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적 변수도 영향 미쳐… 헤지수단 활용 바람직

환율이란 도대체 뭘까.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환율은 서로 다른 두 나라 돈의 교환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이면 원화와 달러의 교환비율을 말한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면 1달러와 1,100원이 서로 교환됨을 의미한다. 동시에 환율은 한 나라 돈의 대외가치를 표시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화폐가치는 각각 ‘원↓ㆍ달러↑’로 변한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면 1달러짜리 볼펜을 살 때 1,100원만 주면 되지만 환율이 1,200원으로 뛰면 100원을 더 줘야 살 수 있다. 이는 원화약세이자 달러강세다. 환율은 영국의 파운드를 빼곤 대부분 달러를 기준으로 표시된다.환율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대고객환율이란 게 있다. 은행이 개인ㆍ기업 등 개별고객과 거래할 때 적용되는 환율이다. 여기엔 매입률과 매도율이 있다. 은행이 고객외환을 살 때 적용되는 게 매입률이다. 반대일 때는 매도율이다. 해외여행객의 환전 때 이런 매입ㆍ매도율이 사용된다. 매도율은 매입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은행이 외환매매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남기기 위해 수수료를 붙이기 때문이다.은행간 환율도 있다. 고객과의 거래 결과 남거나 모자란 외화를 운용하기 위해 은행간에 이뤄지는 대규모 거래에 적용되는 환율이다. 개별은행은 은행간 환율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대고객 환율을 정한다. 따라서 하루에 몇 차례씩 바뀌는 게 보통이다. 외환종류에 따라서도 적용환율은 달라진다. 현찰매매율, 전신환매매율, 여행자수표매매율 등이 있다. 현찰은 운송ㆍ보관료가 붙어 환율이 더 높다. 해외여행객이라면 가능한 여행자수표로 바꿔두는 게 낫다.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된다. 외환시장에는 은행ㆍ기업ㆍ개인ㆍ중앙은행 등이 참가한다. 거래목적도 다양하다. 은행은 고객과의 거래 등 매매이익을 위해 외환시장에 뛰어든다. 개인ㆍ기업은 수출입거래나 해외여행을 위해 참가한다. 반면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의 안정(환율안정) 등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합류한다. 흔히 외환시장이라면 은행간 시장을 말한다. 외환시장은 실체가 없다. 대부분 은행 혹은 외환중개업자의 딜링룸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전화ㆍ컴퓨터로 매매주문을 제시하고 서로 일치하는 상대와 거래하면 된다. 거래성사 때마다 환율은 시시각각 변한다. 외환거래의 빅3시장은 뉴욕ㆍ런던ㆍ도쿄시장이다. 달러ㆍ엔ㆍ파운드ㆍ유로화 등은 여기서 주로 결정된다. 원화는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결정된다. 은행을 비롯해 모두 64개 참가자(2004년 3월 말 현재)가 외환을 매매한다.환율은 어떤 환율시스템을 따르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결정 메커니즘이 다르다. 크게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로 나뉜다. 고정환율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페그(Peg)제가 있다. 페그제는 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해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고정시키고 이 환율로 무한정의 교환을 약속하는 제도다. 고정환율제도 중 ‘단일통화연동제도’에 속하며 환율은 일정 수준에 묶이게 된다.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중간단계인 바스켓제도도 있다. 주요 교역국 통화를 꾸러미(Basket)에 묶어 통화별 적정 가중치를 매긴 뒤 자국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대부분의 선진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다. 외환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구조다. 고정환율제는 정부가 환율을 일정수준으로 묶어버리는 방식. 현재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가 채택 중이다. 중국은 95년 이후 최근의 위안화 평가절상 때(2005년 7월)까지 줄곧 고정환율제를 따랐다. 지금은 바스켓제도를 따른다. 한국은 80년 2월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뒤 바스켓제도를 따랐고, 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고정환율제는 환차손위험이 거의 없다. 경제안정과 수출입 계획수립이 쉬워진다. 반면 무역분쟁을 일으킬 공산이 큰데다 국제수지 불균형에 따른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 변동환율제는 국제수지 불균형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장점을 갖지만 수출ㆍ수입품 가격변동에 따른 국민경제 불안정과 환투기 개연성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환율결정 역시 경제학의 기본법칙을 따른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달러를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값(환율)은 시장에 풀린 달러수급에 따라 매겨진다. 수출을 많이 했거나(달러대금 증가), 외국인투자가의 투자금액이 많아 달러공급이 늘어나면 환율은 떨어진다. 하지만 수입이 많거나 외국인투자가의 자금회수가 많으면 달러수요는 증가한다. 결국 달러공급이 많으면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오른다. 환율하락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수지가 흑자면 달러공급이 더 많아져 환율하락을 야기한다.수급재료말고도 환율 변동요인은 수두룩하다. 대외거래ㆍ물가ㆍ금리ㆍ경제성장률ㆍ통화량 등 경제적 요인은 물론 정치ㆍ사회적 변수도 직간접적으로 환율변동에 개입한다. 가령 국내물가가 뛰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는다(수출품 가격상승ㆍ수입품 가격하락). 이때 달러가 귀해져 환율은 오른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환율은 반대로 떨어진다. ‘경제성장률↑→국가신뢰도↑→투자수익률↑→외국인투자↑→달러공급↑→환율↓’의 구조 때문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국내소비가 늘어나 수입증가ㆍ환율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다. 통화량이 늘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은 오른다.금리가 높아도 해외자금의 국내투자가 늘어 궁극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린다. 정치가 불안정하거나 국가분쟁이 벌어져도 환율은 오른다. 달러가치가 뛰기 때문이다. 외환투기 역시 환율 변동요소다. 물론 같은 요인이라 해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환율 떨어지면 대규모 환차손 불가피환율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증가ㆍ수입감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수출업자는 더 많은 원화를 받게 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반면 수입업자는 지불대금이 더 늘어나 수입을 줄이게 된다. 물론 환율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가격ㆍ물량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서서히 발휘된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 수출이 늘면 고용도 증대된다.반면 환율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자재ㆍ부품수입에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을수록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층 커진다. 외채상환부담도 증가한다. 환율이 뛴 만큼 달러 빚 자체의 원금이 늘어나서다. 반대로 달러자산과 달러대출이 많으면 환율증가분만큼이 그대로 환차익으로 잡힌다.환율변동은 개인ㆍ기업의 손익에 직결된다. 외화자산ㆍ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더 그렇다. 무역업체라면 ‘환리스크’ 대응전략이 필수불가결하다. 수출입시점과 결제시점의 환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환율이 뛰면 추가적인 환차익이 생기지만, 반대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 환차손이 생기게 된다. 외환자유화가 심화된 결과 민간부문의 외환보유ㆍ거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환율변동에 의한 고민도 커졌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이나 달러송금(자녀의 해외유학비 등)이 늘면서 환율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개인이 적잖다. 최근에는 재테크 수단으로 외화예금까지 인기를 끌면서 단순투자자까지 환율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그럼에도 불구, 정확한 환율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외적인 변수까지 환율변동에 깊숙이 개입해 있어서다. 환율전망은 최대한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ㆍ기업은 특히 그렇다. 환차익을 얻으려하기보다 환차손을 어떻게 막을지 연구하는 게 현명한 자세다.환위험을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선물환거래다. 통화선물ㆍ통화옵션거래 및 환변동보험 등도 있지만 선물환거래가 가장 일반적이다. 선물환거래란 미래의 특정시점에 결제할 외화의 가격(환율)을 현시점에서 미리 정해둠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피하는 방법이다. 환율변동에 대비해 외화의 수취ㆍ지급시기를 일치시키거나 혹은 그 시기를 앞당기거나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다. 가령 환율상승이 예상되면 수출품의 선적 타이밍과 수출환어음의 매도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 중소업체라면 금융기관의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게 필수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