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고경수 CJ푸드시스템 대외홍보파트 과장, 손영민 GS홈쇼핑 편성팀 과장, 성낙선 롯데호텔 정책본부 운영3팀 과장, 김성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부 과장(사진 좌로부터)사회 : 권오준 차장10년차 직장인을 모아 좌담회를 열겠다는 기획은 직장에서 일종의 ‘낀 세대’인 그들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상사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로서 여러가지 애로점을 쏟아내리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 유통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년차 직장인을 모은 자리에서 도출된 결론은 ‘힘내라, 직장인’이었다. 해당 업무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경력을 쌓은 이들은 업무보다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직장생활 10년은 조직의 발전을 생각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을 다지게 하는 원동력이자 사회를 조금씩 알아가게 해준 기간이었다. 4시간 동안 계속된 일과 가정에 대한 이들의 열띤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사회 : 10년이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김성주 과장 : 저는 대우증권에서만 10년째 일하고 있는데 95년에 입사했을 당시 10년 근속상을 받은 선배들의 명단이 문서 몇 장에 걸쳐서 기록될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그 입장이 돼 보니까 10년 근속자가 30명뿐이더군요. 이제는 한 회사에서 10년을 일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 된 것 같습니다.고경수 과장: 그렇죠. 저만 해도 현재의 직장이 네 번째 일터입니다. 광고회사 두 군데와 엔터테인먼트회사를 거쳤습니다. 저는 트렌드를 많이 따랐던 케이스입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광고 일을 위해 들어간 첫 직장이 생각과 많이 달랐던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지만요.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던 광고일이 AE 입장에서 대하다 보니 그렇지 못하더군요. 그래도 원했던 마케팅ㆍ홍보를 해왔다는 점에는 만족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도 주변에서 보기에는 무게감이 있겠지만 저로서는 현재진행형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사회 :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없는지요.성낙선 과장: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저를 지도한 선배가 바로 10년차였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10년이 될 때까지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10년은 참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10년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일의 성격에 따라 늘 부족한 점은 있는 듯합니다. 저는 예전 직장에서는 업무가 다소 여유가 있어서 자극이 없고 느슨한 것이 불만스러웠는데 또 막상 바쁜 일을 하다 보니 그때가 그리워지곤 하더군요.사회 :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김과장은 직업의 수명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요.김과장 : 그렇죠. 선배들은 자기 영역에서 ‘고수’가 돼 있고 또 후배들은 화려한 학벌로 좇아오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요즘 같은 시대에 애널리스트가 되고자 했다면 입사도 못했을 겁니다.성과장 : 저도 김과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요즘 후배들 실력이 무척 좋아졌죠. 그런데 또 이런 점도 있어요. 막상 일을 시켜보면 후배들은 업무와 개인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사회 : 그렇다면 직장생활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요. 흔히 3년차, 6년차 정도에 이직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데요.김과장 : 저는 사실 이직의 유혹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내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데 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면에서 강점을 갖게 됐죠. 후배들 보면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전가능성이 큰데도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더군요.손영민 과장 : 저는 GS홈쇼핑 창립멤버인데요. 저 역시 이직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남성 위주의 조직이 아닌 누구나 능력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이 현 소속 회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적을 내는 것을 봐도 여직원이 더 뛰어난 경우가 실제로 많고요.사회 : 그렇다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은 어떤 것일까요.성과장 :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한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성공의 척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요즘은 직장생활이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정을 잘 꾸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죠. 그래서 가정생활 때문에 힘든 일을 순조롭게 넘기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세대의 좋은 직장생활은 회사가 계속해서 커 나가고 그 영향이 조직원 개개인에게도 미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고, 또 그런 생활이 바람직한 직장생활이 아닐까 합니다.김과장 : 나와 조직간의 신뢰가 쌓여가는 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개인의 성과를 그때 그때 인정해줄 수 있어야 그 조직에 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이런 신뢰관계를 잘 쌓는 직원이 직장생활을 잘하는 직원일 테지요.고과장 : 저는 직장생활 자체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경영이라고 봅니다. 회사 경영이 그렇듯 일단 수익을 내야죠. 어떻게 했을 때 회사가 유익하고, 동료가 유익하고, 가정이 유익해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회사와 나와의 관계 속에서 남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좋은 직장생활이죠.사회 : 수많은 갈등요인과 맞닥뜨리게 되는 게 또 회사생활 아닙니까. 해소하는 비결이 있으십니까.손과장 : 역시 직장생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간관계 문제인 듯해요. 입사 초기에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문제들을 상대방에게 직설적으로 표현하고는 했는데,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떤 회사든지 위계질서가 있는데 정말 잘못된 일이 있다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반드시 바로잡게 되는 계기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잘 풀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상사 또는 동료와 갈등을 빚을 일이 있을 때 일단 기다리고 보는 편입니다.고과장 :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람이라는 게 서로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반발하게 마련이죠. 그래서 처음 부딪치는 사이에서는 서로의 다른 생각에 반발하게 되지만 익숙해지면 또 적응하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니 일관성만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술자리만 봐도 술 못 마시는 사람을 처음에는 비난해도 나중에는 이해하지 않습니까.사회 : 정말 막무가내인 상사를 만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손과장 : 저는 여전히 기다리는 방법을 권하고 싶은데요. 최대한 그 상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방법 말입니다.김과장 : 저도 어려운 상사를 모신 적이 있었는데 부딪칠 엄두는 못 내고 참고 지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분이 다른 회사로 옮겨 가시더군요.손과장 : 그게 답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말이죠.사회 : 그런데 선배를 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후배 다루기 아닌가요.성과장 : 시대의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윗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 그분들도 너를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사실 세대가 다른 데서 오는 입장 차이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이 없습니다. 당연히 큰 불만도 없죠.손과장 : 때로는 윗사람 대하는 일보다 후배를 대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린 입장이면 무조건 윗사람의 의견에 수긍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후배에게는 무조건 굽힐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또 그렇다고 내 주장만 고집할 수도 없죠. 정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성과장 : 일과 인간관계 두 가지 모두 잘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요. 사람마다 업무에 임하는 색깔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성과 위주로 생각하거나 사람 위주로 생각하거나 택일하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나 싶습니다.사회 : 인간관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풀기 힘들죠.김과장 : 칭찬이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글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동료에게 “잘 썼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한 마디만 건네도 관계가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칭찬이 주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성과장 : 그런데 그게 참 실천이 어렵더군요. 리더십 관련 서적을 보면 칭찬은 사람이 많을 때 하고 핀잔은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화나면 참지 못해서 바로 퍼붓고 칭찬의 말은 건넬 기회를 찾다 결국 못하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사회 : 자기계발 시대인데 부담은 없으신가요.손과장 : 1년째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온라인 교육을 활용합니다. 유통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경제ㆍ경영서도 열심히 읽죠.고과장 : 홍보마케팅을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식의 우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더욱이 저는 회사가 국제화를 추구하는 곳이어서 자기계발에 대한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죠.김과장 : 나 자신을 가만히 두면 안되는 직업이다 보니 직업을 유지하는 데만도 엄청난 학습량이 요구됩니다. 특히 매일같이 주식시장의 변화가 큰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렇죠.2000년대 들어서는 모든 경제학 이론이 아예 먹혀들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늘 새로운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셈입니다. 직업상 또래 직장인들보다 절대적인 학습량에서는 우위에 있지 않나 싶은데요. 다만 자기계발도 업종이나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른 듯합니다. 동료들을 보면 아예 검도나, 자동차 튜닝처럼 색다른 분야의 자기계발에 매달리기도 하더군요. 저는 사실 업무 이외에 다른 일은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사회 : 자신의 10년을 돌아보면서 새내기 직장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김과장 : 요즘 신입사원이야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난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스스로가 이미 준비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죠. 회사 입장에서는 가능성을 보고 뽑은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예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정해놓고 입사하는 신입사원도 있더군요. 그 일을 시켜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요. 후배들이 좀더 경험을 쌓으면서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고과장 : 동감입니다. 다들 너무 급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일해 온 것보다 앞으로 일할 날이 더 많지 않나요. 방향을 너무 빨리 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 특히 직장생활하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기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사든 협력사든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포지셔닝 되느냐에 따라 업무성과도 달라지니까요.사회 : 이제 다가올 10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 지금 아닌가요.성과장 : 저는 언제 어디서든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굴하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거요.김과장 : 한국 증권업계가 요즘 많이 젊어졌습니다. 미국만 해도 70대의 세계적인 전략가가 있지 않습니까. 제 비전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계속해서 시황리포트를 쓰는 스트래티지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제 일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사회 : 가사분담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손과장 : 맞벌이 부부는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반드시 가사분담을 5대5로 하는 것만 균형은 아니죠. 3대7이든 4대6이든 어느 한 쪽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더라도 그게 서로의 합의점이라면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직장생활의 인간관계가 그렇듯 가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도 성격과 관련된 것이겠죠. 가정에서도 회사에서처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들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가족은 편하니까 사회생활 속에서 겪는 인간관계보다 더 소홀하게 생각할 때가 많잖아요.사회 : 직장생활 10년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요.김과장 : 10년이 긴 시간인가요? 제게는 무척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조로증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늙어버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10년이 터닝포인트인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계속 위로 뻗는 업사이드가 아닌 다운사이드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고과장 : 입사 초기에는 누구나 정의라고 생각하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죠. 결국 그런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0년차라는 의미는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워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열정만 있다면 어디에 속해 있든지 직장생활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죠.성과장 : 저는 무임승차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직은 틀이 있고 그 틀 내에서 내 역할이 따로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어야죠.손과장 : 서른이 되기 전에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부담스러웠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입사원 시절은 마치 청소년기처럼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이제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면서 결실을 하나씩 얻어가고 있는 겁니다. 또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새로운 목표가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것이 직장생활의 희망이죠. 샐러리맨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도 많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얻는 게 월급만은 아니죠. 직장생활을 통해 사회를 배워가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 아닐까요.김성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부 과장약력 : 1968년생. 대우증권 입사 후 영업점 근무. 98년 이후 리서치센터 투자분석부 소속. 현재 과장손영민 GS홈쇼핑 편성팀 과장약력 : 1972년생. GS홈쇼핑 상품기획팀 MD로 입사. 2003년부터 편성팀 근무. 현재 편성팀 과장성낙선 롯데호텔 정책본부 운영3팀 과장약력 : 1972년생.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 근무. 2001년 롯데호텔 입사. 현재 운영3팀 과장고경수 CJ푸드시스템 대외홍보파트 과장약력 : 1968년생. LG애드, 오리콤, 싸이클론 근무. 2002년 CJ푸드시스템 입사. 현재 대외홍보파트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