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지 오래다. 인터넷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행태도 바꿨다. e메일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의 매표소 앞에서 진을 쳐야 할 것이다. 주식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전화통을 붙들고 증권사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말 인터넷의 세상을 살고 있다.하지만 때로는 인터넷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즐겨 찾는 종로 뒷골목 한식집 된장찌개의 깊은 맛도, 날마다 듣는 베토벤 교향곡의 격정도 디지털과는 별 상관이 없다. 세상에는 0과 1의 디지털세계말고도 오감으로 직접 겪어봐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LP판의 잡음마저 따뜻하게 들리고 헌책방의 오래된 책이 정겨운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디지털이 모든 것을 채워주지는 않는다.YBM시사닷컴은 인터넷을 통해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른바 ‘온라인 교육’ 기업이다. 필자는 YBM시사닷컴의 모회사인 YBM시사와 관계회사에서 오랫동안 출판과 학원 사업에 종사해 왔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교육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해 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e러닝업계에 뛰어들었다.분명 인터넷은 교육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의 세계가 필자를 매혹시켰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고 다행히 회사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라면 어느 정도 식견을 갖췄다고 자부한다.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교육이 아닌 교육 말이다. 교육의 목적은 피교육자가 교육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지적 성과를 거두게 하는 데 있다. 그 방법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교육은 온라인 교육대로 오프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대로 최대의 교육성과를 올리기 위해 그 방법을 고민하면 그뿐이다.온라인을 통한 교육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에서는 온라인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교육이 더 효과적인 분야에서는 오프라인으로 가면 된다. 때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날 수도 있다. 요즘 하는 말로 블렌디드(Blended) 러닝이다. 혼자 가든 따로 가든 때로 둘이 가든 교육의 성과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요, 가야 할 길이다.대학교 교양영어 수업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강의실에서 독해를 위주로 진행되던 것이 이제는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많은 대학이 TOEIC 온라인 교육, 온라인 시험 솔루션을 도입해 교실수업과 병행해 활용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공교육과 온라인 사교육이 만난 블렌디드 러닝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대학측은 학생들의 TOEIC 성적이 향상되고 학사관리를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어 많은 호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해 긍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다.한때 우리는 인터넷의 마력에 홀려 온라인은 선(善), 오프라인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운영의 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인터넷의 세상이 진화하면서 이제 오히려 오프라인의 장점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업계에도 일고 있다.인터넷은 계속 진화할 테지만 인터넷이 펼치는 온라인의 세상이 멋진 곳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 오프라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수단과 방법이 아닌 목표와 지향점을 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를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정영삼 YBM시사닷컴 사장1951년생. 70년 경기고 졸업. 74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76년 동 대학원 석사. 81년 컬럼비아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졸업. 82년 시사영어사 뉴욕 지사장. 90년 현대창업투자 대표이사. 93년 시사영어사 사장. 2001년 YBM시사닷컴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