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고 자신이 기여한 만큼 분배를 받는다. 자발적 거래를 통해 얻어진 결과이기에, 크든 작든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건강한 사회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 정부가 끼어들면서 자본주의의 순수성이 변질돼 왔다.부는 강제성을 갖고 있기에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가급적 피하고 민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옳지만 스스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관료주의 속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담당해야 할 분야인 치안, 외교, 법치 등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복지 등을 벗어난 확장을 시민단체가 나서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정부가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나서면 경제는 힘을 잃게 마련이다. 공익으로 포장된 선의의 목적은 숨어 있는 비용도 대단히 커서 장기적으로 경제에 파괴적 부작용을 낳는다경제정책의 결과는 긴 시간을 통해 현실로 나타난다. ‘시장원리’와 ‘작은 정부’에 맞게 선택된 경제정책은 시민과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지만 정부가 늘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일본에서는 불황을 핑계로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늘린 정부의 오판과 자만심이 10년의 불황을 불렀다. 시장의 힘을 무시한 것에 대한 냉엄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반면 대처 전 영국 총리,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10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초유의 번성기를 가능케 한 사례도 있다.그렇다면 한국은 과거 10년 동안 어떤 정책을 썼나. 불행히도 한국의 경제정책은 창조적이기보다는 파괴적이었다. 법치를 지키지 못하고 이익집단에 휘둘렸고 성장엔진을 해체했으며 민간경제의 활력을 빼앗아 버렸다. 최근 들어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해체, 삼성 해체, 재산권 해체 등 해체공화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개방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였고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이런 글로벌화 노력은 우리나라가 성장해 온 자유무역의 바탕을 더욱 튼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점은 관치경제다. 막강한 관료집단과 무한간섭주의, 그리고 정부 만능주의가 그 특징이다. 고도성장시기의 관치경제는 다행히 부작용이 크지 않았지만 민주화 이후 관치경제는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관치로 얼룩진 경제시스템의 경직성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높은 환율을 무리하게 유지했으며 경직된 관치금융시스템은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져 내렸다. 더구나 기아자동차 부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논리와 법치를 무시한 노동계의 불법투쟁은 김영삼 정부 말기의 극심한 혼란을 가져왔다. 또 무능한 관치경제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의 말기적 현상이 나타났다.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했던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관치경제는 흔들렸다. 우리 경제가 관치경제를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금융개혁, 기업개혁 과정에서 관치는 다시 부활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행한 것처럼 정부는 기업을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는 빅딜의 실패로 나타났다.더구나 1999년 말까지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00%로 줄이라는 경제정책은 그야말로 경제의 활력을 빼앗아 갔다.기업에 대한 규제는 점차 커지고 중복돼 점차 기업의 목을 졸랐다. ‘재벌 해체’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는 공정거래법의 잦은 개악으로 나타났으며 대기업은 점차 분해돼 갔다. 참여정부에서 참여연대 주도로 추진되는 ‘금산법’은 ‘재벌 해체’에서 ‘삼성 해체’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재벌 길들이기’는 실패로 가는 길이다. 과거 고도성장의 성장엔진이 바로 대기업이었고, 대기업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한 지 오래며, 외국인이 절반 이상을 소유한 상태다.기업정책의 실패는 벤처지원 정책에서도 나타났다. 경제의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불확실성만 높였다. 이처럼 열악한 산업을 보호하고 막강한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명분론에서 시작된 정부의 간섭은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활력을 빼앗아 갔다. 정부는 기업을 지도ㆍ관리하겠다고 나서지 말고, 그냥 기업을 경쟁 속으로 내모는 것으로 족하다. 기업정책은 경쟁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이다.정부는 보호의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중소기업에 이어 노동자, 노동단체, 농민, 심지어 자영업자까지 끝이 없다. 결국 정부에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인위적으로 동결시키라는 국민정서에 정부가 부화뇌동하다 보니 부동산시장의 혼란은 끝이 없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뒤탈이 없는데 ‘경제민주화’의 구호 속에 무리하게 정치논리를 앞세워 시장을 무력화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김대중 정부에선 시장경제는 지향해야 할 목표였으나 노무현 정부에선 시장은 불신의 대상이다. 시장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이 시장 실패라고 우기고, 시장 실패라는 말을 앞세워 시장 개혁이라는 구호를 내건다. 시장의 활력은 점차 줄고 공공부문의 비대화만 남아 있다.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는 달리 처음부터 공무원수를 늘리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미진했던 공공개혁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다. 민영화도 중단됐고 세금증가와 재정확대로 공공부문의 낭비와 저효율은 민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김대중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은 컸다. 노무현 정부는 그 부작용 속에서 출범했음에도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한다. 조삼모사식의 예산지출이 무슨 경기부양에 도움을 주며, 공무원을 더 뽑아서 실업을 해소하겠다니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의 속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복지비용의 증가가 노무현 정부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들더라도 복지비용을 늘리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인기를 끌기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이를 다시 보전할 방법이 없다. 혜택은 남이 보고 그 재정적자를 대신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정적자의 늪에 빠진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장기침체를 겪은 것이다.먹고사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경제는 가장 근본이며 개혁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한 결과를 놓고 긍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룰라 브라질 대통령이나 유럽의 사회복지국가들은 좌파노선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제3의 길이라는 포장 속에서 자유주의 노선으로 회귀해 조국을 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도보수의 기치를 내걸거나 심지어 높은 경제성장률을 공약해서 당선된 정부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높은 성장률 공약이 재정확대와 세금증가를 위한 근거로만 사용되고 있으니 국민의 한숨은 깊어만 가는 것이다.기업가정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우리만 예외로 하고 특별히 보호해 달라는 논리로는 미래가 없다. 이제 정부는 변해야 한다. 자유주의사상이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며 경제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꼼꼼히 따지고 분석하는 것이 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