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만들 ‘로드맵’ 입안해야

내년이면 1987년 노동계 대투쟁 이후 20년이 된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도 어른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대립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87년 체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사관계는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및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며 국가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각종 포럼의 의견방안을 집약해 봄으로써 노사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첫째. 법과 원칙이 중시돼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 자율주의의 정당성이 확보되려면 법과 원칙의 틀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정부가 산업현장 분규에 대해서 법과 원칙의 테두리 내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해결의 기조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이를 적용할 때 산업현장은 안정화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심(中心)과 중심(重心)’을 잡고 엄정한 조종자,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법집행을 엄정하게 하지 못하는 등 국가권력이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민주화된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공권력의 도전을 우리나라같이 쉽게 생각하는 국가는 전세계에 없기 때문이다.둘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선진국에서도 조합의 대표자가 한 일의 내용이 경영의 목적과 부합하면서 조합원의 복지에 직결되는 일이었을 때는 그 일로 인한 무노동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파업기간의 임금을 여하한 형태로든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불법이고,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고용계약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고, 단체교섭상 타협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동조합이 파업기간에 대해서도 특별상여금 등 다른 형태를 통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압박할 경우 사용자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설혹 법제화한다고 해도 법이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관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셋째. 신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직 보호입법 등 노사관계 선진화·합리화를 위한 제도개선이다. 이제 ‘문제는 실천’이며 실천의 의지가 있어야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다.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의 선진화·합리화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논의를 거쳐 제시된 신노사관계 로드맵이나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은 나름대로 합리성에 기초한 대안으로 봐야 할 것이다.넷째. 분배개선을 위해 정부정책이 성장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노동정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노동조합의 최대 관심사인 고용안정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서만 가능하며 정부가 중시하는 분배를 위해서는 적극적 성장중심 정책이 요구된다.‘사회적 일자리보다 민간의 일자리’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야 하고, 이렇게 할 경우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성장과 분배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일자리 창출의 근원은 성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사회적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에서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민간의 일자리보다 우월할 수 없으므로 부분적·한시적 대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양극화 문제의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극심한 경기침체와 성장률 저하에 따라 전체 소득이 줄어들고 그 결과 중산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극화 해소의 핵심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이다.정부는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복지국가가 실현되는 양 2030년 선진복지국가에 대한 청사진을 최근 발표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메르켈 독일 총리같이 지구촌 경제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노사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진정 우리에게는 없는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부국을 만드는 ‘로드맵’을 먼저 입안하는 게 옳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