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기는 ‘지식과 실행’…혁신 없는 조직 몰락 ‘필연’

●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청림출판/1만2,000원‘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다. 모든 것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는 식의 자조적 독백이 기업 사장실은 물론 사무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즘이다.자신이 누구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끼는 독자일수록 <프로페셔널의 조건>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의 사회인문적 통찰과 경영철학적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마치 외줄을 타는 심정의 독자들에게 기다란 장대를 쥐어주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균형감감을 되찾아주며 불확실하기만 한 미래에 대해 대비책을 갖게끔 해준다는 얘기다.그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지식근로자들은 그들의 고용기관보다 더 오래 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남은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서는 새로운 경력을 쌓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더 많은 새로운 관계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이 책은 결국 서문의 이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왜 그런가, 혹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들로 구성돼 있다.깊은 통찰로부터 우러나오는 그의 설명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지식’에 관련한 대목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지식’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우리들 모두 앞으로 지속적으로 갖춰 나가야 할 새로운 의미의 지식이란 실용성으로서의 지식이고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지식이다. 물론 전통적인 생산요소들(토지, 노동, 자본)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부차적인 것이 돼 버렸다. 그것들은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이며, 더구나 지식이 있다면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설명이다.한편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사회에서 어떤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지식인은 4년 내지 5년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유하고 있는 지식이 모두 진부한 것이 돼버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그렇다면 지식의 생명주기가 이토록 단축된 현시점에서 기업 및 조직들은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까. 그가 제시하는 세 가지 방법은 이렇다. 첫째, 조직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둘째, 모든 조직은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셋째, 모든 조직은 체계적인 혁신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결국 모든 조직들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새로움의 창조란 모든 기업이 배우는 기관(Learning Institution)인 동시에, 또한 가르치는 기관(Teaching Institution)이 돼야만 가능해진다.이제 방향성은 정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무엇보다 ‘실행 능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털어놓는다.‘성과를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실행 능력뿐이다. 나는 이러한 실행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지능과 근면성과 상상력이 뛰어나다 해도 결국에는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행능력은 하나의 습관이다. 실행능력은 실행, 그것도 반복적인 실행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역시 하나의 명제가 진리에 가까워질수록 보편타당성과 범용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의 주장은 독특한 측면이 있으면서도 일반론적인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의 내용을 응용해 몇몇 기업에 경영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준 적이 있으며, 일상생활의 요소요소에도 그의 주장과 요구사항을 배치, 적용시켜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외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해서 다급한 마음으로 그 외부환경 자체로부터 답을 찾으려 헤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미 그 답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지 모를 일이다. 피터 드러커는 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대한 기대감, 더 나아가 첨단기술을 만들어내고 미래를 통제하는 절대자로서의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피터 드러커를 단순한 경영학자가 아닌 경영철학자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