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들 사이에서는 ‘3-3-3 법칙’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금연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으로 3일을 참으면 3개월을 가고, 3개월을 참으면 3년을 간다는 뜻이다. 금연한 지 3년이 지나야 비로소 담배를 끊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직장인들 사이에서는 ‘3-6-9 법칙’이 떠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가 닥치기 마련. 입사해서 3년째 첫 고비가 오고, 6ㆍ9년째 두 번째ㆍ세 번째 위기가 온다는 이야기다. 10년차란 이 세 번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직장인들이다. 그러고 보면 10년차는 ‘역전의 용사’들이다.직장인들은 10년차가 되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고 한다. 10년이라는 의미가 워낙 남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10’이라는 숫자는 특별하다. 결혼 9주년을 맞은 부부는 대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며 자축한다. 하지만 10주년은 결코 9주년처럼 보내지 않는다. 뭔가 특별한 분위기의 이벤트를 원한다. 해외여행은 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제주도는 다녀와야 한다.연말이면 국내외 대다수 언론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며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8대 뉴스나 9대 뉴스를 선정하는 언론사는 찾을 수 없다. 방송국에서도 연말에 한 해를 빛낸 가수를 뽑는다. 7ㆍ8명이 아니라 꼭 10명을 뽑는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10년 단위로 사사를 만든다. 10년 후 뭘 먹고살 것인가는 최근 기업들의 화두이다.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의 저서 <10년 후, 한국>은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가정이지만 공소장이 ‘15년 후, 한국’이나 ‘20년 후,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10년 후, 한국>처럼 잘 팔렸을까. 이처럼 ‘10’이라는 숫자는 흡입력이 무척 강하다.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그의 저서 <열정과 기질>에서 ‘10년 법칙’을 소개했다. 창조적인 인물은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종사한 후에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어내며, 이후에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그가 샤르코의 임상교실에서 견습생활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 만에 탄생했고, 세계적 무용수 마사 그레이엄은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린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가드너 교수는 “어느 분야의 전문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직장인 10년차는 가드너 교수의 ‘10년 법칙’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10년차들은 첫 출근의 설렘, 첫 월급의 풍요로움, 첫 진급의 짜릿함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몰래 울기도 했을 것이며, 동료와의 갈등으로 인해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한 날도 적지 않을 것이다.그래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나무가 자라듯 직장인들도 성장하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10년차라는 사실이 때로는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이며, 때로는 자신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드라마 같다’고 했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다.그렇다면 농부가 돼 어깨에 곡괭이를 메고 자신이 일궈야 할 대지를 내려다보자. 지나온 10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좀더 수월하거나 좀더 어려운 환경이 10년차 직장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56살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을 뜻하는 ‘오륙도’나 45살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체감정년이 36.5살로 체온과 같다는 점에 빗댄 ‘체온퇴직’, 38세까지 직장 다니면 선방했다는 ‘삼팔선’ 등의 풍자는 지금의 10년차들을 옥죄고 있다.희망은 찾는 자의 몫이다. 처한 조건은 싸늘하지만 10년차의 가슴은 식지 않았다. <한경비즈니스>가 10년차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과 가정, 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자신감을 가진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살짝 드리워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10년차들이 아니었다. 지나온 10년을 이겨낸 자들은 앞으로의 10년도 거뜬히 이겨낼 수가 있는 법이다.인재관리 전문기업 HR코리아의 최효진 사장의 도움말이다. “진정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다만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목표는 일종의 나침반입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자기경영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공병호 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지나온 10년은 인생의 교두보를 확보한 시기였습니다. 앞으로는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가치창출은 적어도 10년 정도 걸립니다. 따라서 성공비결은 바로 끈기입니다. 강한 지구력으로 다가올 10년을 꿋꿋하게 밀고나가세요.”10년차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다가올 10년을 생각하면 1년차일 뿐이다. 패기, 자신감, 비전 등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신입사원 시절의 그 기개를 다시금 품어보면 어떨까.돋보기 10년차 그들은 누구인가?10년차는 기업의 기둥이다. 기업경영의 핵심역할을 현장에서 도맡고 있는 중추 세력이다. 10년차는 95년 말이나 96년 초에 입사해 초년병 시절에 외환 위기를 겪었다. 타의로 직장을 떠나는 선배들의 눈물을 지켜본 세대다. <한경비즈니스> 설문조사에 응한 300명의 10년차 직장인들은 과ㆍ차장이 전체의 71.7%로 주류를 이뤘다. 과ㆍ차장은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직급이다. 나이는 35~40세가 68%로 다수를 차지했다. 40.7%의 10년차가 한 명의 자녀를, 37.3%의 10년차가 두 명의 자녀를 뒀다. 이들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200만~399만원(38.7%)으로 가장 많았다. 400만~599만원도 34%로 적지 않았다.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자랑하는 10년차도 5.3%나 됐다. 이들은 대다수가 맞벌이 부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300명 중 맞벌이를 하고 있는 10년차가 125명(41.7%)에 달했다.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인 48.7%. 전체의 23%는 한 번 옮긴 적이 있으며, 13.7%는 두 번 이상 회사 명함을 바꾼 경우다. 10년차의 54%가 주 1~2회 야근을 하며, 6.3%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 사적인 모임은 한달에 1~2회 갖는다는 응답이 49%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