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 1952년생. 75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81년 영국 런던대 대학원 석사. 75년 삼성물산 입사. 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97년 한미은행 비상임이사. 98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본부장. 2001년 삼성증권 사장. 2004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CEO는 검투사와 같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좌우명이다. 이겨야만 한다는 승부근성으로 그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검투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지난해 ‘주목할 만한 CEO’로 손꼽혔던 그는 올해는 ‘베스트 CEO’로 올라섰다. 지난 1월4일 우리은행 창립기념식에서 황회장은 “106년 된 고목(古木)이 아닌 거목(巨木)으로 금융계에 우뚝 서야 한다”고 밝히며 한해를 시작했다. 당찬 포부에서도 읽을 수 있듯 그는 호방하고 패기 넘치는 CEO로 통한다. 또 실물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전략가와 사령관의 면모를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황회장은 사실 ‘베스트 CEO’에 처음 오른 게 아니다. 일찌감치 지난 2001년 ‘베스트 CEO’로 선정된 바 있다. 삼성증권 사장이었던 당시 그는 증권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삼성증권의 부실자산 상각을 마친 것 외에도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등 주주중심의 경영을 실천했다. 삼성이 배출한 대표적인 금융 CEO인 그는 2004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부임했다. 취임 후 이익을 대폭 늘린 그는 올해는 아예 그룹 설립 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까지 1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인 1조2,925억원을 초과한 수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것. 취임 전인 2003년의 당기순이익이 563억원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의 역량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아울러 인사시스템 혁신과 인재육성, 성과주의 문화 정착, 윤리경영 등 금융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지원프로그램 시행, 개성공단지점 오픈, 은행과 증권을 합한 복합금융센터 개설 등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했다.황회장은 앞으로 우리금융지주를 은행과 비은행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전략이다. 이를 위해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부문에 힘을 실었다. 경쟁력 있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LG카드 인수 움직임 또한 비은행부문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이다.효과적인 민영화 추진에도 주안점을 뒀다.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원이다.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주가는 1만7,300원 수준. 12월 들어 우리금융의 주가는 1만9,000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황회장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협의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민영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1만7,000원대를 훌쩍 넘어선 주가는 애당초 황회장의 올해 목표였다. 2005년이 가기 전 ‘스리 세븐’을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었다.‘스리 세븐’이란 세 가지 분야에서 ‘7’이라는 숫자를 모두 보겠다는 목표였다. 몸무게를 70㎏대로 낮추고, 골프에서는 70대(싱글)를 유지하고, 주가는 1만7,000원대로 높이겠다는 것. 녹록해 보이는 것 하나 없던 세 가지 목표는 2005년이 저물기 전 모두 실현됐다. 프로 CEO의 근성을 또 한번 보인 대목이다.황회장은 나아가 국내는 물론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토종금융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금융강국 코리아’의 신화를 쏘아올리겠다는 얘기다. 106년 동안 축적해 온 우리은행의 노하우와 인적ㆍ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외국계 은행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면 죽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검투사’처럼 황회장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사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