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 1950년 경남 진주 출생. 68년 경기고 졸업. 7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88년 미국 핀레이공대 산업관리공학 박사. 72년 국방과학연구소 근무. 78년 현대중공업 입사. 78~97년 현대정공 기술연구소장. 94년 현대우주항공 부사장. 98년 현대우주항공 사장. 2000년 현대자동차 사장. 2001년 현대자동차 총괄사장. 2003년 현대자동차 부회장(현)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조용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좀처럼 자신의 색깔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경영스타일을 알 만한 자료도 거의 없다. 별도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꾸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부회장은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총괄 CEO에 오른 이후 현대차는 급브레이크를 잡아 본 적이 없다.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를 따돌리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연말 5명의 최고경영자를 선정하는 ‘올해의 CEO’에 3년 연속 뽑히는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2위까지 치고 올랐다. 온화한 인상과 부드러운 경영스타일로 인해 다소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그가 한국 최고의 CEO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은 뭘까.경영자를 평가하는 잣대는 재무성과, 리더십, 윤리성, 주주가치경영, 글로벌화 등 여러가지다. 그중에서도 재무성과는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중의 하나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영실적은 해마다 나아지고 있다. 그것도 이익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내수불황도 저환율도 국제정세도 현대차의 폭풍 같은 질주를 막을 수가 없었다.그가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01년. 그해 7월 총괄 CEO로 승진했다. 첫해인 2001년 현대차의 매출액은 22조5,000여억원이었다. 2년 만인 2003년 24조9,000여억원으로 2조4,000여억원이 늘어났고, 2004년에는 27조원대로 높이뛰기를 했다. 지난 3분기까지의 매출액이 21조원으로 원/달러 환율 절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2004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순이익도 2001년 1조1,000여억원에서 2004년 1조7,000여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올 3분기까지의 순이익 규모가 1조6,75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에 이르렀다. 판매대수도 대폭 늘어나 지난 11월까지 228만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205만대) 같은 기간보다 11.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이러다 보니 기업가치도 껑충 뛰었다. 주당 가치가 2004년 말 5만5,500원에서 올 12월14일 종가 기준 9만7,000원으로 4만1,500원이 올랐다. 시가총액도 2004년 말 14조968억원에서 12월14일 종가 기준 21조8,628억원으로 7조원 가량 늘어났다.김부회장이 ‘올해의 CEO’ 선정에 참여한 학계, 연구소, 언론계 등 전문가들의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이 같은 뛰어난 경영성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글로벌 시장에서의 빼어난 활약상도 그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취임 이후 ‘글로벌 톱5’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이는 제스처는 그를 인터뷰한 언론 기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그는 총괄 CEO로 취임하자마자 수출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었다. 2001년 도쿄모터쇼에서 이른바 ‘글로벌 4대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역량 강화, 권역별 전략차종 개발, 브랜드 가치 증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 일류 자동차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현지공장을 건설(2002년 착공)하고 중국에 ‘베이징기차 유한공사’와 합작으로 ‘북경현대기차’ 설립(2002년)을 주도했다.그래서일까. 현대차는 해외시장에서 그야말로 ‘씽씽’ 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동지역이다. 지난 9월 현재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등 3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질주 중이다. 도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에서도 1위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브릭스(BRICs) 국가에서도 선두권에 진입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9월까지 6만8,745대를 팔아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2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품질경영을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적이다. 품질경영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하다. 임직원들에게 ‘품질경영만이 살길’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국내외 현장에서 꼼꼼하게 확인했다. 결국 그가 기울인 노력은 허투로 끝나지 않았다.품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음을 전세계 주요 평가기관과 언론에서 인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JD파워사는 지난 5월 발표한 2005년 상반기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 투싼에 99점을 줬다. 이는 SUV 부문에서 신차를 투입한 첫해에 얻은 점수로는 역대 최고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쏘나타가 미국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가장 결함 없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컨슈머 리포트>는 204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가작업을 벌였다.그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기존의 중장기 비전인 ‘2010년 글로벌 톱5’를 대신해 ‘고객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Humanity)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발전과 품질혁신에 무게중심을 둘 것임을 분명히 한 것. 신차 품질과 내구 품질에서도 세계 톱 수준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판매ㆍ서비스 향상을 통해 ‘종합품질 우수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미국 핀레이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어릴 적 꿈이 발명가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방산장비 개발을 위해 지난 78년 현대중공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후 오랫동안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경영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연구원이나 교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그는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자동차 부품 및 갤로퍼 개발 등 차량사업에 주력, 누구보다 자동차를 잘아는 경영자로 통한다. 그의 경영스타일은 ‘현장중시, 솔선수범’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말보다는 강한 행동과 솔선수범, 강한 뚝심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그는 일류 기업 문화를 만들고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미래를 위해 기업이 가장 우선해야 할 부문으로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직장 분위기를 들고 있다. 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사람’이라는 믿음 아래 인재발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해마다 1,000명 규모의 연구개발 인력을 선발키로 했다.현대ㆍ기아차그룹은 ‘깜짝 인사’로 유명하다. 올 들어 각 계열사 부사장 이상의 승진 또는 전보인사가 10여차례나 있었다. 이처럼 수시로 임원인사를 하는 것은 다른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 경영진이 권력을 유지하는 기간이 그만큼 짧다는 의미다.하지만 김부회장만은 예외다. 지난 2000년 현대차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총괄사장(2001년), 부회장(2003년) 등으로 승진하며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과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정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면 김부회장은 구체적인 세부전략을 세우고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6시. 하루 수면시간도 4시간30분 정도다. 일을 취미로 삼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업무에 몰두한다. 현대차의 목표는 2010년 세계 5대 메이커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김부회장의 초고속 드라이브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