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버지’는 ‘성실 근면 절약’이라는 단어들을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게 만드는 분이다. 또 ‘한평생 멋 한번 부리지 않고 살아오신 소박한 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옴을 감출 수가 없다.다행스럽게도 나의 아버지는 건강하게 살아계신다. 연로하신 지금까지도 자기관리에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분이시다. 가족에게도 말없이 실천으로 본을 보이시는 분이시다. 세상에 법 없이 살아가실 전형적인 분이 바로 나의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한다.아버지는 평소 ‘내가 가진 것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만이고, 남의 것 탐하지 아니하며, 내가 가진 능력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소박한 철학을 가지셨다. 요즈음 같은 각박한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마디로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불리기에 딱 적격인 그런 분이시다.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평생을 함께 지내신 어머님조차도 ‘네 아버지는 숨막히는(?) 사람’이라고 하시며 자식들에게 푸념하면서, 당사자인 아버님께는 ‘바가지’를 긁기도 하신다.젊은 시절 직업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신 아버지는 간혹 집에 들를 때라도 감정의 표현이 두드러지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안일은 어머님이 도맡아하셨지만 그리 고맙다는 내색도 없으셨다. 자식들에게도 살가운 애정표현이 그리 없으셨으며, 공부하라는 말씀도, 그렇다고 잘못했다며 꾸중하시는 것도 본 기억이 없다. 늘 한결같이 별로 말씀이 없으셨던 과묵한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자율 가정교육의 신봉자라고나 할까.그런 아버님이 나에게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말씀과 행동이 있다. 바로 ‘지푸라기 하나라도 남의 것에 손대지 마라’, ‘인자무적이니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신의 철학이었다. 또 새 학기가 될 때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책과 공책만은 변함없이 새것으로 구입해 주셨던 게 생생하게 떠오른다. 학기가 마칠 때는 지나간 책과 공책들을 모두 상자에 모아 놓으셨다. 가뜩이나 좁은 집에 이사가 잦아 그때마다 짐이 되어 처분할 만도 한데, 언제나 제일 먼저 박스에 넣어 챙기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내가 어른이 된 후에야 나에게 큰 교훈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아버지는 오늘날같이 물자가 흔한 세상에 사시면서도 입으시는 옷이 못 입게 되기 전에는 절대로 새것을 입지 않으신다. 이뿐만 아니라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시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걸어 다니는 시계’라면 우리 집 시계는 바로 나의 아버지시다. 정시에 일어나시고 잠자리에 드시며 늘 일정한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신다. 해야 할 일을 절대로 미루지 않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고 무슨 일이든 일찍 서둘러 준비하시기에 때로는 가족들을 피곤(?)하게 만드시기도 한다.옛것을 소중하게 여겨 집안의 가재도구 하나라도 버리는 법이 없다. 낭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정반대의 측면도 있다. 좋아하시는 대중가요 가사를 수첩에 적어 다니시며 틈틈이 꺼내 흥얼거리시는 색다른 모습도 가지고 계신, 그런 분이다.가끔 두 분이 사시는 고향집에 들를 때마다 하루하루 달라지신 모습을 보며 세월의 무심함을 탓하곤 한다. 내 생활을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가까이 모시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그저 남은 여생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랄 뿐이다. 올 추석에는 아버님과 함께 따뜻한 부자의 정을 느끼는 시간을 어느 때보다 많이 만들어 볼 작정이다.글 / 조현철·대명레저산업 대표1954년생. 대명그룹의 간판인 리조트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행복경영을 펴고 있으며 지난 7월 홍천 비발디파크에 ‘오션월드’를 개장, 사계절 전천후 종합 리조트를 완성시켰다. 내년에 양양, 2008년에는 변산반도에 새로운 대명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