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경영 저자 80인 의기투합… 공저ㆍ내부강연으로 결속력 ‘탄탄’

지난 11월17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라는 ‘한’ 권의 책 출판기념회가 그것이다. 하지만 행사장에 모인 저자는 줄잡아 20명에 달했다. 그것도 다 모인 게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려 37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책의 집필자란에는 BBC라는 낯선 이름이 붙어 있었다.BBC(Biz Book Writers’ Club)는 국내의 경제ㆍ경영 관련 서적의 저자들 모임이다. 최소한 1권 이상의 경제ㆍ경영 서적을 쓴 경력이 있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이름은 같지만 물론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굳이 연관을 찾는다면 ‘영국’이라는 나라 정도가 될 것이다. BBC의 회장인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영국은 세계적인 출판 강국입니다. 출판산업의 수출액이 전 산업 가운데 4위를 차지할 정도죠. 반면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서점에 가보면 경제ㆍ경영 서적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 겁니다. 물론 산업화의 역사가 짧은 탓이 크지만 세계 10위에 육박하는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이제는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을 창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BBC는 그를 위해 만들어졌죠.”창립 1년새 회원 4배 증가BBC가 창립된 것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이제 갓 한 살이 넘은 셈이다. 평소 경제ㆍ경영 서적 저자들의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온 김회장의 제안에 20여명의 저자들이 순식간에 의기투합했다. 그후 입소문이 퍼지고 회원들이 알음알음 지인들을 소개하면서 모임은 급속도로 커졌다. 불과 1년 사이에 회원이 4배 이상 불어난 것. 현재 회원은 80여명에 달한다.최근 5년 사이에 경제ㆍ경영 서적을 1권 이상 쓴 경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BBC의 회원들은 대부분 지명도 높은 저자들이다.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의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 대표, <총각네 야채가게>의 김영한 마케팅 MBA 대표, <부자가 되려면 은행을 떠나라>의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당초 모임을 제안했던 김회장이나 총무를 맡고 있는 김도연 와일드콘텐츠 대표도 이렇게 빨리 모임이 커질지는 몰랐다고 전한다. 같은 분야의 일을 해서 경쟁심이 없지 않은데다 대부분 회원들이 이미 여러 개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 회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 하지만 모임 성격이 독특하고 유익해서인지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고 말한다. 회원 가입을 제안하면 70~80%는 고개를 끄덕였다는 설명이다.저자들의 높은 호응도와 반대로 색안경을 끼고 BBC를 바라보던 쪽도 있었다. 출판사들이었다. 저자들의 ‘이익단체’가 생기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었던 것. 실제로 일부 출판사는 저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 회원 가입을 막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회원들은 그와 비슷한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데 출판사들이 지레 겁을 먹은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저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출판 관행이 없지 않지만 BBC가 공식적으로 나설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회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참석률이 꽤 좋다. 모임이 친목은 물론 회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어서다. 우선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강연을 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만큼 강연의 수준이 높아 지식을 넓히고 발상을 전환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BBC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경쟁지식컨설팅의 박미란 대표는 “대부분 회원들이 강연을 많이 하지만 반대로 강연을 들을 기회는 적은 게 사실”이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깨달을 수 있는 등 다른 회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강연 내용뿐만 아니라 강연장도 ‘발상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 호텔처럼 공식적인 곳보다 홍대 앞 클럽이나 인도풍의 라운지바 등 ‘의외의 장소’에서 모임을 갖는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신선한’ 공간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일거리’를 찾는 데도 보탬이 된다. 저자들은 대부분 집필 외에 강연을 많이 하는데 강연을 의뢰받으면 자신 외에 주제에 맞는 다른 회원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기업 직원교육의 경우 대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BBC 회원들만 모아도 얼마든지 이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큰 테두리로 보면 경제ㆍ경영 저자들이지만 회원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다양하다. 그만큼 의견이 상충될 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심각한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매우 빠르게 합의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김도연 대표는 “비즈니스 서적 저자들이어선지 서로의 중간점을 찾아가는, 일종의 ‘협상력’이 높은 것 같다”며 “모임이 끝날 무렵에 어지간한 의견은 별 탈 없이 조율된다”고 말했다.독서문화 확대 등 대외활동 본격화BBC는 종전까지 회원들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궁극적으로는 회원들간에 정보교류를 촉진하고 새로운 저자를 발굴해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을 창출’한다는 목표지만 일단은 내실을 다져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힘을 써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 지난 11월 펴낸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가 그것이다.이 책은 BBC 회원 21명과 비회원 전문가 16명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신 이슈를 소개하고 있다. 당초에는 회원들만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독자들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회원들이 경영의 모든 이슈를 다룰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것. 김회장은 “회원들이 서로의 원고를 읽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응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며 이번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이번 책은 BBC가 친목단체에서 공익을 위한 모임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회원들은 말한다. 우선 인세 일부를 적립해 잠재력 있는 저자 발굴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경제ㆍ경영 서적 저자들을 위한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을 발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김회장은 말한다.BBC 회원들의 공동작업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우선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와 비슷한 성격의 책을 매년 1권씩 내놓은 작정이다. 새롭게 부각되는 ‘핫이슈’들을 발빠르고 폭넓게 알리겠다는 것. 현재 ‘국가마케팅’에 대한 공저를 계획하고 있다. 김회장은 “한 사람의 저자가 시의적절하게 분석하기에는 경제ㆍ경영환경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며 “여러 명의 저자가 모이면 적기에 독자들이 원하는 지식을 창출,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독서문화 확산에도 나설 생각이다. 우선 기업의 독서교육에 BBC가 참여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저자가 직접 강연자로 나서면 해당 책의 요체를 좀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 독서인구를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BBC는 기대한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전례가 없는 모델이어서인지 BBC의 제안에 선뜻 응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내실을 다지고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라는 성과물도 낸 이상 앞으로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BBC 주요회원 리스트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회장) / 김도연 와일드 콘텐츠 대표 (총무) /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 박미란 경쟁지식컨설팅 대표(운영위원) / 오익재 한국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운영위원) /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 / 구자룡 밸류바인 컨설팅 대표 / 김동범 보험사랑 컨설팅 대표 / 김선기 BlueTrade 대표 / 김의경 한국투자관리 이사 / 김진배 유머개발교육원 원장 / 박성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박영숙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 신완선 성대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 / 신원동 한국인재전략연구원 원장 /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소장 /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 / 심재우 에스비컨설팅 대표 / 안미헌 앤즈컨설팅그룹 대표 / 안종배 한세대 교수 / 유혜선 SM커설팅 대표 / 이영곤 오픈타이드 이사 / 정재윤 마케팅 공화국 대표 / 정해동 커스터머인사이트 대표 / 추성엽 현대카드 과장 / 최낙삼 파스빌 본부장 / 하영목 스타코치 대표 / 하우석 공주영상정보대학 교수 /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황윤정 골드 버그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