수출 국가들은 과거 붐 때와 달리 석유 판매수입으로 지출을 늘리지 않고 저축으로 쌓기만 한다. 유가가 안정되면 중동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가 줄겠지만 그래도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이런 오일 달러의 급팽창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하나는 금융시장의 거품을 일으키는 원천이 된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유가증권을 미국 중개회사나 딜러들로부터 직접 사들이는데 비해 중동 국가들은 런던의 중간상을 통해 사기 때문에 진짜 소유 여부가 감춰져 있다. 역시 자금흐름을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석유 수출 흑자 자금은 또 주식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동산 등에도 몰려들고 있다. 1970년대에 석유 달러는 서구 은행들에 예치됐는데 이 돈이 개도국에 너무 풀려 남미 외채 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금융시장이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넘치는 자금이 다른 종류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두 번째로 중동 국가들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UAE 등의 화폐가치는 달러에 고정돼 있다. 위안화보다 더 저평가됐을 수도 있다. 달러에 페그돼 있을 때 유가가 오르면 석유수출국의 실질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국에 인플레가 유발되고 신용 버블도 만들어진다. 약달러에 페그돼 있으면 수입수요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상수지가 균형을 되찾는 것을 방해한다.이코노미스트는 그래서 ‘폴슨 장관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개선하려면 중국 방문 일정을 줄이고 돌아오는 길에 중동에 들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동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화약고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계에 일 수 있는 쓰나미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충고를 귀담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