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주얼 시장의 강자 ‘빈폴’. 특유의 자전거 모양 로고로 소비자는 ‘나, 빈폴 입었다’는 애착을 보이곤 한다.빈폴이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건 해외 유명브랜드가 국내시장을 장악하던 1989년. 신사복으로 명성을 지켜오던 제일모직이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야심작으로 내놓았다. 트래디셔널 캐주얼로 시작한 만큼 브랜드 이름에는 콩줄기(Bean Pole)라는 의미를 담았다. 콩이 많이 나는 미국 보스턴의 고풍스럽고 전통적인 이미지를 소비자 머리 속에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제일모직이 승부수를 던진 만큼 빈폴은 런칭 이후 96년까지 평균 3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에는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캐주얼브랜드로서는 긴 역사인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빈폴은 ‘고루하다’, ‘유행 지났다’는 인상을 결코 주지 않는다. 브랜드 재창조 작업에 끊임없이 공을 들여 ‘브랜드 리인벤팅’에 성공해서다.브랜드 리인벤팅의 세부전략 중 하나로 빈폴은 ‘브랜드 확장’(Extension)을 택했다. 기존에 성공을 거둔 빈폴 브랜드를 기반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내놓은 빈폴은 결국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를 완성시켰다.2001년 봄 빈폴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라는 시장 트렌드를 포착하고 여성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활동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여성을 겨낭해 ‘빈폴 레이디스’를 런칭한 것. 빈폴 레이디스는 출범 2년 만에 여성복시장의 한 축을 차지했다.이후 빈폴은 빈폴골프, 빈폴진을 내놓았고 2003년에는 빈폴키즈를 선보였다. 이로써 빈폴맨즈, 레이디스, 골프, 진, 키즈, 액세서리까지 총 6개의 브랜드를 갖추게 돼 국내의 대표적인 ‘브랜드 확장’ 사례로 자리잡게 됐다.핵심 타깃층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돼 20대 학생과 30대 중상류층의 남성과 여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기본적으로 나이 불문(Non Age)이라는 소비자 타깃 전략을 내세우는 빈폴은 패밀리 브랜드 구축 성공으로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브랜드 리인벤팅을 위해 유통전략도 새로 짰다.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라는 신개념 유통정책을 펼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Brand Identity)를 극대화한 매장이다. 여러 개의 라인을 가진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기준이 될 만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독점포를 뜻한다.빈폴은 2003년 8월에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서울 명동에, 2004년 9월에 2호점을 서울 강남에 오픈했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온 가족이 매장 한 곳에 모여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단독매장에서 소비자에게 빈폴이라는 브랜드의 통합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출 또한 적잖아 브랜드력 강화와 매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명동 핵심상권에 위치한 500평 규모 5개층의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은 오픈 직후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개층 350여평 규모로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2호점 또한 연매출 6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빈폴은 앞으로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핵심상권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최근 들어 빈폴은 세계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한국의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브랜드로 리인벤팅 해나가기 위해 빈폴은 그동안 해외 디자인연구, 소재개발, 패턴개발 등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위해 모델 기용에도 고민을 거듭해 미국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팰트로, 각종 드라마와 CF로 주목받고 있는 다니엘 헤니와 전속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도 빈폴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비밀리에 프리미엄 제품인 ‘컬렉션 라인’(Collection)을 준비해 오기도 했다.원종운 빈폴 상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기네스 펠트로는 할리우드와 세계 패션을 선도한다는 상징성을 겸비했다”며 “아울러 다니엘 헤니는 해외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하며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빈폴을 글로벌 이미지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모델로 적격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