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을 기치로 내거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핵심인재 확보에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하는 삼성그룹을 필두로 첨단 IT업종은 물론, 굴뚝기업들까지도 ‘인사가 만사’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재를 발굴하는 것보다 잘 키운 인재를 어떻게 유지ㆍ관리할 것인가가 기업의 화두로 대두된 상황이다. 그만큼 핵심인재를 둘러싼 스카우트전이 치열한데다 인재경영의 영향력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는 이야기다.이런 상황에서 직장생활 10년차들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모으는 집단이 됐다. 특히 직급상 ‘과장’이 되고 회사 내에서 ‘중견’이 되면서 역할에 대한 기대가 훌쩍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2~3가지 업무를 맡으면서 남부럽지 않은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ㆍ구세대 사이 ‘낀 세대’로 어정쩡한 위치가 되기 십상이다. 중간관리자 직급이지만 실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기업들의 고직급화가 진행되면서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중간관리자가 적잖다.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자기계발에 소홀해 경쟁에 뒤처지기 쉬운 것도 이때다. IMF 위기를 헤쳐 나오면서 생존전략을 터득했지만 그만큼 회사생활에 회의를 많이 느끼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여기에 인재경영을 부르짖는 기업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상당하다.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열정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와 같이, 앞으로의 10년도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당부다. 10년 동안 쌓은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 조언이다.서종호 한화증권 인사총무팀장, 스티브 스코브가드 P&G 인력관리본부장, 신원준 삼성SDS 다이나믹HR랩 수석컨설턴트, 허광회 오리온 경영지원부문 HR팀장 등 각기 다른 업종의 인사담당자들이 ‘직장인 10년차’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평가와 조언 속에 10년차의 성공전략이 숨어 있다.장점과 단점 = 직장생활 10년의 성과는 뭐니 뭐니 해도 업무에 대한 전문성. 10년차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자신의 업무수행능력 자신감에 대해 62.1%가 ‘자신 있다’고 답했다. 서종호 팀장도 “10년차는 자기 직무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는 단계로 업무처리에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문과의 원활한 협조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 업무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스코브가드 본부장도 “다양한 상황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전문성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다져진 단계라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아 결과적으로 회사에 기여하곤 한다”고 말했다.건전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주도한다는 평가도 있다. 신원준 수석컨설턴트는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예스’를 하지도, 호불호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지도 않는다”면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조직 내 생산주체요, 이들이 있어 조직이 굴러간다”고 말했다.반면 단점도 적잖다. 실제로 10년차는 자신의 역량을 차츰 발휘하기 시작하는 초기 리더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전직이나 전업을 고려하는 혼란을 겪곤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독립(전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흔히 업무에 소홀하거나 적극성이 뒤떨어지는 게 문제다.허광회 팀장은 “일에 대해 철학이 서지 않아 본질보다 피상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소극적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스티브 스코브가드 본부장도 “가끔 기대 수준만큼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거나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다”면서 실망스러운 때가 적잖음을 내비쳤다.독불장군식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원준 수석컨설턴트는 “문제해결 능력은 뛰어나지만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면서 “업무능력이 뛰어난 인재들 중에서 리더십과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이들이 적잖다”고 지적했다.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 = ‘프로젝트 기획 및 수행능력, 담당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 리더의 역할, 타 부서와의 원활한 협력, 조직운영에 관한 참여의식과 책임감.’서종호 팀장은 ‘10년차 정도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으로 조직생활에서 갖춰야 할 능력 몇가지를 꼽았다. 대부분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갖춰야 할 조건들이다.특히 ‘전문성’은 모든 인사담당자가 꼽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원준 수석컨설턴트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광회 팀장 역시 “이론적, 실무적으로 최고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업무에 필요한 내ㆍ외부 네트워크, 전략적인 마인드와 지식도 필수조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티븐 스코브가드 본부장은 “경험이 많다고 해서 배우기에 소홀해선 안된다”면서 “특히 과거의 성공 또는 자신이 이뤄 놓은 실적에 안주하려 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는 이야기다.회사가 원하는 것 = 회사는 10년차에게 무엇을 원할까. 신입사원 때부터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투자와 교육을 아끼지 않았고, 힘들게 스카우트를 해 온 경우라면 기대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직장생활 10년차’는 존재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기대를 받기 마련이다.인사담당자들은 ‘중추적 역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서종호 팀장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조직 발전과 변화를 위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간관리자로서 상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조직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신원준 수석컨설턴트도 ‘의사결정 라인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사원들은 세부사항에 대해 잘 알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진이나 리더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허광회 팀장은 ‘마인드’를 강조했다. “전문성과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는 데 있어 핑계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또 “조직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후배를 교육시키며 조직을 리드할 준비에 나서기 위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추기 바란다”고 밝혔다.외국인 인사담당자인 스티븐 스코브가드 본부장은 10년차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10년차의 경험과 능력을 가진 만큼 더욱 능력 있는 인재로 성장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