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할 때 특히 중시한 부분이 있어요. 기존 업무와 일관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겁니다.”권현정 SK텔레콤 커머스사업팀 과장(33)은 자타공인 ‘커리어 관리의 달인’이다. 권과장에게 SK텔레콤은 세 번째 직장. 하지만 회사를 바꿔도 ‘상거래’(Commerce)라는 업무는 11년 시종일관 유지해 왔다. 권과장은 대학에서 소비자경제학을 전공한 뒤 1995년 다이너스클럽코리아(현 현대카드)에 입사했다. 통신판매과로 발령받은 그녀는 상거래의 매력에 눈을 떴다.“요금청구서에 상품책자(DM)를 동봉하는 등 커머스 업무를 익혀 나갔죠. 카드사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상거래 일을 5년 했습니다. 적성에 딱 맞더군요.”배울 것 많던 카드사였지만 5년차가 되자 고민에 빠졌다. DM을 통한 상거래는 카드사 본업이 아닌 부가서비스였기 때문이다. ‘나는 핵심업무를 하는 메이저 아닌 마이너 인력’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상거래가 주 업무인 유통 전문기업에서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2000년 전후해 TV홈쇼핑이 신규 유통채널로 각광받았죠. TV홈쇼핑으로 눈을 돌려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CJ홈쇼핑과 LG홈쇼핑(현 GS홈쇼핑) 2개 회사만 존재했다. 권과장은 이들 회사의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가 경력직 채용공고가 뜨지 않나 살펴보곤 했다. 결국 2000년 CJ홈쇼핑의 경력공채에 합격, ‘T-커머스’(Television Commerce)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영어시험을 포함한 두세 차례 면접을 봤어요. LG홈쇼핑 또한 경력공채를 진행하고 있었죠. LG홈쇼핑에서도 2차 면접 통보를 받았지만 먼저 합격한 CJ홈쇼핑을 선택했어요.” 권과장은 CJ홈쇼핑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구매하는 MD(머천다이저)로 일하게 됐다. 카드사 경험을 살려 카탈로그 MD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TV부문의 화장품 MD로 활약했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며 연봉은 오히려 깎였다. 연봉이 높은 금융권보다 유통기업은 월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연봉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커머스 업무를 마음껏 하게 돼서 늘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근무했지만 피곤한 줄 몰랐어요.”직장생활 10년차 때 권과장은 다시 한 번 변신을 꿈꾸게 됐다. “10년차가 되자 새로운 변화를 찾게 됐어요. 휴대전화 기반 모바일 커머스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습니다. 휴대전화를 24시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지금의 10~20대가 성장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10~20대가 구매력 큰 30~40대가 되면 적지 않은 상거래가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 M-커머스(Mobile Commerce)의 전성기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은 모바일 커머스가 상당히 발달해 있어요. 특히 티켓 등이 휴대전화를 통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모바일 커머스의 미래를 높이 평가한 권과장은 지난 1월부터 SK텔레콤으로 출근하고 있다. SKT 역시 새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를 커머스에서 찾고 있었다. 상거래에 능통한 TV홈쇼핑이나 백화점 MD 출신을 찾고 있던 SKT에 권과장은 적임자였다. 권과장은 지난 10여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SKT의 모바일 커머스 신규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인성 및 적성시험과 세 차례의 면접 끝에 SKT 과장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인터넷 상거래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온라인 유통기업인 옥션에 다니는 남편과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상거래의 패러다임 변화’ 등을 주제로 대화하곤 했죠.” 인쇄매체, TV, 온라인 등 유통과 상거래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은 권과장은 SKT가 찾던 인력이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이동통신업계로 옮기면서 월급 또한 뛰어올랐다.“직장인 10년차가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철저한 준비나 결심이 없다면 리스크가 크죠. 10년간 쌓아오며 가꿔온 경력을 자산으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인쇄매체 기반의 전통 커머스로 시작한 권과장은 T-커머스, M-커머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모범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