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줄고 수급자 늘어나는 구조 … 인구 줄면 더 큰 일

2004년 봄,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글이 인터넷에 등장한 후 국민연금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안티 사이트만 수십개 만들어지더니 집회와 서명운동이 잇달았다. ‘안티’측 주장의 골자는 ‘국민연금은 날강도’라는 것. 국민의 노후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극단의 비난을 받는 애물단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1년 반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가 3년째 표류 중이고, 국회 특위의 활동도 별 성과가 없다. 관리공단측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제를 둘러싸고 정부 여당의 반대가 극심해 혼란만 더해가는 형국이다.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국민연금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풍요로운 노후’라는 시행 당시의 장밋빛 기대는 흔적도 없어지고 오히려 노후의 짐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시나리오가 확산돼 있다. ‘조금 내고 많이 받아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많이 내고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더구나 연금 수급자가 계속 늘어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까지 겹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연금을 받을 사람은 많아지고 있지만 그 돈을 댈 가입자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도무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17년간 불균형 상태로 버텨온 연금 구조를 하루라도 빨리 손을 보지 않으면 파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지난 9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수는 1,693만6,024명이다. 이 수치는 오는 2014년 1,789만명선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해 2070년에는 843만명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금 적립액도 줄어들어 2035년 1,715조원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가 이후에는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반면 수급자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매달 노령 연금급여를 받는 수급자수는 137만3,053만명이다. 이 수치는 2008년께 두 배 이상 늘어난 300만명으로 증가해 기금 고갈을 재촉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2002년 1.1%였던 급여지출비율(기금에서 연금 지급액이 나가는 비율)도 높아져 2025년부터는 보험료 수입 비율을 웃돌게 된다.다시 말해 국민이 내는 연금보험료만으로는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 관계자는 “2036년부터 뚜렷한 적자에 돌입해 2047년 고갈 또는 파산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정부도 인정하는 것”이라며 “2008년 연금 수급자가 급속히 늘어나기 전에 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개혁안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정부는 ‘월수입의 3%를 내고 생애 평균수입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당초 국민연금 구조를 ‘월수입의 9%, 생애 평균수입의 60%(가입기간 40년 기준)’로 바꿔 놓았다. 이나마 2030년께 ‘월수입의 15.9%, 생애 평균수입의 50%’ 수준으로 바꿀 계획이다. 차차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입자 보험료를 2배로 올리거나 수급자 연금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국민연금은 다음 세대에 큰 짐을 지운다는 측면에서도 적잖은 걱정거리다. 인구감소가 가속화될 경우 앞 세대 부양을 위한 후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더구나 노후를 위한 2ㆍ3차 기본축을 이루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해서도 인식이 미비하거나 활성화가 돼 있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연금제도는 굳이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제도 자체에 취약점을 안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