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 2005년보다 커질 듯… 환차손 최소화 나서야

2000년대 들어 추세적으로 볼 때 최근의 환율흐름이 형성된 시기는 2004년 10월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지난해 말까지 대내외 외환시장은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로 큰 폭의 달러약세를 예상했던 시각이 많았으나 원화를 제외하곤 오히려 달러가치가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올해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 점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동안 원화가치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 우려가 확산되는 미묘한 상황에서 외환정책 기조가 ‘개입’에서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선회됐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거주자 외화예금 100억달러가 출회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100원 정도 하락했다.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160억~170억달러선이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내린다고 예상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목적으로 보유하는 외화의 적정수준을 감안하면 거주자 외화예금이 추가적으로 출회돼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또 대내외 외환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꼽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제는 달러약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설령 달러약세를 꾀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킬 만큼 탄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2005년의 경우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J 커브’ 효과가 나타났다.앞으로 미국은 당면한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큰 폭의 달러약세를 유도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는 금리를 인상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무역불균형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달러약세가 수용될 수 있도록 압력과 설득을 병행해 나가는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같은 맥락에서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한 위안화 추가 절상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해 7월 위안화 절상 이후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음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추가적으로 절상된다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을 크게 끌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미국의 무역적자를 달러약세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통화가치는 성장률과 금리차이와 같은 경제여건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금리차이에 의해 좌우되는 지금의 환율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제간 자금흐름이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리는 캐리자금과 각종 펀드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미국금리는 4.5%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반면 일본과 유럽은 각각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인플레 타기팅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미국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미국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금리차이가 줄어들기보다는 확대돼 달러강세 현상이 크게 누그러질 가능성은 낮다.문제는 미국금리 인상국면이 언제 마무리되느냐는 점이다. 만약 미국금리가 동결되고 뒤늦게 일본과 유럽금리가 인상된다면 지금의 달러강세 국면은 의외로 빨리 약화될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굳이 그 시기를 점친다면 늦어도 2006년 1분기 말까지는 미국금리가 적정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2006년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하락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이 점을 예의 주시해 외화운용의 밑그림을 짜야 한다.다시 말해 올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30원 내외에서 하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나 연중 환율흐름은 지난해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5년의 경우 4월을 저점(trough)으로 연중 환율흐름이 ‘V자’형을 보였으나 2006년에는 2분기를 정점(peak)으로 ‘역V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만큼 지난해보다 2006년은 환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기업 입장에서 환위험이란 환율변동으로 인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변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기업들이 이런 환위험의 심각성을 인식해 다양한 기법으로 환차손을 최소화하기나 환차익을 극대화시키는 노력은 위험관리가 기업생존의 핵심역량이 된 시대에서는 필수과제다.문제는 환위험은 인식범위와 관리기법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 후에 체계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기업들이 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이 인식해야 할 환위험 범위를 정해야 한다.환위험 범위가 정해지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수다. 특히 환위험 변동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확보하고 이틀 토대로 환위험이 관리된 부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후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일반적으로 환위험 관리기법은 내부관리기법과 외부관리기법으로 나뉜다. 내부관리기법이란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거래 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말한다.반면 외부관리기법은 외환과 금융시장을 통해 별도의 거래를 함으로써 내부관리기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환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말한다.요즘 한국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리기법은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환위험이 발생하면 한국기업들은 먼저 내부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환위험이 내부관리기법에 의해 제거되지 않으면 지체하지 말고 외부관리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순서다.환위험 관리기법이 결정되면 다음에는 회사 차원에서 환위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단순히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환차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서야 보다 적절한 환위험 관리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길 수 있다.또 국내기업의 특성상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과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기업간의 환위험 관리전략도 달리해야 한다. 만약 간헐적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수출과 동시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환율변동과 관계없이 매출액을 일정 금액의 원화로 확정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반면 지속적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은 현재 거래되는 선물환율은 확정돼 있으나 미래 시점에 거래하게 될 선물환율은 현물환율과 마찬가지로 계속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는 선물환 거래를 하더라도 미래 매출이익의 변동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출이 계속 이뤄지는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내부관리기법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특히 국내기업들은 미 달러화의 결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결제통화를 적절히 선정함으로써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이밖에 대기업의 경우 사내선물환과 중소기업은 한국수출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환변동보험제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유한다. 또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사내선물환제 운용을 검토해 볼 시점이다.마지막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전문가 및 환율예측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이제는 환위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