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직장인은 기업에서 과장급이다. 대리나 계장 꼬리표를 떼지 못한 10년차도 있지만, 보기 드문 경우다. 이들의 직급이 무엇이건 간에 ‘10년차’는 회사라는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감고도 알 수 있는 나이다. 군대로 치면 병장 진급을 앞둔 고참 상병쯤이 아닐까.<한경비즈니스>가 창간 10주년 특별기획으로 10년차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무에 대한 10년차들의 자신감은 철철 넘쳐 흘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이 맡은 업무만은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10년차가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무수행능력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가’ 물었더니 ‘매우 자신 있다’(38.0%)거나 ‘약간 자신 있다’(40.7%)고 답한 응답자가 78.7%로 10명중 8명꼴이었다. ‘별로 자신 없다’(2.0%)거나 ‘매우 자신 없다’(0.3%)며 자신감을 잃어버린 10년차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자신감은 넘쳤지만 정작 직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낮은 편이었다. 일은 자신 있지만, 그것과 성공은 별개로 생각했다.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직장생활에서의 성공은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대도 자신이 조직의 최고 사령탑인 CEO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하는 10년차는 10.7%에 그쳤다. 한걸음 물러나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자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도 30.3%에 머물렀다. 절반이 넘는 59%의 10년차는 차장이나 부장을 끝으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그래서일까. 아예 직장을 떠나 나만의 사업을 해보겠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독립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있다’고 답했다. 10년차의 고민은 이 대목에서 강하게 묻어난다. 10년차는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4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40세가 넘으면 전직이나 독립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따라서 40세가 넘기 전에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평생직장’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50세, 60세의 삶을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구체적으로 독립의 밑그림을 그린 이는 절반에 머물렀다. 독립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10년차 중에서 아직까지 사업아이템을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나름대로 사업아이템을 정한 이들 중에서는 현 직장 경력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응답자가 22%로 가장 많았다. 외식업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응답이 12.7%로 뒤를 이었다.10년차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공요소는 무엇일까. 10명 중 7명의 10년차가 ‘인맥 및 인간관계’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정작 ‘실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6%에 지나지 않았다. 상사와의 갈등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10년차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사에 응한 10년차들의 50%가 일하기 힘든 상사 유형으로 ‘독단적이거나 권위적인 상사’를 들었다. ‘자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23%),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사’(19%), ‘일 중독증 상사’(5%) 등도 그들이 꺼려하는 유형에 속했다. 반면 ‘부하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신뢰하는 리더십형’(64.4%)을 가장 선호했다. ‘책임은 자신이 지고 실무는 나누는 부하육성형’(19.7%)도 10년차의 사랑을 받았다.직장생활에서는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 후배와의 갈등도 이에 못지않다. ‘상사에게 아부하고 동료에게 큰소리치는 비굴형’을 가장 싫어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는 어떤 사람인가’를 물었더니 58%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밖에 ‘다 같이하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는 얌체형’(22.2%), ‘일을 못해서 부담을 주는 부담형’(8.0%), ‘이것저것 말 많은 참견형’(5.6%), ‘명확히 선을 그어서 다가가기 힘든 얼음형’(3.0%) 등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10년차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부하는 ‘근면성실을 최우선하는 직원’(69%)과 ‘창의력이 뛰어난 직원’(27%)이었다.10년차들은 영어회화에 능할뿐더러 자기 표현력이 강한 신세대 후배들을 보면 겁부터 더럭 난다고 한다. 실력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이 당장에 자신의 뒷덜미를 잡을 것 같다는 것이 이들의 토로다. 특히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배들의 영어실력에 주눅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 10년차들의 고백이다.10년차들의 29.7%가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어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전문서적 등의 독서’(23.3%), ‘자격증 취득’(13.3%), ‘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12.0%) 등이 그뒤를 이었다. 10년을 근무하면서 단 한번의 위기도 겪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는 성장의 또 다른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직장생활 중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했던 시기는 언제냐’고 물었더니 ‘현재’라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10년차’라는 것을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지금의 시기를 위기로 규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돋보기 조사는 이렇게<한경비즈니스>가 창간 10주년 커버스토리기사의 일환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2005년 11월28일부터 12월3일까지 6일간 10년차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과 가정생활, 재테크 수단 등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300명 중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직장인이 191명(63.7%)으로 가장 많았다. 500~1,000명(16.7%), 100명 이하(6.3%), 100~300명(3.7%), 300~500명(2.7%) 순이었다. 300명 중 남성이 233명, 여성이 61명이었다. 나머지 6명은 성별을 밝히지 않았다. 참고로 표본조사가 아니므로 표본오차나 신뢰도는 해당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