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변화 ‘피할 수 없는 대세’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창업시장의 구도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계기가 됐다. 수십만명의 봉급생활자들이 생계형 창업자로 변신했고 그 결과 수많은 실패자를 양산, 중산층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찌됐건 10년이 채 못된 창업시장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이슈’로 자리잡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과거 우리 사회를 뿌리 깊게 지배해왔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상적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려 가치 있는 경제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와중에 많은 업종이 탄생하고 사라졌으며, 굵직한 트렌드의 변화를 여러차례 경험하기도 했다.2003년부터는 메가 트렌드인 웰빙과 가격파괴가 공존하면서, 조기퇴직 바람과 실업률 증가로 여성 및 청년창업이 증가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상권의 변화, 프랜차이즈 시장의 급성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이다. 21세기 초 벤처창업 붐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관련 업종들은 일반인들과 기술적 차별화에 실패, 반짝 유행했다 사라졌고, 다만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등 온라인 창업은 크게 성장했다.우선 외식업은 장기불황 속에서도 해마다 히트업종이 등장하는 등 큰 폭의 성장을 해왔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속설이 끝까지 창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위력을 발휘했다. 외환위기 이후 창업시장을 지배했던 배달 전문 치킨시장은 조류독감 파동을 겪으면서 찜닭, 불닭, 바비큐 등으로 유행을 달리하다가 최근에는 치킨호프 전문점으로 바뀌면서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쇠고기 등 육류시장은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삼겹살, 돼지갈비 등 대체업종이 강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이 움직이기 시작, 오는 10월부터 재개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맞물려 기대를 모으고 있다.장기불황을 반영하듯 감자탕, 삼겹살, 보쌈, 순대, 곰장어(먹장어), 김밥 및 우동 등 서민형 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매운 맛 열풍에 전통음식인 한식이 선전하기도 했다. 웰빙 붐을 타고 건강·다이어트 외식업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베트남 쌀국수 등 에스닉 푸드와 생과일 아이스크림 및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혔다. 웰빙 바람과 함께 불어닥친 각종 음식물 파동은 저지방·저칼로리 건강식인 해산물 전문점의 성장을 부채질했고, 맥주전문점 등 주점은 안주메뉴의 퓨전화와 인테리어의 업그레이드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일본식 돈가스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며 피자, 스파게티 등 외래음식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굳건히 입지를 굳혔다.판매업은 성장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유통구조의 변화와 온라인 쇼핑몰의 증가 등으로 쇠퇴하는 업종도 많았다. 성장한 대표적인 업종은 편의점. 전국적으로 브랜드가 있는 점포만도 1만개가 넘을 정도로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가격파괴 화장품 전문점과 생활용품 전문점 1,000원숍이 많이 생겼고, 웰빙 붐을 타고 유기농식품 전문점도 약진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현대식 반찬전문점, 세탁편의점 등 생활편의형 사업의 성장을 가져왔으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수입과 테이크아웃 붐은 베이커리, 에스프레소 커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의 강세로 이어졌다. 신세대층이 소비시장의 주류로 등장하면서 주얼리 등 액세서리 전문점이 중심상권 위주로 큰 성장을 해왔다.반면 백화점, 할인마트 등의 증가와 온라인 판매시장의 성장은 가격이나 제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소규모 점포들을 대거 문닫게 했다. 동네 어귀의 작은 서점, 문구점, 신발 및 의류점 등이 대표적인 업종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구점은 대형화되고 팬시 등과 복합화하거나 제본, 복사, 도장 등의 OA 서비스를 추가하는 자구책으로 맞서 생존해나가고 있다.미래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서비스업은 어린이 교육사업, 뷰티 관련 사업, 스트레스 해소사업 등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등 대체로 선전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어린이 교육사업은 영어 및 수학 학원 등 전통적 강세 업종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어 및 한자 교육 학원도 많이 생겼다. 창의력 교육, 놀면서 공부하는 에듀테인먼트, 논술학원도 강세고 홈스쿨과 아동도서 방문대여업도 주부 부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뷰티 관련 업종은 IMF 직후 등장, 가격파괴를 내세운 남성 전용 미용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얼짱’ ‘몸짱’ 열풍으로 피부 및 몸매관리 전문점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스트레스 해소사업으로는 PC방이 히트를 쳤고, 노래방, 비디오 및 DVD방 등도 계속 기기 및 인테리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찜질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점차 대형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사회적인 검약 분위기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불황에 내성이 강한 리폼, 리스, 리필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의 증가도 재활용 사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표적 업종인 잉크 충전방은 2005년부터는 방문 잉크·토너 충전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이어갔고, 창업자금이 부족한 창업자들을 겨냥한 컴퓨터 방문수리업, 향기관리업, 청소대행업 등 무점포 소자본 창업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그렇다면 향후 5~10년 후 우리나라 창업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금까지의 창업시장이 양적 팽창에 근거한 정착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숙을 전제로 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 나갈 것이다. 창업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경쟁자가 혼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경쟁자가 동일 업종간에 있었다면 미래에는 이종업종간에도 경쟁이 혼재하는 과당경쟁으로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외식업이든 판매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고객만족을 넘어 감동을 일으키는 맞춤형 밀착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가 경쟁력을 가지고 확산돼 나갈 것이다.유통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 ‘정보백화점 시대’가 도래해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정보력의 차이로 발생하는 유통이익보다 고객에게 꿈과 경험을 주는 서비스업종이 강세를 이룰 것이다. ‘소황제’를 위한 엔젤 비즈니스는 보다 고급화되고 전문화될 것이고, 특히 어린이 교육시장은 하나뿐인 내 아이를 잘 키우려는 부모들의 욕망과 더불어 성장할 전망이다. FTA가 체결되면 교육시장의 개방으로 교육시장은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해나갈 것이다. 장보기 대행업, 제사상차림 대행업 등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업과 청소대행업, 실내환경개선사업 등 생활환경 관련 서비스업은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일대일 맞춤고객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들이 더해지는 등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다. 반면 판매업은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으로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가운데 시간(스피드)과 공간의 장점을 잘 살리고 고객 서비스가 좋은 지역밀착형 점포들은 여전히 생존해나갈 것이다.외식업의 질적 성장 = 건강에 좋은 재료와 음식을 파는 유기농 건강식 전문점들이 득세할 것이고, 생산이력제를 도입하는 점포들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반면 FTA가 체결되면 품질은 높고 가격은 저렴한 매스티지 업종들도 늘어나고 동시에 가격파괴 전문점들도 증가하면서 외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해나갈 전망이다.퓨전화와 복합화 = 제품 및 서비스는 퓨전화되고 복합화될 것이다. 즉 제품 하나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고, 서비스와 정보까지 동시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매장이 확산될 조짐이다.온라인 창업 보편화 = 지식·정보화, 유비쿼터스 등 인터넷 기반기술이 발달하고, 청년실업 및 퇴직실업의 증가와 주부창업 수요 증가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온라인 창업이 보편화될 것이다. 점포 역시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여성·실버 업종 증가 = 소비주체의 중심이 여성으로 이동하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천연화장품, 뷰티 관련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실버시터 파견업, 실버용품 전문점, 건강제품 전문점 등도 성장이 예상된다.프랜차이즈 시장의 질적 성장 = 정보 공유에 힘입어 불량 프랜차이즈는 거의 퇴출될 것이며 도덕적·재무적 건전성을 갖추고 정보화 등 미래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동시에 독립창업자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하는 수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창업시장의 글로벌화 =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진출과 국내 브랜드 해외진출이 활발해져 국가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동시에 해외이민 창업도 증가할 전망이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