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키워드는 ‘리마커블’…순간의 감성 지배해야 성공

● 세스 고딘 지음/ 남수영ㆍ이주형 옮김/ 재인/1만1,500원경제ㆍ경영 서점가를 꽤 오랫동안 보랏빛으로 물들였던 책이 있다. <보랏빛 소가 온다>란 제목의 이 책의 부제는 ‘보랏빛소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돼 있다. 경제ㆍ경영 서적 코너에 당당히 펼쳐져 있는 보랏빛 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며, 그 소를 도대체 어떻게 만들라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심으로 보랏빛 소의 정체가 궁금해 들춰보지 않으면 안되게끔 했던 책이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 우선 책의 저자 세스 고딘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그의 생각이 편안히 펼쳐졌다.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해 아는 것 많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부담 없이 그의 ‘보랏빛 소’ 이야기를 한참 읽다 보면 그가 날카롭게, 그리고 섬세하게 지적한 마케팅 관점을 만나게 되고 결국 자신의 무딘 감성을 탓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아, 맞아… 정말, 그러네’라는 공감의 감탄사가 쉴새없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가 ‘뛰어난 마케팅 혁명가’라는 평을 받는 것에 다시 한 번 동의하게 된다.그런데 섬세하고 날카로운 그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보랏빛 소’라는, 뭔가 ‘리마커블(Remarkable) 한 의미’를 던짐과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마케팅 숙제를 던져준다.결론부터 말하면 해답은 없다. 사실 각자가 필요로 하는 의문점을 속시원히 풀어줄 정확한 해답을 주는 책은 없다. 자신의 지혜와 창의적 노력을 돕는 가이드와 지침을 줄 뿐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보랏빛 소’는 확실히 해답보다는 숙제를 안겨준다.그는 이 책에서 광고는 죽었다고 주장한다. 하루에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광고의 홍수와 기업 마케팅에 대해 ‘가장 안전한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경고를 던진다. 보랏빛 소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드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고 그곳을 자동차로 달리는 당신은 그저 그렇고 그런 지루함을 느낀다. 그 평야에 엄청나게 많은 소떼를 발견하고는 경이롭게 바라보지만 이내 질려버린다. 그 소떼는 그저 풀을 뜯어먹고 있을 뿐이다. 이때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는 존재가 앞에 나타난다. 바로 보랏빛 소가 있는 것이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보랏빛 소’는 그저 소일 뿐이지만 보랏빛 소였기 때문에 우리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즉 기업에서 아무리 돈을 쏟아부은 광고라 할지라도, 혹은 상품개발이라 할지라도 ‘보랏빛 소’와 같이 우리의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하는 ‘선물’과는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이다.사탕을 팔아도 감동할 수 있는 사탕, 파스타를 팔아도 공룡 모양이 새겨진 공룡 파스타처럼, 같은 가격으로 같은 목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지만 기업은 고객에게 ‘리마커블’한 그 무엇인가를 선사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그 리마커블한 것을 끊임없이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저 파묻혀질 광고와 상품은 곤란하다. 모든 액션은 리마커블해야 하고, 또 그에 대한 코스트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공짜여야 한다. 한동안 경영계의 화제로 오르내리던 블루오션 역시 그 ‘리마커블한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저자 세스 고딘은 리마커블을 순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 무엇인가의 존재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순간적 판단은 우리의 무의식이 그동안 축적돼 온 전문지식과 경험을 종합해 내놓은 결과라고 말한 후 경험과 지식을 쌓고 순간판단을 훈련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순간순간 보랏빛 소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진부한 것은 이미 망한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전략이란 승리하기 위한 계획이다. 경쟁사의 전략을 파악하고 해당 전략을 수립하는 필자로서도 그 리마커블한 존재, 보랏빛 소의 등장은 겁이 날 수밖에 없다. 결국 필자 역시 그의 ‘보랏빛 소’를 선택해 이렇게 추천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