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시사에 방위비 압박 “한국은 부국…공갈 아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이 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발언으로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지난달 12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과 관련 “우리는 위험한 위치에 4만 명(실제는 2만8500명)의 병력이 있다”면서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very wealthy country)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이 점점 더 호전적인 북한 김정은 정권을 막기 위한 주한미군을 더 많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suggest)했다’고 해석했다.

한·미 양국은 정기적으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9년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도 분담금의 6배에 가까운 액수를 요구하며 증액을 압박했다.

그는 재임 중 한국에서 주둔비용으로 50억 달러(6조9000억 원)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옵션을 보고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해서도 “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you're on your own)”고 강조했다.

타임지는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이 “공갈이 아니었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유럽(지원)이 같아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 우리는 (유럽과 사이에) 바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 모두 1000억 달러 이상을 각각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타임지는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약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