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남녀의 성 역할이 바뀐다고들 한다. 공격성, 도전성, 강인함 등으로 대변되던 남성이 어느 순간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 여성들은 측은함과 함께 ‘당신도 이제 늙었구려’ 하는 반응을 보인다.남성의 이런 현상을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노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냥 방치하다가는 ‘남성 갱년기 부작용’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어떤 증상이 생길까= 여성은 갱년기 1년 사이에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반면, 남성은 40세가 넘으면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소된다. 마찬가지로 첫 징후도 더디게 발견되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하지만 중년남성들이 ‘부족한 성적 자극’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순간 남성호르몬이 어느 수위 이상 감소했다는 신호인 것이다. 일단 ‘새벽 발기’가 잘되지 않으며, 섹스에 대한 욕망도 점차 빈곤해진다. 또 근력도 떨어지고, 복부지방이 늘어나며, 심장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이뿐 아니라 항상 피곤하며, 어떤 때는 열이 오르기도 하고, 손발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정도의 심각성은 다르지만 70% 이상이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사소한 것에 격렬히 반응하며, 동료에게 고함을 지르고, 도처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집에서는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한다.◇남성호르몬 결핍 원인=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가장 일반적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명령하는 뇌 시상하부와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고환의 기능이 점차 쇠퇴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관계다.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검사상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활력이 떨어져 있고 성생활도 원만치 못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호르몬 검사를 해보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치가 정상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남성의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은 강력한 자극제와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데 이 기능이 이상 한도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스위치의 역할을 소량의 에스트로겐이 수행한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너무 높으면 테스토스테론의 기능 스위치를 아예 꺼버리는 것이다.남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비만, 간기능 저하와 같은 질환과 불균형적인 식사·생활습관, 과음·흡연·환경호르몬의 영향 등을 꼽을 수 있다.◇치료법은= 어쩌면 일부 독자는 이 같은 사례가 자신의 얘기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느끼지 못할 뿐 40세 이상 남성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로 봐야 한다. 그리고 대사성 남성호르몬 결핍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면 인생이 고달파지게 된다.일단 ‘새벽 발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더욱 정확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혈액검사를 기본으로, 호르몬 검사, 간기능 검사, 콜레스테롤 검사 등 관련 검사가 이루어진다. 일단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거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 경우 본격적으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치료는 직접 테스토스테론을 보충시켜 주는 보충요법과 원인을 교정시켜 주는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생활습관 교정 등 ‘원인교정방법’은 지난 호에서 밝힌 바 있으며, 직접 보충해주는 방법으로는 먹는 제제, 붙이는 패치, 바르는 겔, 주사 등이 있다. 최근 한 번 주사 후 2~3개월 동안 효과가 유지되는 주사 제제가 나와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약간의 부작용이라도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가톨릭의대 외래교수. 세계성의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 남성학회 정회원. 미국 성기성형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유럽 남성성기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비뇨기과 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