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밀물’에 산업화 ‘가속페달’… 전망 좋지만 아직은 ‘적자’

세계적으로 신경기술의 산업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자웅을 겨루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탁월한 성과를 내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기술 분야의 대표적인 산업화 사례를 소개한다.타가셉트(www.targacept.com)고령사회가 몰고 올 문제 중 알츠하이머만큼 두려운 질병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감정적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3,700만명이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50년에는 그 수가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생명기술산업기구(Biotechnolgoy Industry Organization)에 따르면 한해 1,000억원이 알츠하이머 치료에 쓰인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뉴로인사이츠에 따르면 시장 역시 매년 14%씩 성장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관련, 판매 승인(미국)된 약품은 5종류다.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줄 뿐인데도 2005년 매출규모가 31억달러나 됐다.알츠하이머병이 알려진 것은 1906년이다. 독일의 신경병리학자인 알로이 알츠하이머가 치매노인의 손상된 뇌를 발표하면서 병명이 알츠하이머가 됐다. 알려진 지 100년이나 된 셈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실적은 거의 없었다. 병을 진단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발병했어도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법이 나올 리 만무했다. 90년대 알츠하이머 발병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발병원인을 제거하는 방법과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인 접근법이다.타가셉트(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 소재)는 기억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물질을 활용한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신경 니코틴 수용체(Neuronal Nicotinic Recep-tors·NNRs)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품을 연구 중이다. 기억력 향상은 알츠하이머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정신분열이나 우울증 치료제 등으로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다. 치료제뿐 아니다. 지식산업 종사자나 학생들을 겨냥한 시장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장기적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서다.타가셉트는 나스닥에 기업공개 후 주당 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상반기 99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손실규모(1,550만달러)가 크게 줄었다. 현금성 자산 6,35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사운드 파마슈티컬(www.soundpharmaceuticals.com)청력상실은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상식이었다. 때문에 청각 등의 장애 치료법은 보청기와 같은 기구에 의존해 왔다. 대체로 작고 간편한 보청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사운드 파마슈티컬(미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은 사회적 통념을 깰 가능성이 큰 회사로 평가받는다. 청각장애를 예방하거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귓속에는 털세포(hair-cell)가 있는데 소리진동을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털세포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나이가 들면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새나 물고기와 같은 동물은 털세포가 재생되지만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재생이 안된다. 세포재생을 가로막는 분자가 있기 때문이다.사운드 파마슈티컬은 털세포 재생을 막는 분자를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 청각장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DNA에 작용, 털세포 억제를 막는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약품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동물(생쥐)실험에서 새로운 털세포가 자라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상용화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세포의 복원과 복원된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운드 파마슈티컬은 2002년 설립됐다. 이 연구는 미국 국방과학연구소 지원으로 이뤄졌다. 포스코가 미국에 설립한 벤처캐피털인 포스코 바이오벤처스가 300만달러를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사이버키네틱스 뉴로테크놀로지 시스템(www.cyberkineticsinc.com)사이버키네틱스 뉴로테크놀로지 시스템(미 매사추세츠주 팍스보로 소재)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로봇팔을 움직이는 브레인게이트로 유명해진 기업이다. 지난 7월 과학저널 <네이처>가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사이버키네틱스는 척수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에 센서를 삽입, 생각을 전기신호로 바꿔 컴퓨터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브레인게이트의 신경센서는 일종의 신경보철물로 신경기술산업에서 급성장하는 분야다.브레인게이트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이에 못지않은 혁신적인 제품이 안다라 진동장 자극기(Oscillating Field Stimulator·OFS)다. 척추를 다친 환자의 신경세포를 재생시켜 준다. 척추를 다친 지 18일 이내 시술해야 하고 감각과 성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실시한 임상1a단계에서 실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들이 감각을 회복했다. 일부는 손, 발, 다리 등의 동작도 회복했다. 안다라OFS는 립스틱 정도의 크기에 배터리로 움직인다. 현재 임상1b단계 시험 중이다.만성척수손상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신경세포 재생기술은 줄기세포 연구진도 개발에 전념하는 기술. 생물학적 접근과 전기기계적 접근이 경합하는 사례 중 하나다.노스스타 뉴로사이언스(www.northstarneuro.com)뇌졸중만큼 두려운 병도 없을 것이다. 발병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사망률도 높고 설사 살아있다 해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두뇌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두뇌손상은 치명적인 장애로 이어진다. 노스스타 뉴로사이언스(미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는 손상된 두뇌세포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두뇌의 겉층인 피질에 아주 작은 전기자극장치를 삽입해 새로운 뇌세포가 자라거나 손상된 뇌세포가 재생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뇌의 안쪽이 아닌 피질에 신경장치를 삽입하는 방식이 노스스타 기술의 장점이다. 뇌 안쪽에 삽입하려면 뇌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질에 삽입수술을 할 경우 수술시간도 1시간 미만으로 줄어든다.쥐와 원숭이 실험에서는 뇌졸중 발병 이전의 상태로 회복했다. 지난해부터 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카고 재활센터에서 임상실험 중이다. 뇌졸중이 발병된 지 4개월에서 8년이 경과한 환자들이다. 노스스타는 현재 18~20% 정도의 재활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활효과가 수개월 정도 지속되므로 업무에 복귀하거나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 발작이나 감염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임상실험단계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주력제품인 ‘노스스타 뇌졸중 회복시스템’의 판매예정가격은 12만~20만달러선이다. 개발단계라 지난 2분기에만 1,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기업공개를 통해 1억2,2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노스스타는 뇌졸중뿐 아니라 실어증이나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 관련 질환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고 있다. 현재 주당 12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옴뉴론(www.omneuron.com)우리말에 ‘신경 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신경과학을 아주 잘 표현한 말이다. 두뇌의 작용이란 게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그물처럼 엮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아픈 것도 모두 두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를 ‘끄거나 켜는’ 작용이다. 만일 이런 작용을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굳이 약을 먹거나 전기자극장치를 두뇌에 이식하지 않아도 우울증이나 집중장애와 같은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가령 만성 허리통증 환자가 ‘아프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통증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물론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골프를 치려면 퍼팅, 스윙 등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아가 약이나 기계의 도움 없이 훈련을 통해 집중력이나 기억력 증진, 혹은 감정조절 등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옴뉴론(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이 실시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신경반응(Neurofeedback)기술을 개발, 인간 두뇌계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옴뉴론의 무기는 실시간 fMRI다. MRI는 뇌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장비. 혈액의 성분이 철분으로 이뤄진 점을 활용, 혈액이 뇌의 어느 부위로 몰리는지 자기장으로 측정한다. 보통 fMRI로 촬영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하지만 실시간 fMRI는 뇌의 상태를 거의 실시간(수백분의 1초)으로 보여준다.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즉 마음대로 ‘신경을 끄고 켤’ 수 있게 되는 것이다.90년대 말 스탠퍼드대학(미 캘리포니아주 소재)의 대학원생이었던 드참스가 신경재생(Neuro-plasticity)이란 분야를 실시간 fMRI와 연결하면서 탄생했다.신경세포는 후천적 경험에 의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신경세포간의 연결구조가 바뀌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을 신경재생이라고 한다. 두뇌의 시각이나 청각 같은 기능을 관장하는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복잡한 신경구조가 영구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원리를 그대로 뇌에 적용한 것이다. 질병과 관련된 두뇌 특정 부위의 활동을 의식적으로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경우 질병에서 오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나아가 병을 고칠 수도 있을 것이란 가정이다.우울증이 좋은 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양이 조절이 안돼 생기는 병이다. 프로작 같은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굳이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약품을 먹지 않고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신경반응의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약품의 경우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케타민을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면 자살충동이나 정신분열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안정성이 입증된 약품도 성욕감퇴나 변비 등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전기자극장치를 두뇌에 이식하면 약품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지만 뇌수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찮다.신경세포를 다루는 법을 배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만성통증 환자는 20분 정도의 훈련으로 생각만으로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옴뉴론은 2005년 12월 통증을 생각으로 제어한 사례를 발표한 이후 집중장애, 우울증, 뇌졸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실시간 fMRI를 이용한 신경반응기술의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그러나 옴뉴론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난제는 실시간 fMRI의 가격이 한 대에 수십억원이나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체조건에 따라 MRI 사용에 제약이 있다. MRI가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몸에 보철물을 이식한 사람은 MRI를 이용할 수 없다.브레인 리소스 컴퍼니(www.brainresource.com)오스트레일리아 기업인 브레인 리소스 컴퍼니는 여타 신경기술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신경기술기업에 연구·치료용 두뇌 데이터베이스(DB)를 공급한다.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데이터를 표준화해 뇌 DB를 구축했다. 개인의 뇌 이력, 인지, 전기적 기능, 뇌 구조, 뇌 유전자 등 뇌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33개 차원으로 통합, 공급한다.이 DB는 다양한 뇌질환의 생체지표를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즉 집중장애가 있는 어린이의 경우 전기자극 요법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인지장애가 있는 고령환자의 경우 약의 투여 여부 등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공한다. 우울증 유형확인처럼 질병진단에도 활용된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공화국, 호주 등지의 100여개 기업 및 연구소에서 이용하고 있다.브레인 리소스 컴퍼니는 호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이 회사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뇌 DB 시장은 매년 400%씩 성장하고 있다. qluxi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