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반도에 불어닥친 태풍 ‘매미’. 그 위력과 막대한 피해규모를 지금도 잊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당시 매미는 하필 민족의 명절인 추석연휴에 찾아왔다. 휘몰아치던 거센 태풍을 맞은 경상남도 거제지역은 정전은 물론이고 통신까지 두절됐다. 하지만 태풍이 삼켜버린 거제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영업을 한 증권사가 있었다.바로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정전이 된 상황에서도 네트워크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를 신속히 인지했다. 연휴기간에 긴급복구를 재빨리 끝마쳤다. 그 덕에 연휴가 끝나자마자 바로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거제지역의 적지 않은 증권사는 연휴 다음날 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을 달랐다. 철저한 ‘위기관리시스템’ 덕이었다. 삼성증권은 이번 <한경비즈니스>의 위기관리실태조사에서도 금융보험업종 1위,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위기 시뮬레이션 훈련이 남다른 기업으로 평가됐다.삼성증권은 각종 계량적ㆍ비계량적 위기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관리 대상 위기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관리 대상을 재무적 위기, 구조적 위기, 법규 위기, 기타 위기로 나눈 것. 재무적 위기는 수익증권의 대규모 환매사태와 금융시장 환경변화로 인한 위기를 뜻한다. 또 구조적 위기는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가 초래한 상황을 의미한다. 법규 위기는 법률분쟁, 집단소송을 당한 경우다. 기타 위기는 각종 재해, 시스템장애, 미디어로 인한 위기를 말한다.삼성증권은 위기관리체계 또한 단단히 갖췄다. 일단 각종 위기를 총괄하는 ‘리스크관리파트’를 운영한다. 또 필요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며 재무관리실장을 위원장으로 각 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한다.아울러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해서는 각 사업부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 운영 중이다. 그 무엇보다 ‘위기의 사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각 부문별로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대처하고 있다. 소 잃기 전에 미리미리 외양간을 고쳐놓는 셈이다.사전관리 또한 위기상황별로 하고 있다. 먼저 재무적 위기의 사전관리를 위해 삼성증권은 순콜머니(차입한 콜자금에서 빌려준 콜자금을 뺀 금액) 한도관리를 한다. 또 우수한 장ㆍ단기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재무위기를 맞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은행과의 관계관리(Relationship Management)를 통해 은행과의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ㆍ신용공여한도)을 구축해 놓기도 했다.구조적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사고예방을 위한 감사업무를 수시로 수행하고 있다. 또 사고예방 교육 역시 철저히 실시한다.법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준법감시인 총괄하에 준법감시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매매내역을 고객에게 SMS(휴대전화 단문메시지서비스) 등으로 자동 통지하는 것도 법규 위기 방지책이다. 또 금융상품 광고와 홍보물을 제작할 때 준법감시인의 사전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로 보안했다.자연재해와 전산재해로 인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주전산센터의 재해 대비책 또한 마련했다. 재해가 발생해도 매매와 입출금 등 주요 업무의 수행이 가능하도록 백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백업센터는 2002년 2월 문을 열며 ‘위기관리시스템’을 강화했다.백업센터 구축과 함께 BCP(Business Contingency Planㆍ업무연속성계획)를 수립했다. 재해 발생시 주전산센터 직원의 비상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 2회 비상훈련을 하고 있다. 2002년 시작된 비상훈련은 현재까지 7차례 진행됐다. 이 같은 비상훈련은 지점에서 시작해 본사 주요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전사적 훈련으로 확대됐다.삼성증권은 미디어 관련 위기관리시스템도 주도면밀하게 갖춰 놓았다. 전사의 언론 접촉창구를 단일화했다. 또 언론과 자주 접촉하는 인물에게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아울러 평소 지속적으로 회사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위기발생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BCP를 총괄관리하는 김한영 삼성증권 정보전략파트 과장은 “주전산센터에 재해가 발생하면 주요 업무를 백업센터를 통해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직원들은 비상훈련을 할 때 주전산센터의 재해를 가정하고 백업센터의 가동 방법을 배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