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닮은 면세점 구경오세요’

9월12일 부산 해운대에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백사장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거리는 움직임이 멈춘 정물화의 느낌, 그것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누구하나 분주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100억원 상당의 상품들을 옮기느라 매장은 어수선하기까지 했다.사흘 후인 9월15일은 파라다이스 면세점이 새 출발하는 날이다. 파라다이스호텔 내부의 매장으로 확장 이전하는 것이다. 곧 손님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매장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유영섭 파라다이스 면세점 사장은 잔뜩 들뜬 표정이었다. 16년 만의 이사인데다 매장이 2배나 넓어졌다니 그럴 만했다. ‘제2의 창업’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대목이다. 유사장은 “훌륭한 매장을 보유한 만큼 그동안 소홀했던 대외홍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원년 멤버라고 들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그렇습니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파라다이스 면세점이 문을 연 83년에 관리이사로 입사했으니 파라다이스 면세점과 23년간 동고동락한 셈입니다. 파라다이스 면세점이 현재 위치로 이사온 게 16년 전인데 그동안 발전도 많이 했죠. 처음엔 2층만 사용하다 1층까지 쓰게 됐고 그것도 모자라 150평 가량 증축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2배로 매장을 확장해 이전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기대도 큽니다.확장 이전하는 매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우선 매장 규모가 국내 최대 수준입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졌고 순수 영업면적이 2,200평에 달합니다. 70여개이던 입점 브랜드도 100여개로 확대했습니다. 세계 3대 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가 모두 입점하고 다른 면세점에선 편집매장(여러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로렉스, 피아제, 오메가 등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독립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매장이 크게 확대돼 가능한 일이었죠. 특히 2층 전체가 화장품 매장이어서 여성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면세점의 최대 경쟁요소인 넓은 매장과 유명 브랜드 모두를 갖추게 된 셈입니다.인테리어가 특이하다고 들었습니다.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하나로 통하는 개방형 아트리움입니다. 매장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배열됩니다. 영업면적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아 고민했지만 쾌적한 쇼핑공간을 위해 과감하게 대형 아트리움을 마련했습니다. 매장 면적과 아트리움 면적이 거의 비슷하죠.전체적인 인테리어 컨셉은 ‘바다와 영화’로 잡았습니다. 해안도시인 부산의 지리적 특징과 부산의 대표적 관광상품인 ‘부산영화제’에서 모티프를 얻었죠. 파도의 느낌을 살린 기둥을 세웠고 3층에는 해안가를 내려볼 수 있는 고객휴게실을 마련했습니다. 새 매장으로 옮기는 만큼 고객들에게 최대한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확장 이전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말씀드린 대로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매출액이 84년 24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달러로 40배 이상 불어났고 매장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누구보다 입점한 브랜드들의 확장 요구가 많았습니다. 상품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공간은 제한적이니 당연한 일이었죠.넉넉한 공간확보를 위해 5년이나 운영해 오던 ‘명품관’도 문을 닫았습니다. 명품관과 면세점을 병행할 만한 공간이 없었거든요. 사실 명품관 실적도 괜찮았지만 호텔 및 카지노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명품관을 과감히 포기하고 면세점에 힘을 실었습니다.확장 이전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올해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영업기간이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내년부터는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될 겁니다. 올해 1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내년엔 40% 가량 성장한 1억5,000만달러 매출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향후 매년 20%의 매출 신장을 노리고 있습니다.목표 달성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까.우선 충성고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면세점에서 보기 드문 고객휴게실을 마련한 것도 이를 위해서입니다. 또 발레파킹 서비스를 도입해 VIP 충성고객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고객상담실도 면세점의 규모에 비해 큰 편이지만 이를 한층 확대할 겁니다. 판매한 지 5년이 지난 상품이라도 고객이 원하면 교환해 줄 의향이 있습니다.젊은 고객 확보에도 힘을 쏟을 방침입니다. 과거 50대가 중심이던 면세점 주고객이 젊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습니다. 수입화장품을 선호하는 특성에 맞춰 2층 전체를 화장품 매장으로 구성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도 대거 입점시켰습니다. 쿠스토, 프리미엄진, 마크제이콥스, 폴스미스, 푸마 등이 대표적입니다.판매직원들의 경쟁력 향상도 중요한 과제 아닌가요.물론입니다. 파라다이스 면세점이 직원들에 강도 높은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직원 교육 운동인 NS(New Start) 활동을 5년 동안 실시해 왔습니다. ‘고객에게 NO라고 말하지 않는다’가 모토입니다. 벌써 적잖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3년차부터 직원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또 다른 면세점과 달리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98년부터 판매 직원을 해당 브랜드에 보내 직접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접하는 판매직원이 누구보다 상품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까.면세점의 고객 중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고객이 쇼핑을 하면서 자신의 성공을 느낄 수 있게 하라고 입버릇처럼 당부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주문은 아닙니다. 직원 자신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고객과 상품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직원들도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 파라다이스 면세점에서 계속 근무하든 독립하든 고객과 상품에 대한 지식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면세점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요. 부산지역의 면세점 경기는 어떻습니까.부산의 외국인 관광객은 상당수가 일본인입니다. 전체의 80%나 됩니다. 하지만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지는 통에 관광객이 많이 준 게 사실입니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고요. 중국인 관광객도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내국인 고객이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체 45%가 내국인이고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론 중국인 관광객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십시오.현재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대구와 부산 2곳뿐입니다. 이를 좀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우선 내년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공항의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해외진출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의 호치민과 하노이, 몽골의 울란바토르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유영섭 파라다이스 면세점 사장1947년생. 67년 서울상고 졸업. 87년 부산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69년 동국제강 근무. 76년 극동스프링클라 근무. 83년 파라다이스 남문 이사. 98년 파라다이스 유통 대표이사. 2005년 파라다이스 면세점 사장(현). △상훈: 2001년 세계 관광의 날 ‘석탑산업훈장’. 법무부장관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