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는 타워스페린과 공동으로 매년 그해 최고의 CEO를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 2000년 시작해 올해로 7번째다. 지난해까지는 전문가 평가를 통해 ‘올해의 CEO(1~5위)’, ‘베스트 CEO(6~10위)’, ‘주목할 만한 CEO(11~20위)’로 나눠 총 20개 기업 CEO를 수상자로 뽑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선정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수상자 수를 절반으로 대폭 줄이고, ‘올해의 CEO’는 최고점수를 받은 단 한명에게만 주기로 했다. 나머지 2~10위까지는 ‘베스트 CEO’로 구분했다. 그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CEO를 선정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려는 의도다.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16~30일 15일간 이뤄졌으며, 100명의 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올해의 CEO=한층 의미가 커진 ‘올해의 CEO’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선정됐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최고점을 얻으며 아성을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주주중시 경영’과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주력 수출 업종의 전반적 부진 속에서도 ‘재무성과’부문에서 선전했다. 철강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지난해 말 이 회장은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향후 2년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힘든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한발 앞서 경고하고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조직을 다잡았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널 만큼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글로벌 전략만큼은 강하게 밀어붙였다.◇베스트 CEO=‘베스트 CEO’에는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상 가나다순) 등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위권과 비교하면,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김범수 NHN 사장,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4명이 빠지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찼다.1999년 매출 3조 원대의 신세계를 맡아 12조 원대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구학서 부회장은 최근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오너급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올해에도 8200억 원대의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성공 시키며 공격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구 부회장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내수 부진, 노조 파업, 원화 강세라는 악조건을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글로벌화 전략으로 돌파해 호평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베라크루즈 등 럭셔리 브랜드 출시, 해외 공장 신증설로 ‘2010년 글로벌 톱5’ 목표를 2009년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8개 평가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얻었으며, 특히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주주중시 경영’, ‘재무성과’에서 점수가 높았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자산 129조 원의 금융그룹을 일궈냈다. 올해 관심을 모은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발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려 동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 LG’의 선봉장이다. 올 상반기 휴대폰 부문의 극심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3분기 이후 판매가 살아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6시그마와 현장 경영이 트레이드마크다. 8개 평가 항목에서 고르게 득점했으며, 특히 ‘윤리의식’, ‘재무성과’, ‘이사회와의 관계’, ‘리더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전의 승리자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우량 금융사로 재탄생한 LG카드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국내 2위 금융그룹으로서의 지위를 확실하게 굳히고, 국민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겨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은 20년간 수출 전선을 누빈 종합상사 출신이다. ‘금호 최고의 영업통’으로 통하는 박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지난 11월 그룹 차원에서 책임 경영제가 도입되면서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에 올랐다.신헌철 SK㈜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다. 2004년 신 사장이 취임한 이후 SK㈜는 영업력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정유사들이 정제 마진 악화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SK㈜는 예외였다. 신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 다각화 덕분이었다.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CEO’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최고 득점으로 ‘올해의 CEO’에 선정됐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베스트 CEO’에 만족해야 했다. 제조업군을 평가한 50명의 평가위원 중 17명이 윤 부회장을 최고의 CEO로 추천했지만 점수는 지난해에 비해 박했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 최고의 ‘스타 CEO’로 불린다. 2004년 잘나가던 삼성증권 사장 자리를 미련 없이 버리고 우리금융지주로 옮긴 황 회장은 인사 시스템 혁신, 인재 육성, 성과주의 정착, 중소기업 지원 등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