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성장원동력은 복합적이다. 우선 잠재력을 뺄 수 없다. 1986년 이후 지속적인 개방정책 결과 시장 파이도 급성장 중이다. 8,200만명의 인구로부터 비롯되는 내수시장 규모도 매력적이다. 풍부한 천연자원까지 갖췄다. 쌀ㆍ커피ㆍ석유ㆍ수산물 등이 지천에 널렸다. 정치적 안정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가 지도자끼리의 상호견제와 균형이 가능해서다. 통일비용도 이미 지불한 상태다. 외국인투자 유치와 수출 의존적 경제개발 모델을 채택한 것도 고무적이다. 몇몇 분야를 뺀 대부분 산업분야에서 외국인투자가 가능하다. 노조마저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일조한다. 베트남 노동시장은 과잉공급 상태다. 공급은 많고 수요는 적으니 분쟁소지가 적다. 정부도 적절히 통제해준다. “노조가 있는 편이 훨씬 더 낫다”는 의견까지 있다.무엇보다 베트남은 젊다. 30세 이하의 젊은 인구가 전체의 약 60%다. 이른바 전후 베이비 붐 세대다. 반면 문맹률은 7% 이하다. 유교사상 때문에 교육열이 높아서다. 똑똑하기만 하면 대학까지 무상이다. 젓가락 문화로 손재주는 탁월하다. 아무리 어려운 것도 순식간에 ‘뚝딱’이다. 노동력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 인건비는 낮다. 김정인 VIDAMCO(GM대우 베트남법인) 사장은 “한국에 비해 20배, 중국보다 4~5배 정도 싸다”며 “요즘에는 일본기업을 필두로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이 방향을 베트남으로 틀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나라 밖 ‘러브콜’도 끊임없다. 뭉칫돈을 든 채 베트남시장을 노크 중인 외자규모가 엄청나다. 선점경쟁은 ‘피 튀기는 전쟁터’로 요약된다. 연평균 7~8%의 고도성장이 그 산물. 베트남의 지원정책도 매력적이다. 경제부국을 위해 경제구조까지 민간 주도로 완전히 전환할 태세다. 국영기업 민영화와 민간기업 육성ㆍ지원에 열심이다. 이 결과 현재 베트남 경제는 외국자본이 ‘쥐락펴락’할 정도다. 실제로 외자는 베트남의 성장 견인차이자 메인 동력이다. 기회는 앞으로 더 많다. 최근에는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의 투자 대안국가로까지 급부상했다. 내년에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란 호재까지 대기하고 있다.한국과의 교역도 급증세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대베트남 교역규모는 수출 32억5,600만달러ㆍ수입 6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5ㆍ7위 규모다. 해외투자는 거의 ‘VIP’ 수준이다. 지난해 959건에 48억8,000억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해 건수(2위)ㆍ금액(4위) 모두 ‘톱5’에 들었다. 현지인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것까지 합하면 공식 규모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3위인 일본을 빼면 나머지(대만ㆍ싱가포르ㆍ홍콩)는 모두 ‘리틀 차이나’에 집중됐다. 2001년 미국ㆍ베트남 무역협정이 발효된 직후 현지투자가 날개를 달았다. 한편 베트남의 1인당 GDP는 553달러다.체제전환국답게 베트남 경제엔 몇가지 특이한 게 목격된다. 일종의 문화충격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어서다. 가령 법령이 있지만 국민보호가 더 우선된다. 통일국가로 지역감정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비유한다. 뒷돈거래도 성행한다. ‘화홍’으로 불리는 10% 가량의 리베이트 관행이 대표적이다. 이는 심각한 모럴해저드지만 현지직원만 해도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인다. 이를 무시하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공통된 조언이다. 결국 세계 기준에 맞추려는 한국 본사의 방침만 따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주재원들 사이에선 난감한 문제로 손꼽힌다.지하경제도 골칫덩이다. 베트남의 시중 현금 흐름은 일방적이다. 은행에서 나오면 그것으로 끝. 벌어들인 돈은 집안의 ‘개인금고’로 직행한다. 당연히 정규 금융시장은 마비상태다. 이한철 KOTRA 호치민무역관장은 “지하경제까지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은 12~13%에 이를 것”이라며 “수치화된 경제지표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내곳곳에는 개인금고 전문점포가 성업 중이다. 최고의 재테크 대상도 ‘달러’나 ‘금’이다. 인플레를 이길 수 있는데다 언제든 현찰로 쓸 수 있어서다. 거액이 오가는 부동산거래조차 원칙은 현찰거래다. 경제활동인구 중 은행통장 보유인구도 10% 미만. 같은 맥락에서 정확한 외환보유고는 확인 불가다. 공식통계가 있지만 장롱달러까지 넣으면 2~3배 이상이란 게 정설이다.땅값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대도시 주변은 이제 땅 구하기가 만만찮다. 그나마 가격도 세다. 하노이ㆍ호치민의 다운타운은 평당 1억원을 웃도는 곳이 적잖다. 일부는 10억~20억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남성호 노브랜드 베트남법인 대표는 “중국과 비교해도 부지 조성단가가 비싸다”며 “진출을 결정했다면 더 올라가기 전에 서둘러 거점을 확보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인플레도 악재 중 하나다. 최근 2년간 22%를 기록했을 정도다. 올해도 8%를 넘길 전망이다.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 관련 물가와 공공요금 상승세가 특히 불안하다.그럼에도 불구, 베트남은 한국이 가야 할 마지막 ‘엘도라도’다. 잠재력은 중국보다 낫다. 현지주재원들은 한결같이 “적어도 5~10년은 엄청난 특수가 예상된다”며 ‘21세기 신천지’ 베트남을 낙관했다. 베트남과 손만 잡아도 장사 밑천은 건진다는 알짜배기 시장이기 때문. 게다가 5억 인구의 아세안 시장공략을 위한 도약대로서 의미도 크다. 한국 특유의 경쟁력을 발휘하면 ‘답안지 갖고 시험 보는 격’처럼 실패확률도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치적 동맹관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향후 베트남이 아세안의 핵심파워를 쥘 게 확실시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