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와 세계의 대표적 명문가를 선정해 이들의 자녀교육법을 담은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썼다. 이들 책을 쓰면서 과연 명문가와 일반 가정과는 무엇이 구별되는지, 무엇이 명가를 만드는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됐다. 결론은 가정을 이끄는 가부장적 리더들이 한결같이 섬세하게 배려하는 여성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퇴계 이황은 이미 500년 전에 여성성을 특징으로 하는 ‘엄마형 리더십’을 발휘했다. 퇴계는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후손들에게 닭고기를 보내면서 훈계와 함께 공부를 독려할 정도로 섬세하게 배려하는 리더였다. 이러한 엄마형 리더십은 퇴계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케네디가 등 동서양의 세계적 명문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덕목이었다.이에 견주어 볼 때 앞으로 자녀 교육에 성공하고 명문가의 초석을 다지려면 남성들이 기존의 전통적 남성성인 가부장적 사고를 버리고 섬세하게 배려하며 이끄는 여성성의 장점을 흡수해야 한다. 이른바 ‘엄마형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엄마형 리더’들이 만든 명문가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필자는 동서양 명문가들에서 발견되는 덕목을 ▲비전 공유 ▲멘토의 솔선수범 ▲인간관계·인적 네트워크 ▲세대를 잇는 단계적 접근 ▲가문에 대한 자긍심 등 다섯 가지로 대별할 수 있었다.1. 비전공유명문가는 궁합이 잘 맞는 부모와 자녀, 세대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간에 사이가 유독 좋은 집안이 있다.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무엇이든지 털어놓고 물어본다. 이야기 샘이 마를 날이 없다. 집안은 항상 웃음이 넘치고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이런 밝은 가정에서 인재가 나온다. 부부간에도 궁합이 좋아야 원만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듯이 부모자녀간에도 마찬가지다.궁합이 좋은 부부 사이에서 자라면 부모자녀간에도 궁합이 대체로 좋다. 서로 배려해 주고 이끌어 주고 밀어 주는 분위기는 대인관계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사회적 덕목을 가정에서부터 배우고 익힌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배려할 줄 알고 신뢰받는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세계적 명문가의 공통점은 바로 부부 사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간, 형제자매간에도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가문들이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정의 화목 없이는 큰일을 이룰 수 없다. 명문가에서는 어려운 환경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데 결코 장애물이 될 수 없었고 가족간 화합으로 이를 이겨낼 수 있었다.혹자는 “가족 해체 시대에 웬 가족타령이냐?”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스스로도 이런 우문(愚問)을 해볼 때가 있다. 21세기의 대세는 가족 해체이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욕망 추구가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존재는 점점 그 그림자가 옅어져 가고 있는 게 대세인 것이다.하지만 가족 해체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가족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강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에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독일의 프랑크 쉬르마허가 쓴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를 보면 가족이 위기 시 얼마나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니는가를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미국 서부개척시대였던 1846년 81명의 일행이 캘리포니아 주를 향해 길을 떠났다. 일행 중에는 12명과 8명 등의 대가족들과 혼자 여행하는 사람 몇 명, 이 지역 지리에 밝은 안내인도 끼어 있었다. 희망에 차 길을 나섰던 이들은 11월에 돈너계곡에서 그만 발이 묶이고 만다. 눈 폭풍에 갇혀 도저히 산을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1847년 4월 25일 40여 명이 구조됐다. 상식적으로 젊은 청년들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이들은 거의 대부분 사망했다. 하지만 가족이 있던 노인과 병자, 어린아이들이 오랫동안 목숨을 부지했고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위기 시 생존할 수 있었던 결정적 조건이 바로 가족이었다고 결론짓는다. 가족과 함께 있었느냐, 혼자 있었느냐가 생존을 좌우한 유일한 이유였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가족이 사라지고 있는가 하면 형제자매가 없는 청소년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족은 생존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공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기가 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이화여대)는 “이제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대가족의 화합이 무기가 되고 경쟁력이 된 세계적인 사례로는 케네디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을 배출한 케네디가는 특히 아홉 명의 형제자매들이 바로 ‘자산’이 된 대표적 경우다.케네디가는 특히 부모자녀간 좋은 궁합을 통해 자녀 교육에 성공한 가정으로 꼽힌다. 아홉 명의 자녀를 둔 케네디가의 자녀 교육의 원칙으로는 “이등은 없다. 오직 일등만이 있다”는 1등주의를 들 수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방침(일등주의)에 적극 동참했다. 먼저 부모는 자녀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함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적이 자신들의 적이라고 인식했다. 가족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돌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대통령 선거 때에는 9명의 형제자매가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운동을 했고 결국 대통령을 탄생시켰다.케네디가는 좋은 궁합을 만들기 위해 식사시간을 잘 활용했다. 오늘날에도 가족간 대화를 위해서는 식사시간에 TV를 보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머니 로즈 여사는 식사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다. 또 식사시간에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끌었는데, 이는 훗날 케네디가 닉슨과의 토론에서 압도하는 결정적 무기가 됐다.재벌 회장이었던 케네디 아버지는 바깥에서 일어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식사 때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만난 사람, 투자나 경제 이야기, 사업이나 회사와 관련된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아버지는 출장 중에도 자녀에게 전화해 수시로 관심을 보이면서 좋은 궁합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오늘날 출장 중에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꼼꼼하게 챙기는 직장인들이나 기업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부부도 궁합이 좋지 않으면 파경에 이르기 십상이다. 자녀 교육에도 부모자녀간, 형제자매간 좋은 궁합이 필수적이다. 부모자녀간 좋은 궁합에는 특히 목표에 대한 공유, 의기투합과 일치가 관건이다. 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자녀는 노력으로 보답할 때 부모자녀간 좋은 궁합을 유지할 수 있다. 부모가 이끌어주고 자녀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열성적으로 따라줄 때 서로 신명이 나게 마련이다.세대간 공동의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지 못할 경우 자녀가 성공해도 부모자녀 관계는 파탄나기 쉽다.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MIT 교수를 지낸 존 도너번은 컨설팅 업체를 경영하는 억만장자로 케네디가를 흠모한 나머지 MIT에 전 재산을 기부하려 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이에 반발해 재산을 둘러싸고 급기야 아버지가 자녀로부터 청부살해당할 뻔했다며 장남을 고소하는 사건으로 비화했다.부모자녀간에 좋은 궁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대간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다. 또 가문의 원칙과 비전 공유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돈에 대한 세대간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대간 돈에 대한 원칙이 공유되지 않으면 재산은 뜬구름과 같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빌 게이츠 가문은 돈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공유한 대표적 가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 가문은 시카고의 은행가 가문일 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또한 50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지닌 세계 최고의 갑부다. 그렇지만 이 가문은 돈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다. 변호사인 빌 게이츠 아버지는 상속세 폐지 반대에 앞장서면서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아이는 결코 창의적인 아이로 자라지 못하고 또 큰돈을 벌지 못한다”면서 빌 게이츠에게도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심어줬다.빌 게이츠 또한 자녀들에게 이러한 철학을 대물림하고 있다. “나는 내 돈의 대부분을 내가 믿는 대의를 위해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 딱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식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서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는 돈 때문에 풍비박산 난 도너번 일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돈에 대한 원칙과 철학 공유는 가족간 좋은 궁합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가족간 좋은 궁합은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가문의 성공에 가장 선행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2. 멘토의 솔선수범세계적인 명문가들은 부모가 솔선수범으로 본보기를 보이면서 평생 자녀의 멘토 역할을 다했다. 똑똑한 아빠는 똑똑한 아빠대로, 부자 아빠는 부자 아빠대로, 가난한 아빠는 가난한 아빠대로 멘토 역할에 충실했다. 평생 후원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윈 가문과 퀴리 가문에서는 자녀들을 과학자로 키우려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늘 꽃과 자연을 관찰할 수 있게 하면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길러줬다. 다윈의 아버지는 다윈이 과학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줬다. 퀴리가는 대대로 여성 과학자를 배출해 전 세계 여성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먼저 부모는 자녀 교육의 본보기가 되었다. 톨스토이나 타고르, 러셀은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타고르는 10대 때 아버지와 대자연속으로 여행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톨스토이와 타고르가 만든 학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로 발전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명문가들의 사례를 보면 부모의 좋은 습관만큼 좋은 본보기교육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톨스토이는 평생 일기 쓰는 습관을 본보기로 보여줬다. 톨스토이는 열아홉 살 때 시작해 죽는 날까지 60여년 동안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 쓰기는 자신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600년 명문가의 후손이었지만 어릴 때 부모가 모두 죽고 고아나 다름없이 자랐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와 독학했다. 평생 학교 졸업장이 한 장도 없는 톨스토이지만 일기 쓰기를 하면서 대문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톨스토이의 아내와 9명의 자녀들 또한 일기 쓰기를 대물림했다. 심지어 사위를 비롯해 톨스토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기를 썼다. 이들은 특히 톨스토이와 관련한 모든 일상을 자신들의 일기에 기록했다. 톨스토이 사후 경쟁적으로 회고록이 출간된 것은 바로 일기 덕분이었다.퀴리가는 퀴리 부인이 1903년 물리학상과 1911년 화학상을 수상해 노벨상 2관왕에 오른 ‘노벨상 명문가’로 통한다. 퀴리 부부는 평등 부부의 정신을 실천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과학에 대한 열정과 함께 평등 부부 정신도 대물림해 그의 딸 이렌 부부도 1935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해 2대 부부 공동 노벨상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이렌의 딸 엘렌도 물리학자이고 또 엘렌의 두 아들도 물리학자로 4대째 과학자를 배출했다. 이는 공동 연구한 부인과 이혼한 아인슈타인과는 대조적이다. 아인슈타인의 아들은 부모의 이혼에 충격을 받고 평생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톨스토이와 퀴리 등은 자녀에게 본보기를 보이면서 멘토의 역할을 다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명문가에서도 발견되는 덕목이다. 다산 정약용은 36세에 황해도 곡산부사로 부임했을 때 두 아들을 위해 두 수레 가득 책을 싣고 와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이라고 이름 붙인 공부방을 직접 꾸며주면서 자녀에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서향묵미각은 책의 향기와 먹의 맛이 있는 방이라는 뜻이다. 또한 다산은 성호 이익을 ‘역할모델’로 삼아 학문에 정진해 18여년간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대학자가 됐다. 다산은 불우한 환경과 악조건에서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을 일으켜 세운 성호에 대한 이야기를 두 아들에게 자주 들려줬다. 성호는 진주목사를 지낸 아버지가 귀양살이를 한 평안도 영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부친이 사망하고 둘째 형 이잠마저 자신이 올린 상소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개인적 불행을 극복하고 학자로 우뚝 선 인물이다.3. 인간관계·인적 네트워크좋은 인간관계는 지식교육 위주의 오늘날에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포브스지의 ‘좋은 CEO가 되기 위한 자질’ 설문조사에서도 ‘인간관계 능력’을 1위로 꼽고 있다. 또한 ‘감성지능’을 강조한 대니얼 골만은 21세기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인간관계 패러다임을 사회지능인 ‘SQ(Social Quotient)’로 명명하고 있다. 사회지능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뜻한다.사회지능의 핵심은 다름 아닌 좋은 인간관계 능력과 이를 통해 형성하는 인적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케네디가가 명문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다름 아닌 인적 네트워크의 중시에서 찾을 수 있다. 케네디의 할아버지는 아일랜드인을 멸시하는 영국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을 친구로 사귀어야 한다며 아들에게 하버드대 진학을 권유했다. 케네디의 아버지에 이어 케네디 4형제가 하버드대에 진학함으로써 명문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아일랜드계의 종교는 가톨릭으로, 기독교 계통인 하버드대 진학을 꺼렸지만 케네디가는 종교적 차이를 극복하고 하버드대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즉 하버드대에서 당시 미국 명문가들의 자녀들인 영국인들과 함께 공부하고 친구로 사귀어 나중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케네디 아버지가 하버드대를 나와 아일랜드계 최초로 은행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름 아닌 하버드대 인맥이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빌 게이츠 또한 명문학교 인맥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창업하고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흔히 빌 게이츠는 고등학교와 대학 때 만난 두 명의 친구가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우리가 아직 십대였을 때, 폴 앨런은 나에게 컴퓨터 하드웨어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목숨을 걸라고 격려해 줬다.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그토록 젊은 나이에 친구 때문에 나를 완전히 매혹시키는 무언가를 발견했으니 말이다.”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220억 달러, 세계 6위 갑부)은 시애틀 사립 명문인 레이크사이드에 다닐 때의 친구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폴 앨런은 워싱턴주립대를 각각 중퇴하고 20세에 사업의 동반자로 다시 만나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또한 현재 MS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발머(140억 달러, 24위)는 하버드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다. 구글(Google)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128억 달러)와 세르게이 브린(129억 달러)도 스탠퍼드대 동창이다.이 밖에 유대인 명문가로 세계 최대의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먼저 귀족들과의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우선되면 자연스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돈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해 300년을 이어오고 있다. 또 스웨덴의 경주 최부잣집에 비유될 수 있는 발렌베리가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인맥을 쌓아야 했다.우리나라에서 퇴계는 이미 500년 전에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녀 교육에 적용했다. 퇴계는 아들과 손자를 제자와 연결, 제자와 제자끼리 함께 공부하도록 했고 700명의 제자를 배출해 거대한 영남학파를 만들었다.4. 세대를 잇는 단계적 접근명문가들은 목표를 정하면 결코 서두르지 않고 세대를 이어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대부분의 명문가는 가문의 기획자이자 CEO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이들 기획자들은 자녀 교육에서 조급함과 속성주의를 경계하고 목표와 비전 공유를 바탕으로 세대를 이어 단계적 접근할 것을 강조한다. 후손들 역시 그 원칙을 따르면서 자녀 교육에 임한다.명문가들은 한 세대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1대=재물을 모으면서 부를 축적. 원칙(가풍)을 정하고 실천하며 이를 대물림하기 시작. 특히 이웃을 위해 적선과 배려를 실천하며 ‘가문이기주의’ 경계.■ 2대=이웃을 위한 적선과 배려를 대물림하고 아울러 자녀 교육에 심혈, 큰 인물 배출 위해 노력.■ 3대=정치가나 학자 등 큰 인물을 배출하며 명문가 반열에 진입. 세대간 원칙 공유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 노력.케네디가는 4대에 걸쳐 단계적으로 접근해 농부에서 미국 대통령 가문으로 최고의 명가를 이뤘다. 케네디가는 정치 명문가를 이루기 위해 먼저 백만장자와 국회의원을 목표로 삼았다. 3대째 끝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아일랜드 농부가 미국에 이민 온 지 3대 110년만의 일이었다.■ 1대(케네디 증조부)=가난한 농부의 아들,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2대(케네디 조부)=초등학교 중퇴, 술장사를 하면서 주의원에 당선되며 정치가로 첫발(정치가 가문 초석).■ 3대(케네디 아버지)=하버드대를 졸업하며 인맥 네트워크 구축. 은행장에 재벌 사업가, 외교관(영국 대사), 대통령후보에 물망(2대째 정치가 가문).■ 4대(케네디)=4형제 모두 하버드대 졸업. 케네디는 국회의원에 이어 최연소 미국 대통령에 당선(3대째 세계적 정치가 가문 이룸).다윈가는 할아버지 때부터 진화론을 연구하기 시작해 가문의 학문(가학)으로 대대로 공부해 5대째 연구를 이어가며 진화론을 완성했다.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주노미아>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진화론을 제기했다. 이 책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손자인 다윈은 할아버지의 책에 감명 받아 진화론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아들과 진화론을 공동 연구하기도 했다. 손녀는 다윈의 자서전을 출간해 당시 기독교 세계관에 묻혀 삭제된 다윈의 진화론을 모두 자서전에 실어 세상에 알렸다.이와 같이 세계적 명문가들은 부모자녀간에 목표와 비전을 공유해 서두르지 않고 세대를 이어 장기적으로 접근해 큰 인물을 배출하고 명문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5. 가문에 대한 자긍심대대로 내려오는 기품 있는 가문의 전통이 큰 인물로 키워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00년 명문가의 후손인 톨스토이와 러셀은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도 명가의 자긍심이 뒷받침돼 어려움을 이겨내고 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큰 인물이 됐다.영국의 600년 명문가인 러셀은 선조들의 진보적인 가풍을 물려받아 그 역시 진보주의적 철학자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 선거법 개정과 계약결혼과 같은 시대를 앞선 주장은 러셀가에서 처음 나왔다. 러셀가는 대대로 진보주의적 가풍 이어왔는데 러셀의 할아버지 존 러셀은 영국 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한 진보주의 정치인이다. 아버지 또한 존 스튜어트 밀과 친구로 밀은 후에 러셀의 대부가 되었다. 러셀이 ‘계약결혼’을 처음 주장한 것은 이러한 진보적 가풍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가문의 자긍심은 이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을 비롯해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빌 게이츠(William Gates III) 등은 선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가문에 대한 자긍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퀴리의 딸 이렌 부부의 경우 남편인 졸리오는 퀴리가의 학문적 가풍에 매료돼 ‘졸리오-퀴리’로 성을 바꾸기도 했다. 반면 피카소는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아버지와의 불화로 아버지 성을 버리고 어머니 성을 따랐다.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자녀를 진정으로 큰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 공부하게 해보자. 공자나 톨스토이, 퇴계 이황 등 큰 인물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도 혼자 공부해 이름을 세상에 떨쳤다. 더욱이 이들은 모두 어릴 때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고 힘들게 자랐다. 이런 점에서 명문가를 일군 이들의 삶은 힘들게 자녀를 키우는 모든 학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케네디가 등 세계적 명문가의 경우 대부분 고난 속에서 큰 인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와 같이 때로는 가난과 열등의식이 헝그리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작용해 큰 인물로 만드는데 밑바탕이 됐던 것이다. 공자가 55세에 여행을 떠나 14년간 주유천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세계적 명문가들은 부모의 힘만으로, 또는 자녀의 힘만으로 명문가가 된 경우는 결코 없다. 부모와 자녀, 세대간에 힘을 모아 합작해야 명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명문가는 부모와 자녀간의, 세대간의 합작품인 것이다. 좋은 궁합을 바탕으로 화합하는 가정을 이루면서 서로 의기투합해야 인재를 배출할 수 있고 또 명문가에 올라 귀감이 되는 가문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동서고금의 명문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명문가의 중심에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가 자녀 교육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버지들은 공통적으로 ‘엄마형 리더십’의 소유자들이었다. 다시 말해 명문가의 중심에는 자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아버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아버지는 ‘군림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 같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엄마 같은 아버지의 역할을 하느냐 여부가 자녀 교육의 성공뿐만 아니라 명가로 도약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앞으로 가족 해체가 더 극성을 부릴수록 가족 공동체를 희구하는 이들 또한 늘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