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낙점’… 56.6%

‘최고의 대통령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고의 대통령감으로 선정됐다. 그것도 2위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표를 받은 압도적 우위였다. 전체 응답자 152명 가운데 86명이 이 전 시장을 뽑아 56.6%의 지지율을 보였다. 24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15.8%의 추천을 받았다. 고건 전 총리는 11.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7.9%의 표를 받아 각각 3, 4위에 올랐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5.3%),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3%),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0.7%)은 최하위권을 형성하는 ‘망신’을 당했다.‘학계는 고건을 싫어해’이 전 시장은 학계, 기업, 언론, 경제 관련 기관, 경제부처 공무원 등 5개 그룹 모두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학계(63.3%)와 기업(61.8%)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관심을 모은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내는 등 풍부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력을 감안하면 기업의 지지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최근 강연을 통해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과 정부의 기업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기업과 공감대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는 평이다.학계가 이 전 시장을 미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학계의 41.9%는 이 전 시장이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의 경험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34.9%나 됐다. 추진력(22.1%), 서울시장 경험(19.8%)도 이 전 시장의 장점으로 꼽혔다.2위에 오른 손 전 지사도 학계와 기업에서 상당한 추천을 받았다. 지지율이 각각 20.0%와 22.6%로 전체 지지율인 15.8%를 앞질렀다. 하지만 언론에선 6.5%의 추천에 그쳐 눈길을 끈다.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손 전 지사의 최대 강점으로 ‘투명성’(20.8%)이 꼽힌다. 하지만 이를 차기 대통령감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 언론계 인사는 고작 3.2%에 불과했다. 언론이 주목하는 능력과 손 전 지사의 장점이 괴리를 보인 것이다.반면 고 전 총리는 언론계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았다. 고 전 총리의 전체 지지율인 11.2%의 갑절이 넘는 25.8%의 지지를 언론계에서 받은 것이다. 그 이유는 손 전 지사의 경우와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언론계 인사들은 안정감이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목했는데(12.9%) 이 점은 고 전 총리의 최대 장점(23.5%)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행정경험(23.5%)도 고 전 총리의 강점으로 부각됐다.1위와 2위가 각 부문에서 고른 득표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3위 이하에선 표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이채롭다. 고 전 총리는 학계에서 단 1표도 얻지 못했고 박 전 대표는 언론계에서 0표를 기록했다.경제 전문가들이 차기 대통령의 소양으로 거론한 요인들은 주로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경제 지식이 풍부한 점(25.0%), 기업 경험이 있다는 점(19.7%) 등이 그렇다. 이 전 시장이 타 후보를 크게 앞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소임은 경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챙기고 살펴야 할 것이 숱하게 많다. 한마디로 사통팔달, 만물박사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갖춰야 할 국정 수행 능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63.2%). 투자부진, 내수경기 위축, 중국 등 새로운 경쟁자들의 위협으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마당이니 경제 부흥의 불길을 지필 지도자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서민 대책 부문 박빙의 대결경제 발전 못지않게 ‘서민생활 대책 및 경제정의실천’ 능력도 중요한 자질로 지적됐다(21.7%). 고용 불안, 집값 폭등, 소득 양극화 등으로 대변되는 서민 경제의 위기를 어떡하든 수습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사회 안정과 질서유지(5.3%), 정치 발전 및 민주주의 실현(4.6), 북핵문제 해결 등 안보 및 외교력(2.6%), 교육과 인재 양성(1.3%) 등에 대한 능력도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 꼽혔다.그렇다면 누가 가장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경제 발전 부문에선 단연 이 전 시장이 발군이라고 평가됐다. 무려 81.6%의 득표율을 과시했다. 연령과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최고의 경제 대통령감’으로 뽑혔다. 고 전 총리(7.9%), 손 전 지사(5.9%), 박 전 대표(2.0%) 등의 점수는 극히 저조했다.‘전체적으로 경제 문제를 가장 잘 다룰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항목에서도 이와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은 67.1%의 추천을 받아 고 전 총리(12.5%), 손 전 지사(11.8%), 김 의장(3.9%), 박 전 대표(3.9%), 정 전 의장(0.8%)을 크게 앞질렀다.두 번째로 중요한 자질로 지목된 ‘서민생활 대책 및 경제 정의 실천’ 부문에서 비교적 박빙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 부문에서도 이 전 시장이 1위에 올랐지만 추천 빈도는 32.9%에 머물렀다. 성장엔 강하겠지만 분배엔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란 해석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2위인 김 의장은 23.0%의 지지를 받았고 손 전 지사는 19.1%의 표를 얻어 3위에 올랐다. 고 전 총리(11.8%), 박 전 대표(6.6%)가 그 뒤를 이었다.흥미로운 사실은 전문가 그룹에 따라 ‘예비 대선후보들’의 득표율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경제 발전에서 이 전 시장이 모든 그룹에서 큰 차이로 경쟁자들을 따돌렸지만 이 부문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학계에선 손 전 지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33.3%)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김 의장을 최고의 인물로 꼽았다(36.7%). 이 전 시장은 기업(38.7%)과 언론(45.2%), 경제 관련 기관(43.3%)에서 1위를 기록했다.‘사회 안정 및 질서유지’, ‘정치 발전 및 민주주의 실현’ 등에서도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각 예비후보들에 대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 안정 부문에선 안정성이 돋보이는 고 전 총리가, 정치 발전 부문에서 손 전 지사가 각각 1위에 오른 것이다.우선 ‘사회 안정 및 질서유지’ 부문에선 이 전 시장(32.9%), 고 전 총리(29.6%)가 근소한 차이로 1, 2위에 올랐다. 고 전 총리의 안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도 21.7%의 표를 얻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손 전 지사는 7.9%의 지지에 그쳤다.‘정치 발전 및 민주주의 실현’에선 손 전 지사가 23.7%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특히 학계에서 53.3%라는 몰표를 받아 주목된다. 손 전 지사에 이어 김 의장이 득표율 22.4%로 2위에 올랐고 20.4%의 추천을 받은 고 전 총리가 3위를 기록했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1위 내지 최상위권에 오른 이 전 시장은 이 부문에서 9.2%만을 얻는데 그쳐 5위로 처졌다.개인의 전문성이나 소신, 경험이 훌륭한 대통령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키고 협력을 얻어내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것이다.그렇다면 예비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특히 차기 대통령의 최대 과제로 거론되는 경제 분야에서 리더십은 몇 점이나 받고 있는지 물어봤다. 리더십 평가는 ‘전문성 및 비전 제시 능력’, ‘경제정책 수립 및 추진력’, ‘인재발굴 및 조정능력’ 등 3개 항목으로 조사됐다.평가집단별 쏠림현상 ‘눈길’우선 ‘전문성 및 비전 제시 능력’에 대한 점수다. 역시 이 전 시장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이 전 시장은 4.28점을 획득했다. 학계(4.57점)와 기업(4.48점)의 전폭적인 지지가 전체 점수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학계에선 66.7%가 만점인 5점을 줘 이 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2위는 손 전 지사가 차지했다. 평점은 3.47점이었다. 손 전 시사 역시 이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학계와 기업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각각 3.7점과 3.65점을 얻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언론계에선 3.26점을 받는데 그쳤다. 손 전 지사에게 5점 만점을 준 언론계 인사는 불과 6.5%에 머물렀다.고 전 총리(2.97), 박 전 대표(2.91), 김 의장(2.49), 정 전 의장(2.47)은 모두 보통 능력에 주어지는 점수인 3점에 미치지 못했다. 고 전 총리의 경우 능력이 없거나(1점) 별로 없다(2점)고 응답한 사람이 25%에 달해 평점을 깎아내렸다. 특히 학계에서 이같이 답한 전문가가 많았다(43.3%).반대로 박 전 대표는 학계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언론계 점수가 평점을 갉아먹은 경우다. 학계의 50%가 4~5점을 주었지만 언론계에선 6.5%만이 능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의 경우 ‘능력이 없다’는 견해인 1~2점대 비율이 40%대 중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경제정책 수립 및 추진력’에서도 이 전 시장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5점 만점에서 4.41점을 받아 2위인 손 전 지사(3.40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 부문에서 이 전 시장은 기업에서 특히 후한 점수를 받았다. 만점에 가까운 4.65점을 획득한 것이다. CEO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던 이 전 시장의 추진력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흥미로운 사실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여전히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이 부문에서 박한 점수를 줬다는 점이다. 76.7%만이 ‘능력이 있다’고 답해 96% 이상이 ‘능력이 있다’고 답한 다른 4개 집단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이런 경향은 앞선 항목인 ‘전문성 및 비전 제시 능력’에서도 보이는데 이 부문에서 이 전 시장은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 5개 모집단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3.40점으로 2위에 오른 손 전 지사는 이번에도 유독 언론 쪽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3.16점을 얻어 평균에 미치지 못한 점수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학계(3.67점)와 기업(3.58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내며 3위인 고 전 총리(2.93점)를 앞지르는데 성공했다. 고 전 총리는 언론 쪽의 점수(3.23점)가 가장 높았던 반면 학계에선 저조한 점수(2.63점)를 얻어 손 전 지사와 180도 다른 면모를 보였다.‘인재 발굴 및 조정능력’ 부문에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고 전 총리가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다. 이 부문에서도 이 전 시장이 3.83점으로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다른 부문에 비해 2위인 손 전 지사(3.49점)와 3위인 고 전 총리(3.36점)와 점수 차이가 적었다. 경제적 능력이나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고 인재 발굴이나 조정능력이 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적잖게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이 전 시장은 5개 그룹에서 엇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기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3.97) 경제부처 공무원 집단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3.57점). 손 전 지사는 이번에도 언론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3.19점). 특히 능력이 있다는 응답이 19.4%에 불과해 경제 리더십 부문 평가에서 ‘언론계 징크스’를 나타냈다.한 집단에서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는 현상은 고 전 총리와 박 전 대표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 전 총리는 리더십 3개 항목 모두에서 언론계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학계의 평가는 최하였다. 박 전 대표는 3개 항목에서 언론의 점수가 모두 제일 밑이었던 반면 학계에서 최상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집단별 ‘쏠림현상’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이번 리더십 조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