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장밋빛’… 중견작가 ‘약진’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대략 1인당 GDP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라고 한다. 미술품 구입도 마찬가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듯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는 미술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8,000달러 언저리에 와 있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이런 소득수준의 향상과 무관하지 않다.거시적 관점에서 세계 미술시장을 보자.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는 크게 경매와 비경매로 구분할 수 있다. 경매는 공개적이어서 정확하게 통계가 집계되는 데 반해 화랑이나 아트페어 등을 통한 거래는 정확한 수치가 없다. 따라서 나라별 미술시장의 크기를 비교하는 자료로는 경매금액을 볼 수밖에 없다.2005년도 세계 경매시장 규모는 41억5,000만달러(약 3조9,500억원)였다. 이를 주요 국가별로 나눠보면 미국이 17억9,000만달러(43.1%)로 제일 컸고 영국이 11억8,000만달러(28.4%)로 그뒤를 이었으며 다음으로는 프랑스 2억7,000만달러(6.6%), 홍콩 1억5,400만달러(3.7%), 이탈리아 1억4,900만달러(3.6%), 독일 1억4,900만달러(3.6%), 스위스 7,900만달러(1.9%)의 순으로 이어진다. 이 통계에는 연간 약 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의 경매시장이 제외됐다.이들 나라의 경매시장 규모를 그 나라의 GDP와 비교해 보면 홍콩처럼 이례적으로 경매시장이 큰 경우를 제외하면 대략 0.015%에서 0.055% 사이에 들어온다. 이를 우리나라의 2005년도 GDP에 대입해 보면 우리나라 경매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1,000억원에서 4,000억원 규모가 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설득력이 큰 계산법이 될 수는 없으나 달리 방법이 없어 취해 본 것이다.우리나라의 경매시장 규모는 어떠한가. 1998년 서울옥션이 최초의 선진적 체계를 갖춘 경매회사로 출범한 이래 경매 규모는 꾸준히 커왔다. 그러나 2005년까지 100억원 언저리에서 맴돌다 2006년 K옥션의 설립을 계기로 큰 폭의 신장을 보여 지난해에는 170억원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간에 시현한 비약적 발전이나 잠재적 성장능력에 비하면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미술시장의 긍정적 움직임은 세계 미술시장의 호황과 더불어 우리 미술시장의 이런 잠재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우리 미술시장의 미래를 좀더 미시적 관점에서 분석, 전망해 보자. 최근 우리 미술시장의 성장은 약 1년 전부터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 이우환, 이대원 같은 블루칩 작가들이 견인해오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해외경매에서 부각된 젊은 작가들이 가세하고 있다. 세대로 나눠 보면 최상위 작가와 최하위 작가에 의해 주도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는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40~50대 작가들의 약진이 있을 것이다. 국내 경매에서는 이미 블루칩 작가들의 고공행진이 주춤거리고 있으며 중간층 작가들의 작품이 거래가 활발해지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올 가을시즌부터는 국내 중견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많이 등장해 좋은 결과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또한 우리 미술시장은 서양화, 근현대 작가 위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은 저평가돼 있는 한국화, 고미술시장으로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이나 홍콩의 중국화, 고미술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전체적으로 우리 미술시장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이유는 또 있다. 기업들이 미술품 구입에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법을 바꿔 기업이 구입하는 미술품을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 주었다. 앞으로 법인들이 미술시장의 기관투자가로 가세하면 미술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이다.김순응·K옥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