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봄날’은 올 것인가.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특단의 타개책을 내놓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사재 1조원 상당을 사회환원하고, 사내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투명경영체제를 확립키로 했다.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19일 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사회공헌 및 투명경영실천 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우선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그동안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정회장 부자 소유의 1조원 상당인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조건 없이 소외계층을 위해 내놓고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재단에도 기부할 계획이다.정회장과 정사장은 각각 글로비스 주식 1,054만6,000주(28.1%)와 1,195만4,000주(31.9%) 등 총 2,250만주(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금액으로 1조원(4월19일)에 달한다. 글로비스 주가폭락으로 약속한 1조원에 모자랄 경우 그 차액을 정회장 부자의 다른 주식이나 현금 등으로 메울 것이라고 그룹측은 밝혔다. 또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기획총괄본부 조직을 대폭 축소·개편해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를 구축, 계열사 대표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독립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양극화 해소 등 국가적 과제해결에도 기여키로 했다.현대차그룹측은 “검찰 수사결과를 떠나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이자 수습책”이라며 “그동안 외부에는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 계속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사실상 준비된 대책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즉 환율인하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로 신인도나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향후 국내경영은 물론 글로벌 경영에서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이번 대국민 사과와 수습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회공헌과 투명경영 방안 시행으로 그동안의 경영권 승계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사장의 경우 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내놓게 돼 현금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감시토록 한 만큼 앞으로 편법적인 승계시도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사회공헌계획을 발표한 후에도 검찰의 비자금 수사 강도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그룹의 경영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룹은 특히 4월19일 밤 긴급체포된 김동진 부회장과 다음날 소환된 정의선 기아차사장이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경영부문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어 이들이 사법처리될 경우 경영전선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기아차는 5월10일로 한 차례 연기된 미국 조지아주 웨스턴포인트시에 짓기로 한 공장의 착공식을 다시 연기했다고 최근 밝혔다. 잇단 착공식 연기로 주정부와의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밖에 기아차 협력업체 진출 문제나 공장 건설을 위한 현지 금융권에서의 자금조달도 차질이 예상된다.여론의 역풍도 부담스럽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사회환원이 검찰수사의 수위를 조절하고 비자금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오용된다”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명경영과 사회공헌을 통해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게 정회장의 의지”라며 “현대차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인사시스템과 총수에 대한 경영권 집중문제 등에 대한 보완책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