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한경비즈니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베트남 국무총리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베트남 외교가에 따르면 판 반 카이(Phan Van Khai) 총리와 인터뷰를 가진 내ㆍ외신언론은 <한경비즈니스>가 거의 최초로 알려졌다. 굵직굵직한 외신들마저 총리 인터뷰는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였다. 베트남 정부 역시 사회주의국가답게 언론 노출에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더욱이 취재팀이 방문한 때(11월 말)는 11대 국회 제8차 정기국회 회기 중으로 시간을 내기가 더 빡빡한 실정이었다. 취재팀이 성사 직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오랜 접촉과 장기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취재허가’가 떨어졌다.카이 총리는 베트남 권력실세 1인자다. 권력서열로는 당서기장(농득만)ㆍ국가주석(천득렁)에 이어 3위지만, 실제 영향력은 ‘거꾸로’다. 총리는 국회지명을 받아 내각ㆍ경제를 총괄하는 실질적인 권력을 갖는다. 행년 71세로 1997년 총리직에 처음 올랐다. 2002년 국가주석과 함께 각각 재선돼 올해로 9년째 국가를 이끌고 있다. 2007년 임기가 끝나지만 그의 정치 파워를 의심하는 이는 없다. 그만큼 확고한 입지를 장악했다. 지지율도 높다. 개혁성향의 지도자로 알려졌으며 대외교섭력이 뛰어난 협상가로도 유명하다. 1933년 남부 호치민시에서 태어나 47년부터는 프랑스에 항거하는 혁명전사로 활약했다. 60년에는 모스크바경제대학에서 유학했다.2005년 한 해를 점검해주시죠.2005년도 경제사회 발전성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처음 목표로 했던 경제사회 발전목표 중 상당수가 달성될 것 같아요.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특히 GDP 성장률은 목표치인 8.5%에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소비자물가는 목표치인 6.5% 이하로 묶는 게 다소 어려울 전망이에요. 2005년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의 경제사회 발전상황은 대체적인 긍정평가가 가능할 겁니다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아 향후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겁니다.현재 베트남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시죠.현재 베트남은 저개발국을 벗어나 저소득 개발도상국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01~2010년의 10주년 사회경제발전전략을 실시하고 있죠. 오는 2020년에는 현대적 산업국의 기반을 갖추는 게 목표예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전면적인 대규모 사업들에 모든 역량을 집중ㆍ실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환경 및 경영환경을 개선시키는 게 대표적이죠. 국영기업 개혁도 급한 과제예요. 사기업이 경제력을 갖추는 것도 격려할 계획이고요. 외국(투자)자본을 강력히 유치할 뿐만 아니라 경제구성원을 비롯한 모든 동력을 동원해 공공개발에 참여시킬 겁니다.시장경제체제는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건가요.현대화에 발맞춰 경제체제를 전환할 겁니다. 전면적인 시장경제체제의 형성ㆍ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여기엔 건설ㆍ노동력ㆍ부동산ㆍITㆍ서비스ㆍ자금ㆍ재정정책 등 거의 모든 부문의 개선이 포함됩니다. 세계경제 및 지역경제의 체제전환도 빠르게 추진할 거예요. 특히 아시다시피 베트남 정부는 이른 시간 내에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계획이에요. 더불어 베트남의 경제개발은 빈곤퇴치와 사회적 문제해결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실행될 겁니다.장기간 8% 가량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원동력은 뭡니까.베트남이 그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건전한 개혁노선과 올바르게 부합한 정책이 모든 국민의 협력을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감춰진 창조적인 잠재력을 계발시킨 셈이죠. 거시경제 환경을 건실하게 유지하고 법률문서를 제정하는 등 경영ㆍ생산 활동을 위해 좋은 여건을 최대한 제공해줬어요. 사회ㆍ문화발전과 치안유지, 행정력 강화 등 경제개발과 맞물린 여러 요구를 결합함으로써 국가도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노력을 뺄 수 없어요. 모든 경제구성원의 노력과 능동적인 창조정신, 시장체제에 조속히 순응하려는 의지 등이죠. 특히 개인경제 부문의 발전이 남다릅니다. 이들이 베트남 경제의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외국자본의 역할은 어떤가요.베트남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외국투자자금이에요. 국제 재정기관 및 NGO의 재정 원조 등도 큰 힘이 됐습니다. 현재 외국기업들은 베트남의 정책과 발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베트남에서의 경영 및 경제발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죠. 현재 경제부문만 놓고 봤을 때 외국투자는 베트남 GDP의 14%, 사회투자자금의 20%, 수출액(원유 수출액 미포함)의 3분의 1 정도를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베트남 국가예산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주면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죠.인도네시아를 빼면 베트남은 남아시아 최대 산유국입니다. 원유 관련 정부정책이 궁금합니다.석유ㆍ가스는 베트남 경제에 아주 중요한 부문입니다. 베트남의 잠재력이죠. 이를 개발해 에너지 안정을 보장하고 건전한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겁니다. 해외 각국과의 협력도 보다 확대할 방침이에요. 이런 다각도의 노력을 기반으로 석유ㆍ가스산업을 발전시킬 겁니다. 베트남의 원유 관련 전략은 일단 오는 2010년까지 원유 산출량을 매년 3,000만~3,200만t까지 증가시키는 거예요. 이밖에도 석유화학ㆍ정유산업을 개발해 2010년까지 국내시장의 가스 관련 수요의 60%에서 70%까지 충족시킬 계획입니다. 광나이성 중꾸엇 정유공장은 2008년 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경제개발과 공평분배는 어떻게 조화시킬 건가요.경제개발과 사회적 균등ㆍ진보실현은 베트남 정부의 경제ㆍ사회정책의 기본전략입니다. 사실 베트남은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요. 각 지방, 특히 농촌ㆍ산악지대ㆍ소수민족지역을 집중으로 빈곤퇴치ㆍ교육실시ㆍ일자리 창출ㆍ의료봉사 등의 사업에 투자하는 예산이 국가 전체 투자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죠. 이런 올바른 정책과 경제발전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균등 발전을 위한 지출액은 이미 정했진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심지어 목표를 초과한 적도 있어요. 우리는 매년 150만~1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빈곤인구의 50%를 감소시켜 세계가 높이 평가하고 있죠.향후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시죠.빈곤퇴치 관련 국가중점사업은 산간ㆍ고산지대에서의 기반 인프라사업, 특히 빈곤층을 대상으로 특별 신용융자 프로그램과 교육ㆍ의료지원 사업에 집중될 겁니다. 또 정부는 지속적으로 빈곤층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늘리고, 지원이 필요한 곳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대정책을 실시할 겁니다. 농촌지역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특별 재정지원을 받게 될 거예요. 이런 정책은 농촌지역의 생산 및 수입을 증대시켜 빈곤퇴치사업에 기여하고, 수입의 균형분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2006년은 다음 차수의 5개년 개발계획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계획방향을 제시해주시죠.내년은 2006~2010년간의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요. 그만큼 앞서 설명한 개선사항들이 좋아지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겁니다. 또 인력개발 등을 통해 국민소득을 향상시키고 발전 잠재력이 큰 분야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도성장을 계속 유지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환경보존과 사회ㆍ문화부문도 함께 발전을 도모해 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성장률 목표는 8%로 잡았습니다.한국기업에 조언을 부탁드립니다.베트남은 뛰어난 솜씨를 가진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정치적 환경도 안정된데다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실현하고 있는 큰 시장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에 좋은 여건을 갖춰주기 위해 경영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있어요. 지난 9월까지 한국의 대베트남 총투자규모는 약 51억달러에 971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베트남 투자국 중 4위 정도죠. 한국투자자들의 베트남시장에 대한 믿음과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또 베트남에 대한 많은 투자가 안정적이고 경영성과가 높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시장의 잠재력 및 장점을 효율성 있게 개척하고 베트남기업과의 협력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기업들이 아무쪼록 많은 장점을 개발해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약력: 1933년 호치민 출생. 47년 혁명전사 활동(안티프랑스). 60년 모스크바경제대학 유학. 65년 국가계획위원회 근무. 76년 호치민시 부위원장. 81년 호치민시 부당서기ㆍ중앙위원 선출(5대 국회). 89년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97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국무총리 당선. 2002년 국무총리 재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