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미국 ‘점진적’ 절상 선호… 중국 내수확대는 한국에 기회

지난 2005년 7월 세계경제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돼 절상압력을 받아오던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다. 중국은 2%의 절상과 더불어 복수통화 바스켓을 근거로 한 관리변동환율 제도로 이행했다. 7월 이후 12월20일까지 위안화는 0.42% 추가 절상돼 완만한 절상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의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미미한 위안화 절상에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한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은 다시 위안화 절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다.중국은 주요 경제정책에 정치적 요소가 막대한 영향을 미쳐 위안화 절상 시기와 폭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힘들다. 하지만 여러 경제여건과 정치적 요소들을 고려할 때 위안화는 2006년 상반기, 이르면 1분기에 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사실 지난 7월 이후로도 중국은 자본시장 전면개방을 위한 사전작업을 단계적으로 해왔다. 위안화 추가 절상은 이 과정 중 하나인 것으로 파악된다. 2005년 9월23일에는 은행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11월24일에는 시장조성자제도와 상대매매 방식의 은행간 현물환거래를 허용하는 외환거래제도 개혁을 마련했다. 이들 제도가 본격적으로 작용되기 시작하는 2006년 초부터는 위안화 환율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앞으로 중국 위안화는 정책 당국자의 관리보다는 시장의 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환율에 꾸준히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2006년 봄으로 예고된 미국의 ‘대중국 공정무역법안’ 입법화가 추진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재검토하는 등 선진국의 위안화 절상압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대외압력과 중국 내부적인 절상 준비과정을 고려했을 때 2006년 상반기 중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다. 절상폭은 5% 내외의 완만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중국경제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보이고 있어 빠른 환율절상 가능성은 낮다. 또한 중국 정책당국은 높은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직면한 중국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무엇보다 미국도 위안화 절상 및 자국통화 가치하락 폭이 크게 확대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 기간에 경상수지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부담만 유독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결국 양국 모두 완만하고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시장의 예상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렇다면 2차 위안화 절상이 중국 및 한국경제에 가져올 영향은 무엇일까. 이미 위안화 절상을 한 번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경제와 한국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음을 지켜봐 왔기에 2006년 위안화 절상을 바라보는 불안감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우선 원화는 위안화 절상과 더불어 재차 강세 기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6년 상반기 중에는 중국변수가 아니라 해도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더불어 엔화절상이 가팔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효과가 더해질 경우 아시아 통화절상 속도는 위안화 절상폭 이상으로 빨라질 수 있다. 또한 무역수지 호조 등과 같은 한국 원화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절상요인까지 감안할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한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위안화 절상 기대로 외국인들의 대중국 직접투자 유입속도는 느려지고, 이는 중국의 수출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반대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물가안정과 중국 가계의 구매력 증가는 내수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위안화 절상 추세에서 중국경제가 투자 및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수출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주요 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 변화라는 미시적 영향보다 중국경제의 구조변화에 한국 수출기업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가 보다 중요한 변수다. 즉 소재 및 중간재 중심의 수출 확대를 경험한 한국에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는 새로운 기회이자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변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