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욕구 높아지고 결혼·출산 관심 줄어

“평생 싱글이어도 좋아.”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꼭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10월 만 25~39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 자녀양육 환경’ 여론조사에서 나온 결과다.굳이 설문결과를 들지 않더라도, 결혼에 무관심한 20~30대 남녀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혼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일에서의 성공과 좋아하는 분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려는 이들이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여가를 의미있게 보내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 가족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반하는 새로운 20~30대 여성, 이들을 일컫는 용어 ‘콘트라섹슈얼(Contra Sexual)’이 젊은 여성의 가치관으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여성 중 30% 가량이 콘트라섹슈얼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들의 특징은 일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취와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적어도 30대 중ㆍ후반까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성들과의 당당한 경쟁은 물론, 모든 면에서 앞서 가고자 노력하는 것도 콘트라섹슈얼의 ‘근성’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 2003년 52%까지 치솟았다. 기혼여성의 참가율이 2002년 이후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노처녀’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했다. 최근 피부미용 전문업체 고운세상이 여성 네티즌 1,028명을 대상으로 ‘노처녀는 몇 살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더니 ‘30대 중반 이후’라는 답변이 42.2%(433.8명)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이어 ‘30대 초반’이라는 답변이 31.1%(319.7명)로 2위를 차지해 여성 10명 중 7명은 30대 초ㆍ중반을 사회에서 말하는 ‘노처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대 중반을 결혼 적령기로 생각하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면모다. 실제로도 한국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지난 90년 24.8세에서 지난 2004년 27.5세로 상당히 높아졌다.이런 변화들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출산을 유도하는 장치인 결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최근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전체 여성 응답자의 17.2%는 ‘자녀를 꼭 낳을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특히 IMF 위기를 거치면서 경제, 사회, 문화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기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결혼을 해도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적잖다. 결혼 연령이 점차 늙어가면서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부부도 늘어가고 있다. 아이를 낳는다 하더라도 1~2명이 고작이다. 서울 거주 기혼여성들은 ‘희망 자녀수는 2.0명이지만 현재 자녀수는 평균 1.6명’이라고 대답했다.이에 대해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은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안정을 한꺼번에 쥘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면서 “자기만족 위주의 가치관이 굳어지면서, 굳이 결혼 또는 출산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의원은 또 “결혼 연령이 고령화되고 피임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자녀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대답이 90년에는 90.3%였지만 2003년에는 54.5%로 급감했다”면서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가 계속 높아지는 것과 달리 자녀 선호도는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현재 20대 초반 여성의 미혼율은 9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후반의 경우에는 85년 18.4%에서 2000년 40.1%로 크게 높아졌다. 또 1인 가구의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05년 17%까지 증가, 독신가구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준다.향후 독신가구 비중은 더 늘어나, 2015년 이후에는 2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0~30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출산율 감소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