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상에서 프랜차이즈 사장까지 성공 기록…‘신나는 삶을 위한 본보기’

● 김영한ㆍ이영석 지음/거름/9,000원예전에 한 외신기자가 삶이 무료하다면 한국에서 운전을 해보라고 했다. 적어도 한국에서 운전을 해보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나기 때문이란다.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건 일본에서 온 친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서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버스를 타면 청룡열차에 탄 기분이라고 말해 필자를 당황스럽게 했었다.살다 보면 가끔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란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육체와 영혼의 울부짖음은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 삶을 질책하곤 한다. 필자의 주변 사람들이 좀더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나에게 늘 하는 얘기는 ‘뭐 재미난 거 없어’일 정도다.더 열정적으로, 더 즐겁게 살 수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에는 더 즐겁고 더 기기묘묘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문제의 정답은 이미 본인들이 알고 있다. 정작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일인지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나는 기꺼이 <총각네 야채가게>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무일푼 오징어 행상에서 출발해 ‘평당 대한민국 최고 매출’을 올리는 점포를 만든 이영석 사장에 대한 이야기다. 이사장은 대학졸업 후 이벤트회사에 취직했으나 능력보다는 편법이 판치는 기업문화에 좌절하고 그만뒀다. 땀 흘린 대가가 보장되는 정직한 일을 찾던 중 장사와 인연을 맺어 현재는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브랜드로 수십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이 책 말미에 인상적이었던 ‘1%를 붙잡아라’는 코너가 있는데 내용을 잠시 소개해 본다.“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49%와 51%라는 말이 있는데, 이 차이가 뭔지 알아?”“그야 50%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의 많고 적음이죠.”“그래 그거야. 바로 그 1%의 마음을 잡으란 말이야. 여기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너 같은 어려움이 없었겠어… 다들 그만두고 싶은 49%의 마음과 일을 하고 싶은 51%의 마음이 교차해. 그렇지만 그 1%가 스스로를 잡아주는 힘이 되는 거야.”‘1%를 붙잡아라’를 읽다 보면 영국의 시인 새뮤얼 버틀러의 사회풍자 소설 <에레혼>이 떠오른다. 에레혼(Erehwon)은 19세기 영국 사회제도를 비꼰 소설로 ‘No-Where’(어디에도 없다)의 역(逆)이기도 하지만 ‘Now-Here’, 즉 ‘지금 여기’도 된다. 즉 이상세계는 없을 수도 있지만 바로 내가 있는 이곳이기도 하다는 역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행상으로만 1억원의 수입을 올렸던 이사장이 찾아낸 것이 바로 에레혼이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힘들어서 막연히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지만 그곳에서도 현재의 어려움과 난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는 건 바로 잠재된 열정을 끄집어내는 일이다.새벽 2시 반에 일어나 하루 18시간을 일하는 이사장. 7시간은 맛있는 과일을 구입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사과상자 2박스 분량의 과일을 매일 먹어치우는 이사장. 노점상 시절에는 자리를 얻기 위해 주변 상인들로부터 위협과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고 구청의 단속을 뛰어넘기 위해 악착같이 벌금을 냈던 이사장. 드세기로 소문난 가락시장에서 배짱으로 보기 좋게 그들의 기를 꺾어버린 이사장. 과일도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는 이사장. 야채가게 직원의 해외연수를 위해 항공료와 숙박비, 부대비용을 지급하는 이사장. 바나나를 팔기 위해 원숭이를 활용한 이사장의 장사수완까지 그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열정’이다.이 책의 목차에서 보이듯 이사장은 매일매일 즐겁게, 매일매일 뜨겁게 살아가고 있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총각네 야채가게>는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의기소침한 직원에게 이사장이 날리는 한마디 말을 되새겨 보자. ‘너는 날 프로라고 인정해 줬어.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금의 너를 인정하는 프로의 눈을 믿어봐. 너는 충분히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