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이 1,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최단 기간 흥행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화 속 주된 설정은 주한미군의 폐기물 무단방출로 인해 돌연변이성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괴물의 탄생’까지는 아니더라도 폐기물의 무단방출 혹은 방치 문제는 실제 우리 삶에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위험폐기물의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업장폐기물은 사업장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로 구분되며, 지정폐기물은 다시 폐산, 폐알칼리, 감염성폐기물 등 유해성이 높은 폐기물로 세분화된다. 특히 감염성폐기물은 의료기관이나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인체조직물, 동물사체, 피, 고름, 주사바늘 등으로 치명적 전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그러나 병·의원을 비롯해 감염성폐기물 운반·처리업체 등 관련기관들이 이러한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전문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자유로에서 질주하던 트럭이 전복되면서 감염 위험성이 높은 병원폐기물이 쏟아져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한 사고가 있었고, 한 쓰레기 수집·운반업체는 폐합성수지와 병원 감염성폐기물 3,000여t을 수거한 후 야산에 무단방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환경부와 한국환경자원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인식) 기술을 감염성폐기물 관리업무에 도입하고자 사업을 추진 중이다. RFID란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태그와 이를 읽을 수 있는 판독기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자태그에 안테나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가장 쉽게 RFID를 볼 수 있는 곳은 대형 음반매장이나 도서관이다. 도난방지를 위해 도서나 음반에 태그를 부착하고 출입문에 판독기를 설치해 경고음이 울리도록 활용한 것이다.이러한 RFID 기술을 주사바늘, 붕대, 고름 등 전염성이 높은 감염성폐기물을 관리하는 데 도입하면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감염성폐기물 전용용기에 전자태그를 부착하고 전자태그가 부착된 처리용기가 판독기를 통과하면 배출자와 운반자, 처리자, 행정기관 등 모든 관계자가 폐기물의 현 위치뿐 아니라 운반·처리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위험한 폐기물에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이력서가 붙는 셈이므로 감염성폐기물 유출 등 만일의 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단으로 방치되는 감염성폐기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인적·시간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RFID 감염성폐기물 관리시스템은 지난해 시범사업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올 하반기부터 전국 병·의원에 적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본사업에 참여하는 병·의원과 수집운반업체 및 처리업체에 대한 지도점검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성공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영화 속 ‘괴물’의 탄생을 단순히 영화 속 설정으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감염성폐기물 방치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너무 크다. 감염성폐기물을 다루는 관계자들의 안일한 관리의식, 시민과 정부의 무관심은 언제든지 우리 사회에 ‘괴물’이 탄생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감염성폐기물을 다루는 병·의원과 각 기관들은 RFID 감염성폐기물 관리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은 감시자의 역할을, 정부는 기술적·제도적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우리 사회에 영화 속 ‘괴물’이 현실로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재영 한국환경자원공사장1953년생. 80년 서울대 농공학과 졸업. 86년 미국 워싱턴대 환경공학과 석사. 90년 환경처 기술개발과장. 2004년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2006년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