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 먹는 코냑 맛 그만이죠’

‘코냑’은 프랑스 남서부 코냑 지방에서 나는 포도를 원료로 제조된다. 우선 포도로 백포도주를 만든 다음 이를 두 번 증류해 오크통에 담아 오랜 시간 숙성시키면 코냑이 된다. 숙성 과정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좋은 코냑은 주원료인 포도의 품질로 결정된다. 프랑스 정부가 코냑 지방을 기후와 토양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눠 엄격히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중 최상급 포도 생산지는 그랑 상파뉴다. ‘코냑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 지역 포도 80%를 사들이는 업체가 바로 레미마틴이다.“레미마틴은 그랑 상파뉴산 포도를 써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레미마틴이 프랑스 정부에서 최상급 코냑에만 붙여주는 ‘파인 샴페인 코냑’(Fine Champagne Cognac)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거죠.”지난 11월21일 한국을 찾은 치앙메이 간 레미마틴 브랜드 홍보대사(39)는 ‘파인 샴페인 코냑’은 코냑 총생산량의 17%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치앙메이 간 홍보대사는 레미마틴에서 활동하는 3명의 브랜드 홍보대사 중 유일한 동양인이자, 유일한 여성이다. 말레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 유학 중 코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프랑스 문화와 정신의 결정체가 바로 코냑이에요. 프랑스 문화를 대표하는 패션, 향수, 음식이 모두 코냑과 연결되죠. 코냑을 마실 때마다 향이 너무 좋아 향수를 마신다는 생각이 들어요.”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주말마다 와인 공부를 따로 할 정도로 열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업으로까지 연결됐다. 세계를 돌며 코냑의 역사와 매력, 음주법을 가르치고 홍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최근에는 코냑 분야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찾는 일이 잦다. 레미마틴은 올해 중국에서 ‘코냑의 심장’이 어떤 곳인지, ‘파인 샴페인 코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리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코냑 시장은 의외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젊은 힙합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정신의 상징으로 코냑을 마시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면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전세계적으로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각 나라마다 독특한 ‘코냑 문화’가 나타나기도 한다.“과거에는 코냑은 볼룬잔에 따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나라마다 개성 있는 문화가 생겼어요. 중국인들은 결혼 피로연에서 코냑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70~8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에 코냑 붐이 일었지만 이때는 ‘부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냑의 ‘퀄리티’를 보고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치앙메이 간 홍보대사의 설명이다. 코냑은 고급술일 뿐만 아니라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타닌산 성분이 많아 건강에 좋다.“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아주 인간적인 상품이지요. 저는 친구들과 편하게 마실 때는 ‘온더록’으로 마시지만, 코냑을 얼려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영하 18도 정도면 코냑에 점성이 생겨 맛이 농축되는데, 그것을 입 안에 톡 털어넣으면 깔끔하고 맛이나 향이 그만이죠.”레미마틴은 초고가 술인 ‘루이 13세’로도 유명하다. 한 병에 300만원이나 하는데 한정판은 훨씬 더 비싸다. 하지만 치앙메이 간 홍보대사는 루이 13세 한 병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정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루이 13세는 제조책임자인 ‘셀러마스터’가 100년간 3대에 걸쳐 만들어낸다.약력: 1967년 말레이시아 출생. 89년 프랑스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전공. 90년 레미마틴 입사. 코냑 브랜드 홍보대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