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학 기술이 활발하게 산업화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신경기술산업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뉴로인사이츠는 지난 5월 발표한 <2006 신경기술산업 보고서>에서 신경제약(Neu-ropharmaceutical), 신경장치(Neuro-device), 신경진단(Neurodiagnostic) 등 신경기술산업의 세 분야가 연간 7~21%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신경제약은 중추신경이나 두뇌의 신경망에 작용하는 약품을 만드는 분야다. 지난해 93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연간 7% 성장할 것이라고 뉴로인사이츠는 예측했다. 신경장치는 두뇌질환이나 신경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장비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드는 분야다. 연매출 34억달러(3조4,000억원)에 연간 2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경진단은 두뇌나 신경망의 활동 및 관련 질환을 진단하는 분야다. 연매출 135억달러(13조5,000억원)에 연평균 11%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기술산업보고서를 작성한 뉴로인사이츠의 잭 린치 이사는 “과거에는 신경기술이 두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두뇌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 좋아지는 약이나 기억력 강화장치가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기억상실, 집중력 장애 등의 뇌 관련 질병치료 방법을 개발 중인 인지제(Cogniceuti-cal)가 대표적이다. 인지제약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분야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품으로 응용할 수 있다. 기억력 향상 약품의 안정성이 질병치료를 통해 입증되면 질병치료 이외의 용도로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탐욕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약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약을 먹지 않는 방법도 있다. 초소형 전기자극장치를 두뇌에 이식하는 게 그중 하나다. 전기자극장치가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해 약품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약품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삽입을 위한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아예 두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의식적으로 훈련시켜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듯 마인드트레이닝을 통해 ‘두뇌근육’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뇌파를 이용한 제품이 나와 있지만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다.최근 옴뉴론(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이 실시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신경반응 기술을 개발, 기술 신뢰도를 높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신경반응의 가장 큰 장점은 약품의 부작용도 없고 뇌수술도 필요 없다는 것. 그러나 신경제약, 신경기구 분야에 비해 실용화 단계가 가장 느리다.상황이 이쯤 되자 신경기술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뉴로인사이츠의 집계에 따르면 1999~2005년까지 불과 6년 만에 투자금액이 225%나 불어났다. 미국에서만 75억달러가 신경기술기업에 투자됐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55% 감소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생명과학 분야에서 신경과학 기업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투자에서 신경기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99년 10%에서 25%로 몸집이 커졌다. 기업공개도 활발한 편이다. 기업공개시장이 부진했던 2005년에만 6개 기업이 공개에 성공했다. 뉴로인사이츠의 집계에 따르면 평균 시가총액은 2억9,000만달러. 지난해 기업을 공개한 EV3(심장 신경혈관 삽입장치 개발)의 기업공개 후 시가총액은 5억9,600만달러에 달한다.신경기술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정부 차원의 투자도 적극적이다. 미국 국립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Health·NIH)의 신경과학 기초연구에 대한 연간 자금지원 규모가 97년 10억달러에서 2005년 50억달러로 5배나 늘었다.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는 14억달러를 기초연구에서 상용화 연구로 지원방향을 바꿨다. 민간자본과 정부자금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업-연구소-투자자본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은 신경기술산업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10대 신경산업 선도산업지역 중 7곳이 미국에 있을 정도다. 특히 미 실리콘밸리에는 정보통신혁명과 생명공학혁명의 발생지답게 신경과학기술혁명을 주도하는 뉴로밸리가 형성되고 있다.아직까지 신경기술산업은 현재진행형과 미래형이 섞여 있다.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도 현재의 실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로봇팔을 작동하는 장치를 시연해 유명해진 사이버키네틱스의 경우 분기별 매출액은 수십만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손실규모는 매출액의 10배가 넘는다. 2004년 10월 나스닥을 통해 기업공개를 한 이래 매 분기별 수백만달러의 손실을 냈다.물론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이 워낙 크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사이버키네틱스의 주력상품이 될 척수신경자극장치의 경우 올해만 5억달러, 앞으로 10년 내 시장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신경과학기술의 산업화는 상당부분 미래형이지만 투자수익은 현재형이다. 보석을 잘 고른 벤처캐피털은 막대한 수익을 남기며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뿐 아니다. 신경기술에 일찌감치 눈을 뜬 일반투자자의 수익도 상당한 수준이다.신경기술산업에 뛰어든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500여개사. 이중 나스닥에 공개된 기업은 100여개사 정도다.뉴로인사이츠가 나스닥에 공개된 기업을 선정, 구성한 ‘뉴로테크 인덱스’에 따르면 투자수익률이 42%나 된다. 지난 7월31일 기준으로 2003년 12월에 비해 뉴로테크 인덱스 기업들의 주가는 42%나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의 경우 15%, 나스닥지수는 4% 오르는 데 그쳤다. 뉴로테크 인덱스 기업의 매출증가 속도도 빠르다. 2004년 42% 증가한 매출규모가 2005년에는 83%나 늘었다.신경기술혁명은 정보기술혁명, 생명기술혁명, 나노기술혁명의 열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나노기술은 전자기구나 약품을 나노 수준의 극소형 크기로 만들어 약품이나 전자기구가 신경계에 작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보기술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기술은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비밀을 풀어 신경세포의 작용원리를 밝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그러나 인간의 능력 향상에 신경기술을 적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상용화 비용도 만만찮다. 게다가 부작용의 위험성도 있다. 윤리나 도덕적 갈등 역시 중요한 문제다.다른 신기술처럼 신경기술도 양날의 칼이다. 긍정적으로는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인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경제발전과 문화예술활동의 새로운 기회다. 반면 부작용도 있다. 두뇌 스캔을 고용조건으로 내건다거나 범죄 혐의자를 조사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신경기술은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특정 기억만 선택적으로 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경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사회경제적 간극이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두뇌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윤리 및 법률적 논란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사법기관이 범죄 혐의자의 두뇌를 강제로 스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무죄추정주의 원칙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범법자를 감옥에 가두는 대신 범법자의 행동과 생각을 신경기술로 바꾸도록 하는 것도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다.잭 린치 이사는 “21세기 윤리 및 법률 논쟁의 화두는 민권에 이어 생각의 자유에 관한 ‘인지의 자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간의 능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자연스러움의 가치에 대한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별로 문화적 차이에 따라 신경기술을 도입하는 방식과 영향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luxi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