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때려치우고 창업이나 해볼까.’샐러리맨에게 창업은 꿈이다. 한두 번쯤 ‘화려한 독립’을 상상하지 않은 직장인은 아무도 없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옅어지면서 독립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졌다. 쓴맛단맛 다 본 중고참 샐러리맨의 창업 의지가 특히 높다. 하지만 정작 ‘탈(脫)샐러리맨’ 선언은 어렵다. 독립엔 그만큼 위험이 뒤따라서다. 하물며 창업성공은 난제 중의 난제다. 창업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낙타가 바늘허리 통과하는 확률’이란 말까지 들린다. 그래도 창업만큼 직장인의 고민을 풀어줄 파워풀한 대안은 없다. ‘잘만 하면’이란 전제에도 불구,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이윤선 유원넷 사장(40)은 2001년 12월 사표를 던졌다. 직장생활 꼭 10년째였다. 잘나가던 벤처회사(포시에스)의 기획실장 직함을 기꺼이 버렸다. 이유가 뭐였을까. “단지 희망이 없었죠. 직장은 행복하자고 다니는 건데 현실은 전혀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견제도 들어오고 일이 일을 만드는 조직의 비효율성ㆍ비합리성도 견딜 수 없었죠. 차라리 내가 한 번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내친김에 바로 회사를 그만뒀죠.” 그러고 3개월 후인 2002년 3월 ‘기획실장 이윤선’은 ‘CEO 이윤선’으로 명함을 바꿨다. 사업모델은 마케팅. 직전 업무와 연관된 아이템이었다. 이후 ‘브랜딩’ 파워에 확신을 갖고, 지금은 브랜드 개발과 함께 캐릭터ㆍ디자인ㆍ인테리어 등 팬시상품으로까지 확대시켰다. 레드망고ㆍ초코크로아ㆍ스탠딩ㆍ나무아래 등이 유사장 손에서 탄생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실적도 나날이 좋아지는 추세. 대박이 머지않은 느낌이다.유사장에게 월급쟁이 10년 결산을 부탁했다. 그는 “직장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며 “축적된 노하우ㆍ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모두 내공을 쌓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시켜서 하기보다 기꺼이 즐기는 게 낫다는 메시지다. 사실 유사장의 창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졸업 후 학원ㆍ무역회사를 설립ㆍ운영했었다. 결론은 거듭된 실패. 기자에게 되레 “잠만 잘 뿐이란 걸 아세요”라며 밑바닥을 전전했던 경험까지 틀어놓는다. 돈이 없어 잠만 자는 조건으로 월 10만원짜리 셋방에서 지낸 최악의 시절이었다. 그후 월급쟁이로 들어앉아 만 10년을 보냈다.아픈 기억을 딛고 또다시 창업을 결심했을 때는 그만한 비교우위가 있지 않았을까. 대답은 ‘No’였다. 일단 자금부터 부족했다. 코스닥 등록회사에 다닌 덕에 우리사주로 고수익을 냈지만, 고작 1억원에 불과했다. 지금도 그는 “창업을 할 때는 최소 60~70%는 자기자본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의외로 금융비용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창업아이템이 직장 때의 업무와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업 초기 대기업을 상대로 온ㆍ오프 통합 마케팅을 하면서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사장은 “자기가 아는 분야에서 창업하라”며 “일을 하다 보면 조직에선 커버가 불가능한 사업기회가 왕왕 발견되는데, 이런 걸 모아서 창업하면 좋다”고 설명했다.또 하나. 유사장에게는 벼랑 끝을 걷는 듯 절실함이 있었다. 그는 “나이 37세에 창업했는데, 40세 이후가 깜깜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등 떠밀리기 십상인데다 문제는 경쟁력도 없다고 봐서다. “만약 창업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식당에서 설거지밖에 못할 것”이라며 진저리를 친다. 이런 위기감이 그를 창업전선으로 이끌었다. “사실 직장생활 10년 넘으면 모두 새가슴이 된다죠. 돈도 없고요. 제가 그만둘 때도 모두 반대만 했어요. 하지만 결심을 한 데는 불안감보다 희망이 더 컸기 때문이에요.” 자신감을 갖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예비창업자를 위한 팁을 물었다. “시장조사를 위해선 위장취업이라도 할 필요가 있어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죠. 또 관련 전문가를 최소한 10명 이상 만나고, 관련 모임에도 적극 참가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믿음ㆍ긍정ㆍ낙관적인 자세가 도움이 됩니다. 자기자본을 많이 들고 하는 것도 괜찮고요. 또 사장은 돈 버는 사람이 아니라 멍석을 깔아 임직원이 잘 놀게 해주는 사람이란 걸 명심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