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증시는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최대 이슈는 역시 ‘지수 1,000 돌파’다. 본격 개막된 ‘네 자릿수’시대의 원년답게 미증유의 기록들이 연일 쏟아졌다. 2005년 7월 초부터 시작된 ‘서머랠리’는 1,000 돌파의 서막이었다. ‘3전4기’의 우려 섞인 전망(그간 3차례 1,000 돌파를 시도했지만 모두 안착에 실패)을 가볍게 꺾은 채 승승장구를 반복했다. 여세를 몰아 9월7일에는 10년 9개월 만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날 장은 지수 1,142로 마감됐고 이는 2005년을 ‘주식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주요 근거로 남았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연말랠리까지 겹치며 지수는 12월 말 1,370까지 치솟았다. 신기록이다. 증권가는 “과거 20여년의 장기 박스권을 돌파한 놀라운 한해였다”고 입을 모은다. 연초 대비 코스피는 약 50%, 코스닥은 90% 이상 급등했다.지수 1,000 안착은 증권가를 바짝 달궜다. 4~5년 전 코스닥 버블붕괴와 함께 암울해졌던 초상집 분위기는 곧 사라졌다. 대신 흥겨운 잔칫집 풍경이 펼쳐졌다. 외면만 하던 개인자금의 증시유입도 목격되기 시작했다. 증권사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20개 증권사의 2005년 상반기 순익은 무려 302%나 급등했다. 매매회전율이 폭증한 결과다. 영업전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도소매 불문하고 각 증권사는 인력보강에 공을 들였다. 영업라인의 강화야말로 대세상승장의 수수료 수입과 직결돼서다. 억대연봉자도 속출할 전망이다. 영업직을 중심으로 거액의 인센티브가 지급될 게 확실시된다. 증권가에선 예년보다 대략 3~4배 이상 억대연봉자가 탄생할 걸로 기대한다. 신입사원 입사경쟁률은 기본이 몇 백대 1이다. 희망퇴직을 받던 2004년 겨울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신 ‘흥청망청’은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의 대폭락 악몽에 대한 기억이 여전해서다.정작 애널리스트는 지수 1,000의 특수를 누리는 아랫목이 그립다. 증권가 ‘르네상스’란 말이 무색할 만큼 입지가 줄어들어서다. 당장 몇몇 대형증권사를 빼면 인력보강은 ‘그림의 떡’이다. 올 봄 시작될 연봉재계약을 겁내는 애널리스트까지 생겨났다. 자리를 옮기더라도 대개는 결원보충 차원이다. “골치 아픈 분석업무보다 발로 뛰는 영업직이 더 그립다”는 의견도 많다. 당장 성과급을 둘러싼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나다. S증권 K부장은 “영업직에 비하면 애널리스트에게 떨어질 떡고물은 상상외로 적다”며 “옛날이 그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에게 연말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증권사는 거의 없다. 다만 3월 결산은 짐짓 기대하는 눈치다. 법인세로 이익을 뱉어내느니 차라리 사기진작 차원에서 보너스를 지급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증시활황으로 애널리스트는 어느 해보다 바쁜 2005년을 보냈다. 일단 생산된 보고서의 절대량 자체가 많아졌다. 장세가 지지부진하던 해에 비해 2~3배 이상 업무로드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훈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업무지원팀장은 “주가활황 덕에 애초 제시한 목표가격(TP)이 순식간에 달성돼 그걸 다시 수정ㆍ제시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며 “특히 보고서의 질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가의 프레젠테이션 요구도 급증했다. 펀드매니저의 입김이 세지면서 공식설명회를 비롯한 전화ㆍ메신저 문의가 자연스레 늘었다. 기업탐방 역시 1.5~2배 이상 증가했다. 신규상장주(IPO)를 포함한 애널리스트의 담당종목(커버리지)이 확대된 결과다.2005년 증권가는 ‘적립식펀드’가 지배했다. 바꿔 말해 펀드매니저의 파워가 세졌다. 간접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투신ㆍ자산운용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실제로 요즘 증권가는 기관투자가의 독주기관차다. 외국인투자가보다 기관투자가의 영향을 더 받는 모습이다. 500만개에 달하는 적립식펀드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엄청난 실탄이 연일 공수되는 까닭이다. 덩달아 바이사이드(Buy Sideㆍ기관투자가)의 리서치 능력도 업그레이드되는 추세다. 분석보고서의 몸값도 올라갔다.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리서치센터의 각종 자료가 최근 완전 유료화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철저히 고객ㆍ직원에게만 접근을 허용한다. 일반인의 보고서 무료열람은 아예 불가능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저작권 문제도 불거졌다. 분석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그대로 재생산돼 증권사간 얼굴을 붉힌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